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징어②] 그 많이 잡히던 오징어는 어디로 갔나?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그많이 잡히던 ‘오징어’는 어디로 갔나?” 주요 오징어 어장으로 꼽혀온 북반구(北半球)의 우리나라 동해와 남반구(南半球)의 패루, 칠레, 포클랜드 주변해역에서 오징어가 잘 잡히지 않는 공통 이유로 ‘고수온(高水溫)’ 현상이 꼽힌다.
우리나라 연근해 동해(東海)의 거의 전역에서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징어 어군이 러시아 앞바다까지 넓게 분산된 것이 오징어 어획 부진의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강원도 대표 특산물인 오징어는 9월부터 12월까지가 성어기다. 이맘때면 오징어 주산지인 주문진항에는 해풍(海風)에 건조되는 오징어가 해안가와 담장 등에 빼곡히 늘려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러나 올해는 11월에 오징어 조업을 나간 날이 4일뿐으로 이런 ‘오징어 흉년’은 처음이라고 한다.
‘연안오징어 채낚기어선’은 9-10톤급으로 선원 4-5명이 승선하고 오후 2시에 출항해 밤샘 조업을 하고 이튿날 오전 6시쯤 돌아오려면 기름값 35만원을 비롯하여 부식비, 낚시재료비 등 약 70만원이 소요된다. 최근 산오징어 위판가격이 20마리에 7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400마리(140만원)는 잡아야 경비를 제하고 선원들 일당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하루 10-20마리밖에 잡지 못하는 날이 많아 아예 출항을 포기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하루 1만 마리 이상을 잡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이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2010년 강원도 내 오징어 어획량은 1만5438톤에 달했으나, 2013년 1만5060톤, 2016년 7019톤, 그리고 올해 어획량은 3653톤(11월 10일 기준)에 그쳤다.
강원도 어민들은 오징어 어장 황폐화의 원인으로 북한과 중국이 2004년 맺은 ‘동해공동어로협약’을 지목하고 있다.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저인망 어선들이 조류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오징어를 무차별적으로 남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중국 어선들이 그물로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쌍끌이 조업’으로 러시아 인근 해역에서 북한을 거쳐 동해로 남하하는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다.
북한 동해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갈수록 증가하여 2004년보다 10배 이상 늘어 2016년에는 1268척, 올해는 1702척이 조업을 했다.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조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한 해 1000억원대의 피해를 보고 있어 동해안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강원도내 오징어 가공업체들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30-40년 전부터 주문진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강원도오징어가공업협동조합 소속 업체 27개와 인근 지역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하면 종사자만 10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오징어 가공업체는 지난해 9780톤의 조미(調味)오징어 등을 생산해 1168억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국내 조미오징어 생산량의 70%에 해당한다.
이들 업체는 그동안 국산 오징어 40%와 수입 오징어 60%를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상고온(異常高溫) 등으로 페루, 칠레 등지에서 수입하던 물량도 급감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오징어 수입을 위해 중국 등을 방문하고 있으나 세계적 품귀형상으로 인해 가격이 3배 정도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오징어 가공업협동조합 소속 업체 35곳 중 27곳이 잇따라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미 5곳은 휴업을 했으며, 나머지 30곳 역시 정상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징어 원료난 장기화에 따라 가공업체 직원 90%가 실직(失職)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는 맛있는 오징어 가공식품(반찬)이 식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강원도 동해안 ‘대표어종’ 자리를 지키던 ‘오징어’가 2년 전부터 ‘홍게’에게 내주었다. 오징어의 위상이 흔들리자 5년 전까지 300척에 달했던 오징어 어선도 90척으로 줄었다. 강원도 어민들은 트롤어선(쌍끌이 저인망어선)과 채낚기어선의 불법 공조조업을 차단하지 못하면 오징어 자원 고갈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