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시인의 뜨락] 방정환 작사 이런 ‘어린이날 노래’ 아십니까?

[아시아엔=김창수 시인] 방정환(1899~1933, 사진 왼쪽)은 1921년부터 ‘천도교소년회’를 조직해 활동하면서 5월 1일을 ‘어린이날’(후에 5월 5일로 조정됨)로 선포하고, 세계명작동화집 <사랑의 선물>을 펴냈다. 순수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고, 아동문화운동단체 ‘색동회’를 조직했다.

천도교 2대 교주였던 해월 최시형(사진 오른쪽)은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을 볼 때면 “한울님을 때리지 말라”라고 하였다. 그것은 어린이 안에 한울님이 모셔져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해월의 아동관은 ‘Modern School’의 창시자 프란시스 페레(Francisco Ferrer)의 교육 평전(評傳) <꽃으로도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방정환의 아동관도 해월의 아동관을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다. 방정환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고 하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을 몸소 실천하였고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봐주시오”(방정환, ‘어린이날선언문’ 중에서)라고 하여 어린이를 한울님처럼 대하였다.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것은 그 날 하루만이라도 어린이를 잘 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날 하루처럼 1년 내내 어린이를 존중하고 사랑하자는 의미였다. 어린이 사랑에 온 마음과 뜻을 바치다 간 방정환의 사상과 실천은 페스탈로찌?이상이다.

생각해보면 필자는 시인 킴벌리 커버커의 시 제목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처럼 자식을 하느님으로 알았더라면 자식들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았을 터인데, 자식들이 내 품안에서 떠난 후에야 자식을 어떻게 만났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인 자는 없지만 적어도 결혼을 할 나이가 되면 부모는 어떤 존재인지를 깊게 생각해 보았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터인데…

어린이날이다. 다 커버린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날이다. 염치없지만, 어린이들이 부모의 무지와 이기심으로 상처받지 않고 함박꽃처럼 활짝 웃을 수 있는 어린이날을 기대한다.

어린이날 노래 방정환 작시, 외국곡

1절

기쁘다 오늘날 오월 일일은

우리들 어린이의 명절 날 일세

복된 목숨 길이 품고 뛰어 노는 날

오늘이 어린이의 날

2절

기쁘다 오늘날 오월 일일은

반도 정기 타고난 우리 어린이

길이길이 뻗어날 새 목숨 품고

즐겁게 뛰어 노는 날

후렴

만세 만세를 같이 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기쁜 맘으로

노래를 부르며 가세

(출처 <동아일보> 1925년 4월 30일자 부록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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