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감독의 돌직구①] 미국 프로야구 연습에서 뭘 배워야할까

이만수 감독

[아시아엔=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전 SK와이번스 감독] 아마추어부터 시작해 현장을 떠나 지금까지 야구만 50년 했다. 한국에서 40년 미국에서 10년….

50년간 야구생활 하면서 가장 행복했고 즐거웠던 야구생활을 이야기한다면 단연 미국에서 있었던 10년간의 생활이다. 중학교 1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해 대학 졸업 때까지 아마추어 11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한 팀에서 프로생활 16년 도합 한국에서 27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가 1998년 처음으로 선진야구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으로 지도자연수를 갔다.

처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에 합류했을 때 문화 충격뿐 아니라 너무도 다른 야구시스템에 충격을 받아 솔직히 한달 동안 제대로 적응 하지 못했다. 아니 한달이 아니라 거의 반년 동안 제대로 적응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다시 다음해 트리플A팀에서 지도자생활 2년차를 했지만 내가 알고 있던 싱글A팀에서의 지도자생활은 걸음마였다는 것을 또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도대체 이들의 야구를 알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그런데 이들과 같이 한 10년간의 야구를 하면서도 기본이 다르니 여전히 적응을 못한 부분이 ‘연습시스템’이다.

이들과 같이 야구생활 10년 동안 가장 당혹스럽던 것은 훈련방법이다. 캠프 때나 시즌 때 그리고 싱글A팀이나 트리플A 그리고 메이저리그 훈련이 다 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루키나 마이너리그, 거기다가 메이저리그까지 훈련 방법이 다 똑 같았다.

마이너리그라고 훈련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멘붕이 온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언제 연습해서 기량을 끌어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어린 시절부터 지도자나 아니면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연습을 많이 해야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고 또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들었다. 잘하지 못하는 선수는 연습이 부족했다고 선배나 지도자들은 이야기 했다.

이들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 팀들의 훈련 양은 대부분 2시간이나 2시간30분 안에 다 끝이 난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대부분 2시간 안에 모든 훈련은 끝 난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와 달리 캠프 때는 운동장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에서 포지션마다 나누어서 훈련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양보다 훨씬 많다. 짧은 시간 안에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스케줄이다.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도 마찬가지다. 일단 캠프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일주일 전에 투수와 포수가 합류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야수들이 합류한다. 이렇게 캠프 2주가 지나면 캠프 45일 동안 휴일이 단 하루만 있고 연습 게임을 무려 31-32게임 한다. 기량이 떨어지는 주전선수 또는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선수가 있으면 마이너리그 팀으로 내려 보내 계속 게임에 출전시킨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풍부한 선수자원과 많은 팀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캠프와 달리 시즌 때는 어떻게 훈련하는가? 시즌 때는 철저하게 선수들 컨디션 위주로 연습한다. 게임 들어가기 전 훈련은 한 시간 안에 모든 연습이 다 끝이 난다. 이때 훈련 또한 게임을 위한 컨디션 연습이다. 연습을 위해 또는 기량을 올리기 위한 훈련이 아니다. 정말 이때는 게임을 위해 가볍게 연습한다고 보면 된다.

메이저리그는 대부분 저녁 경기가 7시 7시 5분 또는 7시 10분 또는 7시 15분 각자 팀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 특히 홈팀일 경우 게임 5시간 전에는 모든 선수들이 대부분 야구장에 나온다. 물론 이보다 더 일찍 나오는 선수들도 많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특타와 특수 훈련은 단체훈련 시작할 때 한쪽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낮 12시나 아니면 오후 1시에 미리 나와 담당코치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선수에게 이해를 시키면서 연습에 들어간다. 우리처럼 파김치가 될 정도로 연습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이해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대화를 시작해 간단하게 특타와 특수를 한다.

이들과 함께 오랜 기간 같이 생활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야수들이 에러를 했다고 담당수비코치가 선수들을 불러내어 특수시키는 장면은 메이저리그 할 동안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이들 마이너리그나 메이저리그에서 우리가 말하는 특수라는 개념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특수는 볼 200–300개 갖다 놓고 담당코치가 양 사이드로 펑고를 쳐서 선수들을 녹초로 만든다. 내야수는 내야수대로 투수면 투수대로 포수면 포수대로 외야수면 외야수들대로 캠프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관문처럼 되어 있다. 이런 훈련 방법은 강제노동일 뿐이다.

선수들을 하여금 야구를 좋아서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야구를 그만 두고 싶도록 만드는 방법일 뿐이다. 아직도 전국을 돌며 재능기부할 때면 야구가 좋아서 하기보다는 일단 야구에 발을 담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빼지 못하고 야구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왜 우리가 이렇게 운동할 수밖에 없는가? 생각해 보니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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