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망명 인민군 계기로 북한 의료실태 살펴보니…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북한 주민들이 결핵, 간염, 말라리아, 기생충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WHO 2010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감염성 질환 사망자 비율은 남한은 5.6%인데 비하여 북한은 31.0%로 나타났다.

감염성 질환 가운데 결핵(結核, tuberculosis, T.B.)은 인구 10만명 당 513명(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76.8명보다 6.7배 높다. 사망자도 1만1000명으로 우리나라 2209명에 비해 5배 수준이다. 특히 여러 결핵약에 내성을 보여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多劑耐性結核, MDR-TB) 환자가 전체 환자의 31.4%(2012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만성간염, 간경화, 간암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B형 간염(肝炎, hepatitis)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6-11%로 추정된다. 모기 등이 감염시키는 말라리아(malaria)는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여 우리나라의 경기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 전염시키고 있으며, 매년 1500명 가량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황해도, 개성 등에서 환자가 매년 1만명 이상 발생하면서 2012년에 피크를 이룬 후 국제기구와 우리나라의 지원으로 2015년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의 감염병 실태도 심각하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많아 5세 미만 아동의 사망 원인 중 설사(泄瀉, diarrhea)가 18.9%를 차지하고 있다. 근본적이 해결방안은 상수도 시설 개선과 급수 관리, 영양 개선을 통한 면역력 증가 등이다.

또한 북한은 곡물 재배에 인분(人糞)을 사용하기 때문에 회충, 촌충 등 토양 매개성 기생충이 많고, 민물고기를 날로 먹어 기생충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생충 감염 고리를 끊으려면 적어도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북한은 1960년대에 시·군-도-평양으로 이어지는 의료 전달 체계와 무상의료 등 의료 체계를 선보였다. 그러나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을 지나면서 보건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약품 및 의료기기 부족 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여 현대적 의료 체계를 구축했다.

고려대 의대 윤석준 교수(예방의학)는 남북통일 이후 북한 주민의 건강을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20년 넘게 걸린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독일의 경우, 1990년대 동서독 주민의 건강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다 2009년 이후에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며 “서독은 동독보다 인구가 4배 많고, 경제 수준은 3배 차이에 불과했는데 비해 대한민국은 북한보다 인구는 2배 많고 경제 수준은 18배 차이가 나므로 독일보다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독일은 분단 시기에도 서독이 장기적인 통일 계획에 따라 동독 보건의료 분야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이명박 정부 5·24조치 이전까지 북한 보건의료 분야에 4300억원 가량을 지원했지만,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에 그쳤다. 우리도 통일을 고려한 장기적인 보건의료 분야 전략의 체계적인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JSA를 통해 탈북한 북한 병사를 치료한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죽는 날, 관 속에 가지고 갈 것은 그동안 치료한 환자 명부”라고 말했다. 가슴 깊이 받아들여지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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