[이만수 이사장 특별기고] 개막 앞둔 2019 프로야구 “체력이 곧 실력, 잘 준비된 모습으로 팬과 만나길”
[아시아엔=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SK와이번스 전 감독] 2019 프로야구가 다른 해보다 이른 3월 23일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린다.
프로야구 선수라면 개막에 맞추어 이미 몸을 다 만들어 놓아야 한다. 팀마다 시범경기에서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하다 부상을 입는 선수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이제 어느덧 37년째를 맞는다. 그런데도 아직 非시즌의 몸 관리가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다 보니 선수들 겨울나기가 쉽지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날씨가 아무리 춥고 눈이 많이 오더라도 이들이 각자 정한 개인 스케줄과 룰은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철저하게 이행한다. 한번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장에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려 제대로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라운드 키퍼가 투수들이 볼을 던질 수 있도록 한쪽으로만 눈을 치운다. 스파이크를 신고 투수들끼리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짝을 지어 가깝게 볼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롱팩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가까운 거리도 아닌 홈에서 레프트 펜스까지 롱팩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어깨를 다치지나 않을지 보는 사람이 걱정이 되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기 몸을 만들고 관리한다. 수많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메이저리그의 그 자리가 얼마나 대단하고 지키기 어려운 자리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느슨하게 보내는 법이 없다. 겨울에는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짜여진 스케줄에 담당코치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강하게 개인 훈련을 시킨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개인 훈련코치를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문적으로 체력훈련만 책임지는 아카데미가 있어 많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따뜻한 플로리다나 텍사스 또는 LA 쪽으로 내려가 전문적인 체력코치들에게 훈련받는다. 또 전문아카데미 체력담당자는 겨울에만 선수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시즌 때도 순회하며 각 구단에 속한 선수들에게 시즌 내내 체력적인 부분을 체크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시즌 끝나면 행사장에 불려나가는 우리 선수들
메이저리그는 일년에 162경기를 치룬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우리는 한 시즌 팀당 144경기이다. 시즌만 끝나면 대부분 선수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단 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즌 끝나자마자 여러 가지 행사에 불려 다닌다. 수많은 행사에 불려 다니다 보면 정작 몸을 만들어야 할 시간에 몸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피곤이 더 누적되고 있다. 긴 겨울 동안 고액 연봉자들은 따뜻한 곳으로 가서 개인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팀의 선발투수였던 마크 벌리 투수와 존 갈렌드 투수를 예로 들어보자. 두 선발투수는 한 시즌 단 한번도 자기 스케줄을 거르지 않고 4일 휴식하고 선발투수로 다 소화해 내곤 한다. 그것도 1, 2년이 아닌 수년간 거의 모든 스케줄을 다 소화해 내면서 던졌다. 도대체 그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
한번은 이들 두 투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긴 시즌을 다 소화했기 때문에 나는 최소한 한달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조건 푹 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마크 벌리 투수는 시즌이 끝나면 아무리 길어도 열흘 이상은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기 몸은 열흘 이상 쉬게 되면 쌓아 놓았던 근육들이 풀리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긴 한 시즌을 끝냈는데 열흘 밖에 쉬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존 갈렌드 투수에게 물어 보았다. 존 선수는 마크 벌리 투수보다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기는 일주일 이상 휴식을 취하면 근육이 풀어지기 때문에 더 쉴 수가 없다며 일주일 후부터는 가볍게 걷거나 아니면 골프 치러 다닌다는 것이다. 골프를 치더라도 카트를 타지 않고 걸어 다니면서 골프를 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투수·포수들, 야수보다 일주일 먼저 스프링캠프 합류
메이저리그 투수와 포수들은 야수들보다 일주일 먼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일주일 동안 포수와 투수들이 한 시즌을 위해 모든 작전과 사인을 이때 다 정한다. 야수들 또한 일주일 후에 팀에 합류해 투수와 함께 팀플레이에 들어간다. 일주일이 지나면 곧바로 시범경기가 한달(31게임에서 32게임 어느 때는 하루에 더블게임 할 때도 있다) 동안 진행된다. 일단 캠프에 들어가면 45일 동안 단 하루 밖에 휴식이 없는 강행군을 진행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전지훈련을 체력을 안배하는 차원에서 4일 또는 5일 훈련하고 하루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지 훈련기간에 몸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많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이미 전지훈련도 준비된 체력을 기본으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겨울은 치열하다.
이제 내일이면 2019년 개막전이 벌어진다. 프로야구선수라면 이제는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선수개인의 성적과 팀의 성적 그리고 수많은 팬들을 위해 각자 자기 위치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 주어야 한다.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체력이 곧 실력“이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기억하고 잘 준비된 모습으로 운동장에서 팬들을 만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