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이만수 감독이 논산시유소년야구단 부모님들께 전한 말
[아시아엔=편집국] 야구인 이만수 감독은 몇년 사이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전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또 국내에선 유소년야구단 등 형편이 만만치 않은 팀을 격려·지도하고 있다.
그가 최근 논산시 유소년야구단 창단식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축하인사를 했다.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뜨거운 햇살속에서 재능기부 훈련지도를 하느라 온 몸이 흠뻑 땀이 젖어 있었는데요. 그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제가 SK 와이번스 감독시절 투수로 입단했던 신정익이었습니다.
선수시절 성실하기로 유명했던 신정익은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던 차였는데 마침 전화가 온 거였습니다. 논산에서 유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더군요. 참 기특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인데 그래도 야구의 끈을 놓지 않고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야구를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1학년에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선수들의 기량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야구에 천재적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기량도 떨어지는데 어떻게 제가 프로야구 선수로 성공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절실함’인데요
중학교 1학년 시절, 저는 매일 물주전자나 나르고 공이나 주으러 다니고…. 정말 야구선수인지 볼보이인지 모르던 때였습니다. 친구들이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요. 하지만 부러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하루 훈련이 어땠는지를 기록하는 야구일지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습니다. 잠도 하루 4시간만 자고 성실하게 훈련을 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훈련을 성실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야구를 향한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에 뛰는 선수나 뛰지 못하는 선수나 지금이 야구선수로서의 전부가 아닙니다. 시간이 흘러서 여러분들이 어떤 야구선수가 되느냐는 바로 지금부터 여러분들 가슴속에 야구를 향한 ‘절실함’의 크기에 따라 다를 겁니다.
논산시 유소년야구단 지도자들께도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뛰어난 야구선수보다 인성이 좋은 사람이 되도록 지도하라’입니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선수들을 지도해서는 안됩니다. 야구를 사랑하게 만들고 야구를 통해 동료들간의 배려심을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의 승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마음속에 야구를 향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동료를 향한 배려심을 배우게 해준다면 지도자 여러분의 소임은 다 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께도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귀한 아들이죠? 보고만 있어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들일 겁니다. 그렇게 귀한 아드님에게 이왕 야구를 시키셨으니 이제부터 부모님들이 하실 일은 묵묵히 지켜보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라는 겁니다. 때로는 답답하신 순간도 있을테고 다그치고 싶을 때도 있고 안타까우실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 이 아이들은 야구선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조금씩 세상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나쁜 길로 가는 게 아닌 이상 묵묵하게 곁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가슴속에 야구를 향한 절실함이 있는 아이라면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행여 다른 진로를 가게 되더라도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배운 여러가지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유소년 야구선수 여러분들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