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 100세] 김치 제대로 알고 먹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김치를 먹다 하도 매워 나도 모르게 물! 하고 소리 지를 때/ 약속이나 한 듯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가 물 가져오려고 한꺼번에 일어날 때”

서정홍 농부시인의 ‘가장 행복할 때’ 한 구절이다. 시인이 1960년대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적인 어느 겨울날, 온 식구가 둘러앉아 김장김치를 담그고 보리밥을 먹었을 때 그날따라 김치가 어찌나 매운지 눈물 콧물을 다 흘렸던 기억이 문득 떠올라 쓴 시라고 한다.

필자는 해방 다음해인 1946년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나의 학창시절 한국은 내내 가난했다. 그 시절에는 어느 집이나 겨울철에는 김장 때 담근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등이 밥상 위 반찬의 전부였다. 당시 대부분 가정에서 김치는 물론이고 된장, 고추장을 만들어 먹었다.

김치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김치를 2001년 국제식품으로 공인했다. 또 미국의 건강전문잡지 <Health>는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2008년 3월 한국식품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내 기업들과 함께 개발한 김치·볶은김치·고추장·된장국·녹차·홍삼차·수정과 분말·즉석밥·라면·생식바 등 한국형 우주식품 10종이 러시아 생물학연구소로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먹을 수 있는 ‘우주식품’으로 인증을 받았다.

유네스코(UNESCO)는 2013년 12월 6일 ‘김치와 김장’을 세계문화유산(World 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하였다.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을 하면서, 마을 주민이 모여 함께 김치를 담그면서 형편이 어려운 집에도 나눠 주는 전통이 이어져 왔다는 의미에서 ‘김치와 김장 문화’의 영문 명칭을 ‘김장,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일’(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로 했다. 문화재청(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도 한국인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는 공동체 음식문화인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했다.

유네스코는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며 연대감과 정체성을 높일 수 있게 했다”며 “자연 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세계 다양한 공동체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음으로써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치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으로 주요 부식(副食)으로 먹고 있다. 김치는 지역과 재료의 종류와 특성, 담그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200종 이상이 있다. 김치는 카로틴(carotin), 식이섬유(dietary fiber), 페놀성 화합물(phenolic compound)과 같은 여러 가지 생리활성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어 항산화, 항암, 고혈압 예방 등 여러 가지 기능성이 있다.

채소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 만든 음식을 침채(沈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김치,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스케모노, 서양의 피클 등이 침채류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와 다른 나라 침채류의 차이점은 발효(醱酵)시킨다는 점이며, 바로 이것이 김치의 우수성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기법이다.

김치 숙성 온도는 섭씨 15도가 이상적이다. 즉, 김치가 발효되면서 유산균(乳酸菌)이 생성되는데 DNA 분석 결과 15도에서 생성되는 유산균에서 영양학적 가치가 가장 높았다. 김치를 가장 맛있게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평균 영하 1.4도이다. 또한 김치냉장고에서 6개월까지는 맛 변화 없이 저장이 가능하다.

한방(韓方)에서는 김치를 음양(陰陽)이 조화된 식품이라고 한다. 즉,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에 열이 많은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음양을 맞추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는 성질이 서늘해 열이 많은 소양인(少陽人)에게 알맞고, 매운 양념을 많이 쓴 배추김치는 몸이 차고 속이 냉한 소음인(少陰人)에 알맞다고 한다.

잘 발효된 김치에는 젖산과 젖산균(유산균)이 풍부하며, 김치 1g에 젖산균 1억 마리쯤 한유되어 같은 무게의 요구르트보다 약 4배 많다. 또한 비타민 A와 C, 칼슘, 철,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몸에 좋으며, 배추와 무에 함유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大腸癌) 예방에 좋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으로 인하여 소화가 잘되고 장(腸)을 깨끗이 하는 정장 작용도 하게 된다. 부산대학교 김치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김치를 하루 300g 정도 먹으면 김치를 안 먹은 사람에 비해 대장에 유산균이 100배 정도 증가한다. 또한 유산균은 김치 내 식중독균 등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김치를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하는 이유는 김치의 열량이 100g당 8kcal(백김치), 11kcal(동치미), 18kcal(배추김치), 33kcal(깍두기) 등으로 낮으며, 김치에 포함되어 있는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여 과식을 피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유기질소화합물인 캡사이신(capsaicin)은 몸의 지방을 분해, 연소를 돕기 때문이다.

김치의 단점은 염분(소금)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다. 특히 남부지방에선 소금과 젓갈을 많이 쓰기 때문에 맛이 더 짜다. 이에 소금 섭취를 많이 하면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 위암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김치를 싱겁게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기산 등 김치 맛 성분은 저염(低鹽) 김치가 고염(高鹽) 김치보다 더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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