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난민①] 예멘 난민 그후 한국 난민 정책 얼마나 개선됐나?
작년 봄 500여 예멘 난민 신청인들이 제주에 도착하며 한국사회에 난민 이슈를 제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난민에 대한 인식이 과연 얼마나 개선되었나? 다행히 작년 사건을 계기로 어느 정도 인식변화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난민에 관한 한 한국사회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엔>은 5월 18~19일 광주에서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2019 광주아시아포럼’의 ‘학살과 난민?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 책임’세션에서 발표된 글들을 몇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이슬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한국은 1994년부터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관련 업무는 법무부에서 주관하고 있다. 1994~2018년 접수된 난민신청은 총 4만8906 건, 2018년 한 해에 1만6173건이 있었다. 난민신청자 숫자가 1만명을 넘은 것이다. 꾸준히 늘고 가운데 2013년부터 매년 두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은 전년도 대비 62%(2400건) 증가했으며 월 평균 1347건이 접수되었다. 전년도 평균 월 829건에 비해 500여건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신청자가 1만명을 훌쩍 넘어선 2018년에도 난민인정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2018년도 한국의 연간 난민인정률은 3%로 난민법 시행 이후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난민인정의 경우 재정착난민을 제외한 1차 심사, 이의신청 심사, 가족결합, 행정소송 승소 건을 모두 포함한다.
2013년 이래로 5%를 넘어본 적이 없는 인정률 원인은 은 △심사공무원의 부족(전국 38명)과 이에 따른 부실심사 의혹 △신청자의 개인적이고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지 않은 듯한 불인정 사유서 △절차와 권리에 대한 안내 부족 △신청자들의 언어를 정확하게 전달해줄 통역서비스 미비 등이 꼽힌다. 이런 중에 신청자들은 1차 심사결과를 받기 위해 평균 10.6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2017년 기준 대기기간은 7개월에 이른다. 법에는 6개월 안에 1차 심사결과를 내도록 규정돼 있으나 심사적체는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난민인정률은 2010년부터 매년 꾸준히 떨어지다 2018 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청자에 비하여 여전히 비현실적인 수치다. 난민법 시행 첫해인 2013년을 제외한 이후 4년의 평균 인정률은 시행 이전보다 낮은 3.2%에 그친다.
유형별 난민 현황···신청사유별
법무부는 매년 사유별 신청자 통계를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가족결합 △내전 △기타 등 8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발표한다. 난민신청서에는 난민법의 기준에 따라 5가지 사유(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 특정사회집단 구성원)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법무부 신청사유 통계 분류 기준은 ①난민신청자가 신청 당시 선택한 박해사유를 기준으로 분류하며 ②한 사람이 2개 이상의 복수 사유가 있을 시 대표적 사유를 기준으로 통계를 하고 ③난민면접 후 신청 사유가 정정되는 경우도 있다. 내전 및 가족결합 등 기타의 경우 기재 내용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국가출신별 현황
1994년부터 2018년까지 국적별로 분류하면 ‘기타’가 가장 많고 파키스탄, 중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러시아, 인도, 나이지리아 순으로 많다. 가장 많은 누적 난민수를 기록한 국적은 파키스탄으로 총 5388건이 접수되었다. 2018년엔 카자흐스탄이 전년 대비 137% 늘어난 2496에 달했다.
인도적 체류자 현황
한국정부는 2015년 시리아, 2018년 대다수 예멘 난민에게 인도적체류지위를 부여했다. 2017년까지 시리아 출신이 전체 인도적체류자의 75.9%로 1120명을 차지했으나 2018년을 지나면서는 예멘 난민이 급증했다.
한국의 난민법상 인도적체류허가는 ‘난민협약상 난민의 정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난민신청자의 출신국 정황상 본국에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보충적으로 부여되는 지위’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준난민지위’ ‘보충적지위’와는 다르다. 인도적체류허가를 따로 신청할 수는 없으며, 난민불인정 이후 출입국 ‘재량’으로 주어지는 지위다.
대부분의 인도적체류지위자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불안정한 체류지위와 사실상 취업불가로 인도적체류지위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난민의 일종으로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난민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출국명령을 받을 수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법무부는 난민으로 인정받아 마땅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인도적체류지위를 부여하고 “시리아인 난민신청자의 절대다수를 보호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심사 현황···이의신청 심사
한국 입국 난민들은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함으로써 난민 지위의 확인(인정)을 요청한다. 법무부 심사는 신청, 이의신청 두 단계로 나누어지고, 신청자들은 신청단계에서 면담절차를 거친다. 신청단계에서 불인정통지를 받은 신청자는 이의신청할 수 있고, 이의신청에서도 기각(거절) 통지를 받은 신청자는 법무부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사법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전국 8개 거점사무소 가운데 신청자의 62% 가량이 서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사무소별로 심사종료자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전체 38명이 한 해 1만6173건을 심사, 1인당 425명의 심사를 맡고 있다. 2018년 이후 급증하는 신청자에 비해 심사 담당자는 1명도 늘지 않았다.
이의신청을 통한 난민 인정 비율 또한 1% 이하로, 1차심사의 불인정 사유를 납득할 수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의신청을 한다. 참고로 이의신청 결과에는 사유서가 발급되지 않는다.
공항만에서도 난민신청이 가능해진 지 6년째 접어들었다. 공항만에서의 난민신청은 본격적인 난민심사가 아닌, ‘입국해서 난민신청을 할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회부 혹은 불회부 심사다. 회부심사를 통과한 사람은 난민신청이 접수되고 입국할 수 있지만, 불회부처분을 받은 사람은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은 것처럼 본국으로의 송환을 앞두게 된다. 불회부처분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절차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소송을 통해 취소를 다투어야 한다.
난민법 시행 이후 공항만에서 난민신청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공항만 난민신청자는 총 516명에 달했다.
그러나 공항만의 비인도적 심사절차와 처우는 계속되고 있다. 출입국 심사 범위를 넘어선 심사, 자의적인 판단,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신청자의 공항 내 구금 등이 여전하다. 2018년의 경우 회부율은 46.7%에 달했지만 공항만 불회부 사유별 현황은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사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법부 심사 현황
법원에서도 난민 인정은 기적에 가깝다. 본인 상황을 설명할 객관적인 증거가 있기 어려운 신청자 특성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높은 수준의 증명을 요구한다. 재판 준비기간 동안 소송 비용과 변호사 의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소송 진행 신청자 중 변호인 조력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소명도 못한 채 재판이 끝나 버리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소송을 통한 난민 인정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소송비용을 마련해 진행하는 신청자들도 있지만,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일은 불가능 그 자체다. 언어장벽과 본국정황을 판사에게 이해시키기 어렵고, 변호사를 구하더라도 변호사와의 소통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재신청자
2018년 재신청은 1292건에 달했다. 총 신청자 1만6173명 중 7.98%가 재신청을 했다. 이같은 수치는 이의신청 및 항소와 같이 돌아갈 곳 없는 난민들이 ‘제대로 심사받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재신청을 함에 따라 생긴 결과다. 난민인권센터에 방문하는 난민 대부분이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음에도 재신청을 하는 이유는 △진술 기회 박탈 △통역오류 △불허 사유의 이해 불가능 △절차 및 권리 안내 부재 △공무원 및 변호사의 독단적 절차 진행 등 최초 신청 건에 대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재신청 난민신청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받은 ‘출국명령서’의 출국 기간을 유예하는 도장을 받아 살아갈 뿐 자신을 증명할 외국인등록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등록증 자체는 어떤 권리의 근거도 되지 않는다.
난민처우 현황···난민신청자 어떻게
대다수 난민들은 3~4년간 신청자 자격으로 살아가지만 며 ‘아직’ 난민이 아닌 상태다. 따라서 보호할 필요가 없다든지 혹은 일단 ‘가짜 난민’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신청 후 6개월까지 지급된다는 1인가구 43만원 수준의 생계비는 그나마 예산부족으로 2017년 기준 전체 난민신청자의 3%(436명)밖에 커버하지 못했다. 생계비 예산은 2007년 신청자(700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난민신청 후 6개월간 취업이 금지돼 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97%는 대책 없이 생계곤란에 내몰리고 있다.
난민신청 후 6개월까지는 법무부가 운영하는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수용 연인원이 164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용률은 개소 이래 줄곧 60%이하에 머물고 있다.
인도적 체류지위자 처우
2014년 이래 한국에는 매년 난민인정자보다 인도적체류지위자가 훨씬 더 많다. 인도적체류지위자 중 대다수가 시리아, 예멘 국적 난민이다. 한국은 내전 중인 시리아, 예멘 국적 신청자들에게 거의 일괄적으로 인도적체류지위를 부여했다. 인도적체류지위는 난민불인정의 한 갈래로, 해외의 보충적보호(준난민지위)와는 다르게 난민에 준하여 보호하는 지위가 아니다. 1년 이내엔 체류와 취업이 허가되지만, 출입국외국인청의 재량에 따라 최소 3개월의 체류기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짧은 체류기한으로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난민 인정자와 달리 가족결합, 교육권 보장이 안되고 취업분야도 단순 노무직에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생존을 위한 방편만 이어가는 게 현실이다.
난민인정자 처우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다음과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즉 △대한민국 국민 수준의 사회보장서비스 △자녀의 의무교육 보장 △사회적응 교육 △본국에서의 학력 및 자격인정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입국 허가 등이다. 가족결합의 경우 난민인정자의 가족도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한국난민인권연구회 조사에 따르면 난민법상 난민인정자 처우에 관한 조항 대부분이 실제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사회보장서비스의 경우 언어 제공이 제대로 안 된다. 난민 아동에 대한 교육 역시 부실하기만 하다. 특히 본국에서의 학력과 자격을 인정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여서 난민 인정이 된 이후에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난민법에 규정은 있으나 처우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과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난민 인정자를 위한 정착 지원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재정착 난민의 경우 재정착실무협의회를 통해 법무부 주도하에 정착지원이 이루어지지만, 난민 인정자는 인정받은 이후의 적극적 조치가 없어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갖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형편이다. 재정착 난민은 유엔난민기구가 인정한 난민을 국제사회가 책임을 분담해 한국에 재정착시키는 것으로 매년 30명의 미얀마출신 난민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