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총행복지수 1위 부탄②] 자유여행금지국 이 나라 150% 즐기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가난한 나라인 부탄은 국제무대에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즉, 재화를 많이 생산하고 경제성정과 번영으로 국가 순위를 평가하지 말고 그 속에 사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로 국가를 평가하자는 것이다.

경제발전으로 나라는 부유해졌는데 국민들은 왜 행복하지 못한가? 21세기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도전하기 위해 부탄왕국(Royal Government of Bhutan)은 국정의 최고 지표로 성장(成長)이 아닌 행복(幸福)을 택했다. 이에 국민총생산(GD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으로 대체한 새로운 발전 모델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탄의 ‘행복정책’은 1972년 당시 제4대 국왕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Wangchuck)가 성장(GDP)이 아니라 행복(GNH)을 국가발전의 잣대로 삼겠다고 씨앗을 뿌렸다. 그러나 부탄의 행복정책이 제대로 꽃 피우기까지는 30년이 더 결렸다. 2008년 들어선 제5대 국왕 지그메 남기엘 왕추크의 민주정부가 비로소 국민총행복을 국정의 핵심 틀로 채택하고, 체계적인 정책의 실천에 들어갔다.

부탄의 행복정책은 이미 잘사는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못 살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게 행복정책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이나 시골 마을은 나라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땅을 빌려주고, 마을은 이주할 기회를 준다. 이주비용과 정착 비용 등은 모두 국가에서 지원한다.

2008년 제정된 부탄 헌법은 “국가는 국민총행복 정책을 추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고”(9조) “모든 개발행위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총행복의 증진에 있다”(11조)고 천명했다.

집대성한 ‘국민총행복정책’을 통해 행복의 여건을 만드는 것이 국가발전 목표이다. 국제연합(UN)은 부탄정부의 ‘국민행복지수’에 착안하여 매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 국제 기념일로 2012년 총회에서 결의했다.

부탄 정부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경제발전 △문화의 보존 및 진흥 △환경보호 △민주적 관리를 국민총행복을 증진하는 4대 축(軸)으로 삼았다. 또 △심리적 웰빙 △건강 △시간 사용 △교육 △문화적 다양성 △민주적 관리 △공동체 활력 △생태 다양성 △생활수준 등 9개 영역에 33개 세부항목을 설정해 이를 측정하는 국민총행복(GNH)지수를 개발했다.

부탄 정부는 국민총행복을 잣대로 모든 정책을 심사한다. 즉, 새로운 정책이 제안되면 GNH에 영향을 끼치는 형평성, 양성평등, 부패, 수질과 대기오염, 스트레스 등 26개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다. 채점 결과 GNH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심사를 통과하지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채택될 수 없다.

부탄은 더디지만 행복과 부(富)를 함께 추구하는 선순환의 기운을 타고 있다는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대체로 일치한다. 행복정책은 세계적인 자연환경과 신비의 불교문화자산을 보유한 부탄의 현실과 부합하는 국가경영전략이다. 부탄의 경제도 수년째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유여행이 금지된 ‘은둔의 왕국’ 부탄을 여행하려면 체류 비용(성수기 하루 250달러, 비수기 200달러를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지불해야 관광비자가 나온다. 이 비용에는 숙식, 교통, 투어가이드비, 관광세(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자에게 ‘가이드 동반’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부탄은 산업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적어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망의 직업인 여행가이드의 봉급은 월 200-250달러 정도이다.

고유민속의상을 입고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는 부탄 국민들 <사진=신화사/뉴시스>

부탄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하여 각종 규제가 심하다. 예를 들면, 일할 때와 공공장소에서는 전통 의상 ‘고와키라’을 입어야 하며, 만약 어기면 벌금을 내야 한다. 건축물의 창틀 문양도 규격화되어 있다. 부탄 국민은 자연, 문화, 전통, 종교(불교), 임금(王)이 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현재 국왕 왕추크(37세)는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으로 2006년 즉위하여 절대왕권을 포기하고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를 도입했다. 부탄 어디를 가든 왕과 평민 출신의 왕비 그리고 어린 아들이 나오는 가족사진을 볼 수 있다. 이는 ‘국민총행복’은 단란한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선(善)하고 친절하다. 물질이 풍족하지 못하여도 주위에 비교 대상이 없으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부탄 국민 대부분은 아직까지 편리한 바깥세상을 잘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외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인터넷과 TV가 전부다. 현재 부탄에는 K팝, 한국 드라마 등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에는 카페, 당구장, 노래방 등 유흥시설이 들어섰다.

이에 부탄 사람들도 머지않아 행복 잣대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은 단단하며, 물질적 욕망과 불평을 억누르는 강력한 종교가 있다. 티베트 불교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생(衆生)을 위해 기도한다. 부탄 국민들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의심하지 않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더 많은 물질이 더 큰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같은 배경을 사전에 미리 알고 가면 자유여행을 금지하는 이 나라를 150% 만끽할 수 있다.

‘국민행복’ 순위는 조사방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민행복 순위 조사에서 부탄은 56등, 한국은 80등을 했다. 올해 유엔(UN)조사에서는 부탄은 97위, 우리나라는 56위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국가철학과 목표에 ‘행복’을 반영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대통령이 국정을 무난하게 운영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모든 국민에게 큰 행복을 주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1918-2013)는 27년 옥살이 후 1994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먼저 국민통합에 나셨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부탄 국왕의 말을 인용하여 페이스북에 올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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