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北지뢰도발에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 이렇게 본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북한의 지뢰공격에 대해 보복이 시작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작 확성기방송이냐”고 한다.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으로서는 가장 혹독한 댓가다. 남북군사대화가 시작된 이래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키기 위해 매달렸다. 2004년 6.4합의에 의해 대북방송이 중단됐다.

당시 북쪽 책임자는 김영철이었는데 지금도 정찰총국장으로 대남 도발의 총수다. 우리의 확성기 방송은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오늘 어느 지역에서는 비가 오겠다” “어느 지역은 맑겠다”는 등 평범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예보는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북한군은 “한국의 기상예보가 얼마나 발달되었기에 이리도 정확한가” 하고 탄복했다. 자유로에 오가는 자동차 불빛을 보고 “한국에 자동차가 얼마나 많아서 저리 불야성(不夜城)이냐”고 탄식했다.

북한이 여기에 얼마나 매달리는가를 보기 위해 20km 정도 떨어진 곳의 노동당사에 있는 존엄구호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하시다”를 제거하라고 협상조건으로 요구했다. 이것은 물론 김정일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북한군은 이 요구도 수용하였다. 이만큼 대북방송은 북한에 치명적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우리에게 대단히 유효한 전략적 공세력(攻勢力)이다.

이런 대응은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집행에는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 없이 군에서 준비된 대로 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대단히 다행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천안함 공격이 일어났을 때 참석한 안보회의 멤버 가운데 군 경험이 있는 사람은 국방부장관뿐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이들은 두 시간 동안 갑론을박만 했다. 군맹무상(群盲撫象)이 따로 없었다. 해군은 어뢰공격을 받았다고 하면 책임이 클가봐 사고일 수도 있다고 하였다. “6.25때 부설한 기뢰가 떠돌아다니다가 천안함이 부딪쳤다?”고. 북한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면 작전을 책임진 합참의 책임이고, 사고가 났다고 하면 군정을 책임진 참모총장의 책임이었다. 어느 쪽이 책임회피에 유리할까 하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하기는 지금 총리도 피부병 때문에 병역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믿는 것은, 도발원점까지도 타격하겠다고 하여 북한이 암살조를 보낸 안보실장이라는 것이다.

유엔사 정전위 조사를 끝내고 북한의 도발이 확실해지면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시간이 늦다. 대응조치는 사전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대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해야’(swift and resolute)한다. 포탄이 날아왔는데 유엔사 군정위의 확인을 받아 조치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사와 사전조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번의 지뢰도발은 서해에서 도발하면 포탄이 즉각 날아온다는 것을 의식한 도발이다. 우리의 원점타격에 겁을 먹고 있다는 표시다. 즉각 도발원점에 대한 반격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심리전의 재개는 가장 유효한 반격이다. 양쪽이 모두 흥겨워하도록 싸이의 노래를 쾅쾅 틀어주라.

2004년 6.4합의는 남북군사회담에서 북한이 건진 최대의 성과였다. 이것이 끝나자 북한은 군사회담에 나올 이유가 없게 됐다. 국방부가 이번의 도발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남북관계가 달려 있다. 위기는 기회다. 북한은 시간이 지나면 심리전 재개가 남북관계에 지장을 준다고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온 인사들을 동원할 지도 모른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전략적 행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도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전제 하에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것은 협상의 철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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