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난민④홍콩] 난민 허가 1% 미만···‘가짜난민’ 핑계로 인정 안해

블교극단주의자들의 핍박을 피해 미얀마를 빠져나와 해상을 떠돌고 있는 로힝야 난민들 <사진=AP/뉴시스>
작년 봄 500여 예멘 난민 신청인들이 제주에 도착하며 한국사회에 난민 이슈를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나? 다행히 작년 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인식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난민에 관한 한 한국사회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엔>은 5월 18~19일 광주에서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2019 광주아시아포럼’의 ‘학살과 난민–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 책임’세션에서 발표된 글들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아이작 샤퍼 홍콩법률센터 법률자문] 필자는 홍콩에서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비정부기구인 홍콩법률센터 법률자문이다. 우리 단체의 법률팀은 법률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또 단체 외부의 공익변호사들과도 함께 일한다. 이와 함께 우리 단체의 목표와 부합하는 정책을 적극 알리고 인권옹호활동도 펼친다.

홍콩의 법률체계와 정치의 함수관계는 어떤 형태를 띠는가? 또 여기에는 어떤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우선 홍콩에서 난민 관련 관습법을 보자. 난민공동체에 대한 대중의 인식, 난민공동체가 직면한 차별은 매우 광범위하다. 자연히 홍콩에서 난민인정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홍콩에는 ‘기자회견 입법’이라는 개념이 있다. 일종에 차별을 정당화하는 법률을 말한다. 또 그 법률은 차별을 공고화하는 데 쓰인다. 주류 언론과 홍콩 입법부는 일상적으로 ‘가짜 난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홍콩 이민국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홍콩은 부유하기 때문에 망명은 그 부유함을 악용하는 제도일 뿐이다.”

물론 협약 서명국이 아니더라도 홍콩은 난민보호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 배경에는 홍콩의 난민 보호체제가 있다. 즉 유엔 고문방지협약,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그리고 난민협약이 바로 그것이다. 홍콩은 1976년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처음 도입해 1991년 제정된 홍콩권리장전에 따라 국내법으로 통합되었다. 이에 따르면 합법적인 이민 신분이 아닌 사람은 보호받지 못한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1992년 홍콩에 도입됐다.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2012년의 이민법 개정에 따라 국내법으로 비준돼 직접 시행케 됐다. 1997년 홍콩 반환 이래 중국 정부가 당사국이 된 국제협약이 애초 홍콩에 도입된 배경과 당시 홍콩 정부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난민협약의 당사국이었지만 홍콩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협약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러한 보호체제가 생겨났을까?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홍콩 고등법원은 난민 보호체제 의무를 부과했다. 법원 주장은 대체로 동일하고 매우 간단하다. 홍콩 정부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의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법원이 합세했다. 그러나 실상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는 재심사, 재결정 등으로 여러 번 고통을 받아야 했다. 보호 받기 위한 사람들이 너무 오랜 기간 기다려야만 했다. 난민신청자가 홍수를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은 후퇴하고 만다.

홍콩에서 난민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 관련 편견에 쉽게 빠져든다. 높은 부동산 가격과 미미한 국가보조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주변부를 떠돌 수밖에 없다. 현재 홍콩에선 난민 통합검증 절차가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절반의 성공에도 못 미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통합검증 절차 실패 원인은 그 기원에 있다.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시작되지 않을 까닭에 일관되게 공정한 원칙이 없다. 우선 의사결정과정의 문제가 있다. 홍콩 정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1% 미만이다. 이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이 의사결정자로 참여할 때 수용률 10~15%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와 함께 난민신청을 개인이 취소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는 홍콩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과 겹쳐 읽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매우 낮은 난민수용 비율은 악순환이 되고 있다. 변호사들 역시 난민에 대한 홍콩사회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지극히 낮은 난민수용율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변호사 역량에 난민 수용 여부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판정은 형편없고, 그 판정에는 법률적, 사실적 오류가 포함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임신 상태에서 항소했던 사람이 항소의 연기를 거절당했다. 성소수자의 경우 성소수자답게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이러한 판정 및 결정의 신뢰도를 평가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합의된 기준이 없다. 게다가 청문회는 열리지 않고, 판결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변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민국에서 난민신청이 거절되면 사법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국이 난민신청이 거절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항소 사례가 늘면서 항소에 대한 당국의 응답 사례도 늘어가곤 있지만 난민수용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지금 홍콩의 난민 문제는 어디로 향해갈 수 있을까? 통합검증절차에 참여하는 의사결정자들의 인식은 난민보호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민간부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자료를 통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실용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소통과 참여가 늘어나야 한다.

망명지를 찾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중요하다. 난민신청자들이 어둠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난민들은 자신의 입을 열며 권리를 조금이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수행해야 한다. 난민이 발생하는 과정과 그들이 처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배경과 난민 관련 각종 법령 그리고 유엔 등 국제기구의 기준 등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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