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팔팔’ 장수만세①] ‘유머인생’ 권이혁 서울대 전 총장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장수를 즐긴다>는 우강(又岡) 권이혁 박사의 열세번째 에세이집이다. 필자는 건강한 장수를 누리면서 활동을 하는 분으로 권이혁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95세)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98세)를 존경한다.
권이혁 교수는 1923년 경기도 김포에서 출생하여 1948년 10월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의대 위생학교실 교수조무원(조교), 서울농대 수의학부 전임강사를 거처 1955-56년 미국 미네소타대 보건대학원과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12월부터 서울대 의대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봉직했으며, 현재 의대 명예교수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남 대동에서 출생하여 1939년 평양 제3중학교를 마친 후 일본 조치(上智)대학 예과를 거쳐 1944년 이 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44년 송산여자중학교 교사, 1947년 중앙중 교사, 1950년 중앙고 교감이 되었다. 그리고 1954년 고려대 강사, 연세대 강사, 한국신학대 강사를 역임한 후 1964년 연세대 교수가 되었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다.
요즘도 권이혁 박사는 아침 9시반경에 서울의대 내에 있는 사무실에 나왔다가 오후 4시쯤 귀가한다. 사무실에서 신문을 읽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그리고 그때그때 생각하는 것을 글로 써 책상 서랍에 보관했다가 매년 에세이집을 발간하고 있다.
2006년부터 에세이집을 발간하기 시작하여 그동안 발간된 <우강 에세이 시리즈> 제목은 다음과 같다. 1집 여유작작, 2집 온고지신, 3집 마이동풍, 4집 어르신네들이여 꿈을 가집시다, 5집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자, 6집 청춘만세, 7집 인생의 졸업과 시작, 8집 여생을 즐기자, 9집 평화와 전쟁, 10집 유머가 많은 인생을 살자, 11집 천천히 서둘러라, 12집 칭찬합시다, 그리고 13집 장수를 즐긴다.
권이혁 박사는 “장수가 좋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장수를 즐기는 일’이며,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취미나 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본인은 시간이 나는 대로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쓰는 것이 하나의 낙(樂)이며, 좋은 글이든 그렇지 못한 글이든 생각나는 대로 멋대로 쓰는 것이 장수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한다.
또 하나 장수를 즐기는 방법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런데 아쉬운 사실은 흉금을 털어놓고 아무 말이든 할 수 있는 친구들 대부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래도 장수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가 사람, 특히 친구들을 만나는 일인데 이 일이 쉽지는 않다. 만나고 싶은 상대가 병석에 누워 있는 경우가 빈발하거나 거동이 힘든 분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늙어가면서 고독이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 ‘고독’과의 친숙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늙으면 어린애 같이 된다”는 속담을 늘 들어왔지만 근래에는 내 자신을 지적하는 말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권이혁 교수한테 새로운 ‘인생 슬로건’이 하나 늘었다. “장수를 즐기자”는 슬로건이다. 이 슬로건이 최신 ‘인생 슬로건’이지만 생각해 볼수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생각이다. 그는 “늦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장수를 즐기는데 힘을 내자고 자신에게 요구해 보기도 한다”고 했다.
수년 전에 90세를 넘긴 권이혁 박사는 90세를 인생의 정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권 박사는 “90세를 향해 올라가는 길은 ‘오르막 길’,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 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현재 ‘내리막 길’을 한참 내려가고 있는 도중에 있으며, ‘내리막 길’을 다 내려가면 인생은 끝이 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