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노태우의 ‘인사 성공사례’ 3가지···KIST원장 최형섭·ADD소장 신응균·전쟁기념관장 이병형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가본 적이 있는가? 노태우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노태우의 훌륭한 점 가운데 하나는 육군본부가 계룡대로 이전해 가서 생긴 공간을 전쟁기념관으로 활용해야 되겠다고 착안한 것이다. 둘째는 이를 추진할 책임자로 이병형 장군을 지명한 것이다. 이병형 장군은 박정희가 추진한 전력증강계획의 산파였다. 노태우는 연대장 때 이병형 장군을 군단장으로 모시면서 그 인품과 능력에 감명을 받는다. 노태우는 하나회였지만, 이런 분간은 할 수 있었다. 정평이 있는 선배들에 대해서는 나름의 평가를 하고 있었다.

이병형 장군이 항공력의 중요성에 대해 남다른 견식을 가졌지만 문물을 평가하는데도 남달랐다. 그는 전쟁기념관을 짓기 위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돌아보고 국내에서 공모한 전쟁기념관 설계에 썩 만족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이병형은 “한국 사람은 대체로 우수하나, 이태리나 프랑스와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는 찾기 어려운 없는 것 같다”는 평을 하였다. 전쟁기념관을 구미에서는 ‘war memorial’이라고 한다. 부르기도 좋고 금방 들어온다. 이병형도 이러한 명칭을 찾았으나 대체할 이름을 찾지 못해 굳어졌다.

박정희가 KIST를 최형섭, ADD를 신응균에 맡긴 것이나 노태우가 전쟁기념관을 이병형에 맡긴 인사는 탁월했다. 이러한 인사는 오랫동안 그 분야의 인물을 지켜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을 중시하는 것도 일리는 있다. 문제는 안목과 경험이다. 최형섭은 국내외에 길러진 인재를 볼 수 있었다. 인재를 구하는 데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특히 학연에 매여서는 안 된다. 이른바 명문고, 명문대 출신은 여기에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한국의 R&D 예산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KIST 책임자 같은 임무를 맡은 사람은 오늘날 대학과 연구소에 자리와 연구비를 나누어주는 데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다. 대통령은 그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 그동안 과학기술권력을 쥔 인사 가운데는 의외로 실망스러운 인사도 있었다. 장군과 학자들 가운데는 언론을 활용하여 분에 넘친 자리에 간 인사도 있다.

국방과학연구소장은 국방부장관, 합참의장을 지낸 분 중에서 기업경영, 과학기술에도 안목을 갖춘 분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 가능하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인물을 구하는 것이 좋다. 대통령은 국방분야 인사의 경우 장관, 의장, 총장, 국방과학연구소장만 잘 고르면 된다. 실제 일은 그들이 하는 것이다. 평시에 군정에서 국과연 소장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참모총장은 양병(養兵)을 하는 것이고 장관과 국과연은 군정(軍政)을 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국과연을 통제하는 현재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노무현 시절 급격히 이루어진 이 변경에 최초부터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결과는 보아온 대로다.

야마모토 곤노효에(山本權兵衛) 해군차관은 청일전쟁 수준의 해군을 러일전쟁을 할 수 있는 해군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일대 쇄신을 단행했다. 이것은 그가 사쓰마 해군의 적자(嫡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합함대사령장관으로 한직에 있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를 발탁한 것은 특출하다. 이병형 장군을 전쟁기념사업회장으로 모신 노태우가 참모총장 인사에서는 하나회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를 했다. 전두환 중심의 군맥을 노태우 중심의 9.9군맥으로 개편하는 데서의 사욕(私慾)이 문제였다.

인사는 대통령의 특권이기도 하고 화근(禍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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