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이 봄날, 당신의 불면을 숙면으로 바꾸려면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인생의 3분의 1을 바꾸면 나머지 3분의 2도 움직인다.” 인간의 순수 수면시간은 일생동안 평균 26년 정도 잔다고 한다. 수면은 인생의 1/3을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현대인의 건강수면은 어렵고 힘든 과제다.
수면이 단순히 하룻밤 적게 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부족한 잠이 ‘빚’처럼 몸에 쌓여 수면부채((睡眠負債)로 작용한다.
수면 부족의 축적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금전적인 빚과 같아 ‘수면 빚’(sleep debt)으로 인한 졸음은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같은 시간 동안 ‘굶는 것’보다 ‘자지 않는 것’이 더 죽을 위험이 높다. 만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생활이 지속되면 뇌에 노폐물이 누적되기 때문에 면역력에 관계된 기관의 활동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바이러스, 세균 감염 등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영국에서 잡지 <Idler>(게으름뱅이)를 발행하는 톰 호지킨슨(Tom Hodgekinson)은 2005년 출간한 저서 <How To Be Idle>(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에서 “잠이야말로 인생을 살며 누리는 가장 중요한 기쁨 가운데 하나이자, 슬픔을 이기게 해주는 좋은 친구이며, 창의적 생산성의 원천이므로 덜 일하고 더 많이 자라”고 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면 시간이 꼴찌로 나타났다. 즉, 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 짧은 7시간 41분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그보다 1시간 30분 이상 더 줄어 6시간 6분을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열필립스 글로벌임상연구소가 2015년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한국인 500명을 비롯해 총 10개국 8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 관련 조사 결과를 담은 ‘수면에 대한 세계의 시각’에 따르면. 한국은 응답자의 43%가 ‘일에 대한 걱정이 수면을 방해한다’고 답해 조사대상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 다음으로 브라질(33%), 중국(31%)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0만 5029명에서 2014년 48만 7202명으로 5년 새 약 18만 2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어두울 때 간뇌(間腦) 등면에 돌출해 있는 내분비선인 송과선(松科腺)에서 분비되는데,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이 내뿜는 ‘빛 공해’가 이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세계적으로 잠이 위기에 처한 건 분명하다. 이에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수면의 중요성을 널리 홍보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밤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는 춘분 바로 전 금요일(3월 16일)을 세계 수면의 날(World Sleep Day)로 정했다.
2018년 ‘수면의 날’ 슬로건은 ‘건강한 수면리듬, 건강한 삶’(Join the Sleep World, Preserve Your Rhythms to Enjoy Life)이다. 우리나라는 성인의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 동안 자는 것을 게으름, 단순한 휴식 등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수면시간을 줄여 ‘멍한 상태’로 오래 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좋은 업무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잠든 직후 90분을 ‘수면의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하루에 8시간 자고도 졸리는 사람과 6시간 자고도 기분이 개운한 사람의 차이는 숙면을 결정짓는 황금시간 90분으로 결정된다. 황금시간 90분은 체온과 뇌에 의해 결정된다. 밤에 질이 좋은 잠을 자기 위해서는 낮 동안 완벽하게 깨어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 최적화된 조명과 환경, 숙면에 도움을 주는 침구류 등도 중요하다.
대한수면학회가 권장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지침’은 다음과 같다.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기상 시간을 유지한다 △주말에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피한다. 이러한 습관은 짧은 기간 동안 3-4시간의 시차(時差)가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것과 같다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낮에는 밝은 빛을 쬐고, 야간에는 빛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와 음주를 삼간다 △낮에 졸려 낮잠을 자는 경우 30-40분 이하로 잔다 △저녁 늦게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는 것은 잠을 방해할 수 있다.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잠(수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5-6시간, 되도록 7-8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