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현역의사의 장수비결②] 돈과 명예보다 중요한 건 ‘삶의 보람’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최근 발표된 인구통계 보고서에 의하면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세이지만 건강수명 즉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사는 기간은 73년에 불과하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율은 점점 낮아진다. 예를 들면, 80-84세 연령대는 80% 이하, 85세가 넘으면 60% 이하로 떨어진다. 결국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일본의 히노하라 박사는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에 서울에서 강연을 하였다. 첫번째 강연은 제20차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에 즈음하여 2007년 10월 1일 오후 2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빛나게 산다-자신의 살아가는 방법을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인생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사는 것임을 인식하고, 생활방법·교제 상대·살아가는 보람(Quality of Life)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강연회는 이길녀 가천길재단 이사장과 박상철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초청으로 2010년 10월 5일 롯데호텔에서 ‘늙지 않고 잘 사는 법, 행복한 인생을 위한 나의 메시지’를 주제로 열렸다.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문제, 100세 이상 장수자, 노화를 촉진하는 요인과 향후 연구영역, 노화방지의학(anti-aging medicine), 인간의 영혼성(spirituality) 등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가천의과학대학교는 히노하라 이사장에게 명예 이학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히노하라 건강법-행복한 100세 장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회를 열었다. 강연회에서 히노하라 박사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년(老年)을 보내는 비결로 △사랑하고 사랑받자 △도전을 시작하자 △인내하자 등 세 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갈 비결> <新老人으로 산다> <인생의 四季> <어떻게 잘 살고 어떻게 잘 늙고 어떻게 잘 죽는냐> <삶이 즐거워지는 15가지 습관> <행복한 우연> 등 250권이 넘는 저서를 출판했다. 그 중 150여권이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는 음악요법(音樂療法)의 창시자이며, 그의 뮤지컬이 여러 곳에서 공연됐다.
히노하라 박사는 신노인(新老人), 생활습관병 등 여러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싫어하여 65세에서 74세까지의 노인을 ‘전기(前期) 고령자(高齡者)’, 그리고 75세부터는 ‘후기(後期) 고령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히노하라 박사는 75세 이상을 ‘신노인’이라고 부르고 ‘신노인회’(新老人會)를 조직하여 회장직을 맡았다. 신노인회의 기본이념은 사랑·인내·창조에 두고 있다. 75세 이상 고령자 중 자립할 수 있는 노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한다.
히노하라 박사는 어릴 때 운동을 좋아했으나 열 살 때 신장염(腎臟炎)을 앓아 운동을 포기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결핵(結核)에 걸려 몇 년간 요양을 했기 때문에 의사를 못 할 것이라고 남들은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따라 건강이 달라지고 체질도 변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잘 먹기’ ‘잘 움직이기’ ‘잘 쉬기’를 실천했다. 히노하라 박사는 장수 비결을 ‘신체건강’보다 ‘정신건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복식호흡, 음악 감상, 명상, 일기와 편지 쓰기 등을 권장한다.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므로 음식은 검소하게 먹는 것이 좋다. 동물성 지방, 설탕, 소금 섭취는 가능한 한 줄이고 우유, 생선, 콩류, 채소 등을 매일 먹는 것이 좋다. 운동부족은 노화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걷기 운동은 근육을 단련시키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강화해 주고, 뇌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히노하라 박사는 1주일에 1-3회 출장을 가는데, 역이나 공항에서 약 8kg 무게의 가방을 들고 다녔다.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의 나이에 대한 정의를 65세 이상에서 75세 이상으로 연장하고, 노인이 사회의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사회에 봉사하는 주체가 되자는 취지로 2000년에 ‘신노인운동’을 시작했다. 또 노인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사랑 주고받기, 도전하기, 인내하기’를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05년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은퇴 후에 갑자기 늙는 사람이 많다. 이에 현역에서 물러나면 새로운 일을 해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일본 신노인회 1만2000 회원 중에는 70-80세에도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즉 나이를 먹을수록 정열, 꿈, 호기심 등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은 자신이 받아들이는 ‘건강한 느낌’과 어떤 환경에도 잘 순응하는 ‘적응력’ 두 가지가 중요하다.
히노하라 박사의 ‘신노인 長壽 건강생활’ 법칙은 다음과 같다. △죽는 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산다는 자세를 갖자.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살자.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같다고 생각하자. △남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집에서 활발한 교제를 하자.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이자. △항상 걷는 습관을 지니고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자. △노년 건강의 최대 적은 낙상과 골절이므로 잘 구르는 연습을 하자. △몸에 좋은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하자.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리자.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는다.
우리는 건강하게 장수하기 위하여 식생활, 생활습관, 마음가짐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지도록 삶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 박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