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난민③] 일본, 난민 인정율 낮고 한반도 유사시 대응에 ‘촉각’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
작년 봄 500여 예멘 난민 신청인들이 제주에 도착하며 한국사회에 난민 이슈를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나? 다행히 작년 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인식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난민에 관한 한국사회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엔>은 5월 18~19일 광주에서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2019 광주아시아포럼’의 ‘학살과 난민–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 책임’세션에서 발표된 글들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미츠루 난바 일본난민변호사네트워크] 일본은 ‘폐쇄국가’로 불리는 등 제한적인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난민수용과도 거리가 멀다. 이같은 폐쇄정책에 따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도 수십년간 난민협약의 당사국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도차이나에서 발생하는 난민과,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압력으로 1981년 마침내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일본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1982년부터 2018년까지 37년간 750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2017년 유엔난민기구는 “일본은 특히 낮은 인정율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난민정책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쟁점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일본은 왜 극소수의 난민만을 인정했는가? 둘째, 국가폭력으로부터 피신해 국제적인 보호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셋째, 이러한 폐쇄적인 난민정책은 일본 국민의 인식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난민인정율이 낮은 까닭

최근 몇년 동안 중동 및 아프리카 출신으로 일본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연간 20~40명에 불과하다. 반면 신청건수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1년 2000명에서 2017년에는 2만명으로 급증했다. 필리핀,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네팔 등 동남아 및 남아시아 국가의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는 일본의 노동력 부족과 일본정부가 이들 국가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비자 조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왜 그토록 소수의 난민만을 인정해왔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렇게 추정해 볼 수 있다. (1)지리적인 장벽, 난민 발생하는 국가와의 유대관계 부재, 난민공동체의 부재를 들 수 있다. (2)매우 낮은 난민인정율로 인해 일본이 난민에게 가혹한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난민신청자들이 일본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3)끝으로 언어와 문화 장벽과 함께 일본에는 사회기반 시설이 부족해 난민신청지로서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요소들이 일본의 난민인정율이 낮은 이유다. 특히 일본 법무성의 난민협약에 대한 엄격한 해석은 일본 정부의 난민수용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국가폭력과 분쟁을 피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들에 대해 일본 법무성은 난민협약의 핵심요건을 ‘박해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특별히 개인적으로 박해 대상이 될 때’라고 정의하고 있다. 난민협약에 대한 이러한 협소한 해석은 미얀마의 로힝야족이나 시리아의 난민신청자 심사 때도 반영된다. 로힝야의 경우 2017년까지 망명신청을 한 120명 중에서 19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또 임시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80명이었으며 나머지는 보호조치가 되지 않았다. 시리아 출신 81명이 일본 난민지위를 신청했지만 그 중 임시체류 허가 15명, 난민 인정도 15명에 불과했다.

일본의 난민인권단체는 법무성 입장에 따라 법적 기준을 완화하고, 난민 인권 및 보호를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수의 예외를 빼고 일본 법원은 제한적인 판결을 내리며 정부 결정을 인정하는 경향이다. 2012년 시리아 반정부 시위 참가 뒤 탈출한 신청자에 대해 도쿄지방법원과 도쿄고등법원은 “시리아 정부당국에 의해 개별적으로 표적이 되지는 않은데다 시위를 주도하지는 않았다”며 난민신청을 반려했다.

이처럼 엄격한 해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망명’의 전통적인 개념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통적인 개념은 이후 많은 나라에서 발생한 내전과 무력충돌 영향으로 해석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냉전시대 종식 후에도 이 개념을 고수해왔다. 이는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지정학적 위치와 반공주의적 이민정책의 유산으로 보인다. 한반도로부터 난민이 유입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아소 다로 부총리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아소 부총리는 북한 난민이 일본에 유입될 경우를 상정해 이렇게 말했다. “과연 경찰이 북한 난민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은 군대를 한반도에 파견해 난민들을 쫓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 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난민 관련 일본 대중의 정서

2015년 우익 만화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만화가 주목받았다. 그는 난민보호소에 있는 6살 짜리 시리아 소녀를 이렇게 묘사했다. “맛난 음식 먹으며 예쁜 옷 입고 안전하게 호화생활을 하고 싶어. 남의 도움으로 말이지. 내겐 이 꿈을 실현할 계획이 있어. 바로 난민이 되는 거야.”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이 만화는 일본인들 분노를 샀지만, 난민에 대한 일본 대중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무관심과 무지 그 자체다. 2016년 갤럽 설문조사에서 일본인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난민과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난민과 망명자에 대한 증오가 대중한테도 퍼져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혐오정서는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과 중국의 정치·경제적인 초강대국 부상 그리고 우익 집단의 선동과 맞물려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일본 정부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反난민 정서를 억눌렀다고 볼 수 있다.

일본 대중의 이러한 태도는 낮은 난민 인정율과 맞물려 일본의 동북아에서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난민 인권활동가는 일본 난민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법률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여러 분야의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민족주의, 식민주의 및 냉전 유산을 극복할 때에 비로소 난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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