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은 지면서도 다 봤다” 박용주 시인의 5.16쿠데타와 5.18광주민주항쟁

지는 목련꽃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박용주는 시 ‘목련이 진들’로 1987년 전남대 ‘5월문학상’에 당선했다. 당시 시인의 나이 15살, 전남 고흥 풍양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그 때 시들을 모아 시집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를 펴내고 난 이후에는 시작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신록이 눈부신 계절 오월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온갖 새싹들이 4월의 망설임을 딛고 제 모습을 갖추고 태양을 향해 줄달음치고 생명력의 환희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때다.

그런데 우리네 오월은 희망과 설렘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5.16 군사쿠데타라는 굴절과 5.18이라고 하는 피에 젖은 역사이기도 하다. 5.16은 관동군 출신의 친일 군사무뢰배 박정희(다카키 마사오)의 역사 유린이었기에 우리에게는 굴욕이었고, 5.18광주민중항쟁은 민중들의 피가 강물로 흘러 넘쳤지만 그 피 흘림이 이 나라 민주화운동의 초석이 되어 마침내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끝장내는 이정표가 되었기에 빛나는 역사다.

따라서 우리에게 광주항쟁은 두 가지 감정으로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무고하게 죽임당하고 사후에도 매도당했던 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죄스러움, 슬픔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항쟁에서 살아남아 그 이후의 역사를 이끌어온 항쟁의 전사들과 그들과 함께 발맞추며 투쟁해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다.

아래 시 ‘목련이 진들’에는 표층적으로는 전자의 감정이 두드러지지만 내면적으로는 후자를 깊게 포함하고 있다. 시인은 5.18 광주 민주영령들을 목련처럼 “순백의 영혼으로” 비유하면서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으로 끊임없이 피어나는 것을 목도하고 그런 역사를 계승할 것을 우리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다. ‘목련이 진들’은 1980년 5.18 광주 민중항쟁을 온전하게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목련이 진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박용주,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 장백문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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