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난민⑥태국] “오 주여, 구원하소서”···미얀마 국경지역에 카렌족 난민 10만명

로힝야 난민들 <사진=AP/뉴시스>
작년 봄 500여 예멘 난민 신청인들이 제주에 도착하며 한국사회에 난민 이슈를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나? 다행히 작년 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인식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난민에 관한 한 한국사회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엔>은 5월 18~19일 광주에서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2019 광주아시아포럼’의 ‘학살과 난민–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 책임’세션에서 발표된 글들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와리트사라 룽통 ‘난민과 무국적자권리연합’ 연구원] 태국은 1951년 난민협약 및 1967년의 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도덕적·인도주의적 이유에 기반해 수년간 난민원조를 제공해왔다. 태국은 국제 난민보호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가 따라야 하는 국제인권조약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따르면 2019년 3월 현재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 있는 9개의 임시보호소에 9만6802명의 난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카렌족이나 카레니족 출신이다. 태국에는 또 다른 부족이 있다. 그들은 5000~6000명으로 추산되는데 난민이나 망명자는 아니지만 법적 지위 없이 태국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이미 난민신청을 거부당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박해가 두려워 본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난민신청이 재심사되기를 바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는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통계를 제공하지 않는다. 수천명이 될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태국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난민은 주로 파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시리아, 팔레스타인, 이라크 출신들이다.

태국은 역사적으로 주변국에서 탈출한 난민의 수용을 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많은 난민이 태국으로 탈출해왔다. 인도차이나전쟁 중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 출신 난민이 태국으로 대거 피신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필요했다. 태국정부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와 협의해 난민 처리 절차를 논의했으며 이는 지금껏 운영되고 있다.

태국 국내법은 ‘난민’이라는 용어 사용을 꺼린다. 이에 따라 미얀마에서 태국으로 탈출한 사람들을 ‘폭력을 피해 이주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그 때문에 이들은 태국 거주 외국인에 관한 ‘이민법’ 적용을 받는다. 이들에겐 국경 근처에서 9개월간 임시 체류할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나 지위는 태국 이민법 체계상 불법이며, 태국 내 어떤 지역도 여행할 수 없다. 만약 임시보호소를 벗어나 여행을 하게 되면 이민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태국 정부가 난민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난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난민보호 측면에서 난민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 태국에는 하나도 없다. 국내로 피신한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률 몇 개 정도가 있을 뿐이다. 아동보호법이 그 가운데 하나다. 태국에는 모든 아동이 법적 지위에 상관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 있다. 또한 이론상으로는 태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노동보호법에 따라 착취로부터 보호된다.

그러나 태국의 도시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난민은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고용주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되레 사법당국에 체포될 위험에 놓인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서 난민으로 인정을 받은 경우에도 태국 정부는 그 사람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언제든지 이민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제법에 의해 비준된 조약이라고 해도 태국에서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약은 국내법에 의해 뒷받침될 때에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된다. 각급 법원은 국제법이 국내법과 연동해 구속력과 실행력을 갖고 시행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 가지 충돌되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불법체류자’인 경우 그 사람의 문제는 법원에서 다뤄질 수 없다. 법원은 또한 난민이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 그 난민의 증언에 대해 응답을 하지 않는다.

검·경의 기소는 보통 이민법을 저촉한 혐의만을 기술하고 난민이 처한 맥락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이러한 범위를 넘어서는 판결을 내릴 수가 없다. 법원 판결이 나면 행정 절차는 이민국에서 담당한다. 그런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일단 법원에서 누군가가 ‘불법체류’ 하고 있다고 판결하면 태국 이민국은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그 사람을 다시 추방할 권한을 갖게 된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2017년 1월 10일 발표된 태국 내각의 결의안에는 난민심사 원칙의 수립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시민사회는 여러 가지 협의도 진행했다. 심사에서 사용되는 난민의 정의는 국제협약의 정의가 반영될 수 있으며, 정부는 또한 협약의 비준가능성 역시 검토하고 있다.

올해 1월, 태국정부는 어린이와 어머니의 구금 대책을 명시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양해각서는 아동 구금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으며 정부가 아동을 구금하는 현실에 대해 대안을 찾는 노력을 보여준다. 양해각서는 실제 현실에서는 완전히 이행되지는 않았지만 아동 구금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협력은 상당부분 진척되고 있다.

특히 근래 난민인권네트워크가 발족돼 난민 관련 정책개발과 인권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정부 업무를 지원하는 것도 네트워크의 일 가운데 하나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난민이 처한 현실을 태국 정부가 잘 이해하도록 현장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엔 이민자수용소에서 풀려난 어린이와 어머니의 사례 관련 워크숍을 열었다. 이 워크숍은 태국 시민사회단체와 정부가 태국 내 난민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찾으며 동시에 공감대를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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