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의 웰빙100세]”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부산 삼진어묵·통영 도다리쑥국·국제시장 ‘꽃분이네’

[아시아엔=박명윤 서울대보건학박사회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3월26일부터 부산과 경남 통영을 2박3일 여행하였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은 초행이었다. 숙소는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와 통영 거북선호텔에서 하루씩 묵었다. 두곳 숙소 위치가 길 하나 건너 바다여서 푸른 바다 구경을 만끽하였으며, 화창한 봄 날씨에 핀 봄꽃들도 감상하면서 여행을 즐겼다.

하루 한번 운행하는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논스톱 KTX 001편으로 오전 9시45분 출발하여 부산에 도착하니 12시2분, 2시간17분이 소요되어 일반 KTX보다 25분 정도 빨랐다. 한편 통영에는 철로가 없어 부산 해운대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약 3시간30분 정도 걸려 도착하였다.

부산에 도착하여 먼저 부산대표 음식 중 하나인 ‘어묵’을 제조하는 영도 소재 ‘삼진어묵’ 본사를 방문하여 70여 가지의 다양한 어묵을 구경하고 선물용으로 많은 양을 구입하여 택배로 서울로 부쳤다. 어묵은 흰살 생선을 잘게 갈아 약간의 밀가루를 넣어 뭉친 음식을 말하며, 튀기거나 굽거나 쪄서 먹는다.

어묵은 일본 무로마치 시대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는 숙종 45년(1719년) <진연의궤>에 ‘생선숙편’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를 한국식 어묵이라고 본다. 1953년 일본에서 어묵제조 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씨가 영도에 삼진어묵을 설립하였으며,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어묵 공장이다. 현재는 아들 박종수씨가 직원 250명이 근무하는 삼진어묵회사의 대표이며, 회사건물 2층에는 어묵박물관이 있어 1953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유명해진 ‘꽃분이네’ 잡화상점에서 기념품을 몇점 구입한 후 국제시장 내 식당에서 부산 지방의 향토음식 중 하나인 ‘밀면’을 맛있게 먹었다. 한 그릇에 5천원이지만 먹음직했다. 부산 ‘밀면’에는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이북 실향민의 사연이 담겨있다.

‘밀면’의 기원에 대하여 여러 설이 있으나 6.25 당시 피난민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전국 각지에서 부산으로 몰려든 피난민들 중에 이북 지역 출신 피난민들은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당시 구하기 힘든 메밀 대신에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보내온 구호물자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요즘 ‘밀면’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 감자 전분 등을 배합하여 만든 국수를 소 또는 돼지 뼈를 고아 낸 육수에 말아 시원하게 해서 먹는다. 밀가루가 주된 재료이기 때문에 자칫 소화가 잘 안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육수를 낼 때 감초, 당귀, 계피 등 한약재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고명으로는 삶은 계란, 수육, 오이 등이 나온다. 냉면과 비슷하게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있으며, 추운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온밀면도 있다.

26일 저녁은 광안리 해수욕장 횟집에서 각종 회를 푸짐하게 먹고, 저녁 7시부터 불을 밝히는 부산명물 ‘광안대교’ 야경을 감상했다. 해운대 한화리조트 숙소에서도 광안대교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저녁 9시경 부산에 거주하는 민주평통 교육민족화합포럼 임원들을 만나 정담을 나누었다.

27일 점심은 1970년 창업한 우리나라 대표 복국 중 하나인 ‘금수복국’ 본점(해운대)에서 먹었다. 금수복국은 본점 외에 부산 동래, 대전, 서울 등에 8곳 직영식당이 있으며 은복, 밀복, 까치복, 활복 등 다양한 복국을 맛볼 수 있다. 점심 식사 후 버스편으로 통영에 도착하였다.

통영은 따뜻한 기후를 가진 남해안 항구도시이다. 해안선의 굴곡이 육지와 잘 어울리고 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바다가 아름다워 일찍부터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렀다. 나폴리는 이탈리아 서남부에 위치한 천연항으로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아름답다.

1995년 도농 통합에 따라 통영군과 충무시가 통합되어 새로운 통영시가 되었다. 인구는 약 14만명이며, 유인도 41개와 무인도 109개의 총 150개의 부속도서가 있다.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8부 능선에 오르면 한산대첩의 역사적인 현장과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선시대에 ‘삼도’(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수군통제영이 통영에 설치되면서 12공방을 두었다. 한산대첩 현장에 위치한 ‘이순신공원’을 찾아 충무공 동상 앞에서 장군의 위대한 업적을 기렸다. 동상 아래에는 “필사즉생 필생즉사” 즉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는다’는 장군의 좌우명이 새겨져 있다.

통영은 시인 유치환(1908-1967), 화가 전혁림(1915-2010),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소설가 박경리(1926-2008) 등 예술계의 거목들이 나고 자란 곳이다. 또 이중섭(1916-1956) 화백이 대표작인 ‘소’ 연작을 창작한 곳이며, 백석(1912-1996) 시인이 애틋한 연시를 쓴 ‘예술의 도시’이다. 통영에 ‘박경리기념관’, ‘전혁림미술관’이 있으며,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가 매년 봄 열린다.

통영 중앙전통시장 동편에 위치한 ‘동피랑’(동쪽 벼랑)은 시민이 뜻을 모아 오래된 달동네 철거를 막고 벽화마을로 다시 탄생하여 연간 100만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동피랑 벽화마을 분위기에 반해 이곳에 거주하면서 작업실로 삼은 예술인들이 있다. 우리 가족이 동피랑을 방문했을 때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중앙시장 서편에는 ‘서피랑’ 99계단이 조성되어 있다.

저녁 식사는 통영의 번화가에 위치한 ‘중앙시장’에서 지역음식인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1인분 1만5천원으로 정말 맛이 있었다. 통영에 도다리쑥국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였으며, 2000년대 중반 신문과 잡지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봄 음식’이 되었다. 통영의 봄은 도다리쑥국과 함께 온다고 하며, 웬만한 식당은 봄 특별 메뉴로 도다리쑥국을 내놓는다. 살이 연한 도다리에 쑥을 넣은 국을 먹으면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은 도다리 살은 입에서 사르르 녹고, 쑥의 향긋한 맛은 길게 여운을 남긴다.

통영에서 전국 굴의 80%가 생산되며,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4월까지가 제철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라고 하는 굴에는 비타민 A, B1, B2, B12, 아연, 요오드, 철분, 칼슘, 구리, 망간 등이 풍부한 산성식품이다. 싱싱한 굴에 알칼리성 식품인 레몬을 짜 넣어 먹으면 균형 잡힌 음식이 된다. 제19회 ‘한려수도 굴축제’(Oyster Festival)가 굴요리 시식회, 굴까기 경연대회, 연예인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3월28일 열렸다.

남해안에 위치한 통영은 주변에 섬들이 많아 파도가 늘 잔잔하며, 바다가 너무 깊지 않아 굴 양식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굴은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껍데기 안에 있는 연체동물로 이매패(二枚貝)로 분류된다. 껍데기가 둘 다 있는 각굴(石花)은 찜용으로 사용하며 구이를 할 때는 껍데기가 쩍하고 벌어지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암벽에 굴과 함께 붙어있는 왼쪽껍데기만 있는 ‘하프셀’은 횟감, 굴요리용으로 사용한다.

깐굴은 크기별로 대, 중, 소로 나뉘어져 대굴, 중굴, 소굴로 분류한다. 대굴은 굴밥, 굴전 등에 주로 사용하며, 중굴은 횟감용 생굴로 적합하여 가장 많이 판매되는 굴이다. 소굴은 크기가 작아 어리굴젓 등 젓갈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가격은 중굴을 기준으로 대굴이 싸고 소굴이 비싼 게 일반적이다.

멍게도 전국 생산량의 70%를 통영에서 차지한다. 멍게는 봄까지가 가장 맛이 있으며, 멍게비빔밥, 멍게해물뚝배기 등으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통영의 명물 ‘꿀빵’에는 팥, 유자, 고구마, 호박 등을 넣으며, 멍게를 넣어 만든 ‘멍게빵’도 맛이 있다. 고구마와 팥으로 쑨 죽인 ‘빼떼기죽’도 통영 지역음식이다.

17세기 중엽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調理)책인 <음식디미방>은 안동 지방의 반가(班家) 음식을 기록했다. 이 책에 쑥국(쑥탕)에 관한 조리법이 있으며, 내용은 “정월과 이월 사이에 쑥을 뜯어 간장국에 달여라. 꿩고기를 잘게 다져 달걀에 기름을 넣고, 마른 청어를 잘게 뜯어 넣어 끊이면 매우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경상도 쑥국의 특징은 마른 청어인 과메기를 넣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 따라 미역, 조갯살을 넣은 쑥국도 먹는다.

‘도다리 쑥국’은 도다리의 담백한 속살과 향기로운 쑥의 향기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쑥의 진한 향이 생선의 비릿한 냄새를 없애주기 때문에 강한 양념을 따로 넣지 않아도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도다리쑥국은 취향에 따라 살을 발라내서 부드럽게 끓여 먹거나 생선을 통째로 넣어 끓이는 방법 등이 있다. 봄철 춘공증에 좋은 건강식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도다리는 봄이 제철이다.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하는 납작한 바닷고기이며, 30-40cm까지 자란다. 도다리 맛은 3월 진달래 필 무렵부터 4월 벚꽃 피는 시기를 최고로 친다. 일반인들은 횟감으로 많이 찾는 도다리와 광어(넙치) 구별을 헷갈려 한다. 바다 밑바닥에 붙어사는 납작한 생선들은 생김새가 비슷하고 색깔도 갈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비슷한 색이어서 헷갈리기 쉽다.

‘좌광 우도’ 즉 생선을 정면으로 보아 눈이 왼쪽에 몰려 있고 입도 왼쪽을 향해 갈라져 나오면 광어이며, 오른쪽이면 도다리다. 시중 횟집에 나오는 광어는 대부분 양식된 것이지만, 도다리는 대부분 자연산이다. 즉 도다리도 양식이 가능하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