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쑥국①] 봄철 통영 대표 먹거리 ‘등극’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향긋한 ‘쑥’은 봄의 전령사, ‘도다리’는 바다의 봄을 알려주는 반가운 생선이다. 바닷사람들은 도다리가 찾아와야 ‘봄’이라고 말한다. 도다리 맛을 아는 사람들은 살 오른 도다리를 별미로 먹는 최고의 방법으로 ‘도다리쑥국’을 꼽는다. 재작년 봄 가족과 함께 남해안은 여행하면서 경남 통영에서 먹은 ‘통영 대표 음식’인 도다리쑥국 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다리(Fine-spotted flounder, 학명 Pleuronichthys cornutus)는 경골어강, 가자미목, 가자미과에 속하는 바다 생선으로 한국·중국·대만·일본 등에서 서식한다. 도다리는 몸이 마름모꼴이며 입은 작고 눈은 오른쪽에 있으며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몸은 보통 회색이나 황갈색을 띠고 옆구리에는 부정형의 작은 암갈색 반점이 전면에 흩어져 있다. 몸길이는 30cm 정도이며, 척추골은 35-37개이다.
흔히 광어(넙치)와 도다리를 구분하며 ‘좌광우도’라는 말을 쓴다. 이는 광어는 왼쪽에 눈이 있으며, 도다리는 오른쪽에 눈이 몰려 있다는 의미다. 또한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광어,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도다리는 수심 100m 미만의 모래나 개펄 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헤엄쳐 다니며, 소형 연체류, 갑각류, 갯지렁이류 등을 잡아먹는다.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여러 번에 걸쳐 산란한다. 도다리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제주해역으로 이동해 월동하고 봄이 되면 북상하는 계절 회유성 어종이기에 주로 3-4월에 잡는다. 가을이 ‘전어’라면, 봄은 ‘도다리’다.
도다리는 광어에 비해 성장속도가 워낙 느려 상품가치가 있는 30cm 정도 성장하는 데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양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양식 광어는 도다리보다 저렴하지만 자연산 광어는 도다리에 비해 2-3배 비싸다. 도다리, 광어, 가자미 등 비목어(比目魚)는 한 방향만 볼 수 있어 서로 의지하려는듯 늘 한쌍으로 붙어 다닌다.
시인 류시화(60·본명 안재찬)는 1996년 발표한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에서 비목동행(比目同行)의 애달픈 사랑을 노래했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도다리는 원래 경남 통영·남해·거제 등 남해안 사람들이 먹던 제철 음식이다. 이들은 “겨울 추위를 이긴 야생 쑥에 연한 봄 도다리를 된장을 풀어먹으면 일년 내내 잔병이 없다”고 한다.
도다리쑥국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즉 된장·다시마·파 등을 우려낸 육수를 끓여 싱싱한 도다리를 토막을 내어 넣은 다음 끓이다가 여린 햇쑥을 풍성하게 넣고 끓여내면 된다.
봄이 오면 통영의 양대 시장인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는 ‘도다리쑥국’을 계절메뉴로 선보이는 식당들이 등장한다. 도다리쑥국에는 통영 앞바다 섬에서 채취한 잎이 여린 ‘햇쑥’을 사용한다. 도다리쑥국이 봄철 별미가 된 것은 도다리가 많이 잡혀서이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햇쑥이 나는 철이기 때문이다. 쑥의 향긋한 향은 생선의 비린 맛을 잡는다.
도다리 크기는 잡은 위치와 산란시점에 따라 결정된다. 몸통이 큰 것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잡은 것이며, 연안 해역에서 잡히는 것은 몸통이 작다. 몸통이 큰 도다리 가운데 산란한 지 얼마 안 된 것들은 살이 덜 올라 쑥국용으로 쓰고, 살이 더 오른 것은 일반 횟감으로 사용한다. 몸집이 작고 뼈가 연한 도다리는 뼈회(일명 세꼬시)로 많이 먹는다.
도다리의 일반 영양성분(100g당)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93kcal/ 수분 77.3g/ 단백질 20.4g/ 지질 0.7g/ 회분 1.4g/ 탄수화물 0.2g/ 섬유소 0/ 칼슘 20mg/ 인 244mg/ 철 1.4mg/ 나트륨 143mg/ 칼륨 430mg/ 비타민A 21RE/ 비타민B1 0.17mg/ 비타민B2 0.14mg/ 나이아신 4.4mg/ 비타민C 1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