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야당 출신 단체장이 두테르테 대통령 ‘마약전쟁’ 지지하는 이유

마리페 시장(오른쪽)과 필자

 

[아시아엔=문종구 <아시아엔> 필리핀 특파원, <필리핀바로알기> 저자]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차량으로 1시간쯤 가면 바밧논(Babatngon)이라는 시골이 나온다. 이곳 인구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과 비슷한 2만8천명, 면적은 남양읍의 두 배 가량 되고, 주민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가난하지만 지극히 평화로운 고장이다.

필자는 최근 20대 중반부터 줄곧 바밧논 읍 의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읍장에 당선된 마리페(41)씨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사진설명 바낫논 읍 전경

마리페에 의하면, 두테르테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바밧논 읍에서만 300여명의 마약복용자와 마약상 10여명이 자수했다. 마리페 읍장은 “그들이 자수한 동기는 ‘공약하면 반드시 실행하는’ 두테르테에게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녀는 “두테르테 취임 후 바밧논 읍의 강력범죄 발생율이 뚝 떨어져 치안이 안전해졌다”며 “마약범들은 매주 읍사무소나 정부가 지정하는 곳에서 시행하는 재활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읍장으로 일하는 이곳에서는 지난 9개월 동안 ‘마약과의 전쟁’ 와중에도 마약 관련 사망자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마리페 읍장은 LDP(자유민주당) 소속으로 두테르테와는 당을 달리한다. 현재 필리핀 집권당은 민주당(PDP-laban, laban은 lakag ng bayan의 준말로 ‘강한 나라’란 뜻)이다.

그녀는 “나는 두테르테와 같은 정당 소속은 아니지만 그의 마약전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나라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마리페는 “필리핀의 주류언론들은 마약전쟁으로 발생하는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다”면서, “그 언론사 대부분이 두테르테와 사이가 나쁜 갑부들의 소유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해 92%에서 지난주 조사에선 76%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아직도 필리핀 국민 10명 중에서 8명은 두테르테가 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두테르테 집권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의 메이저 언론들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그를 끈질기게 비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두테르테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 “‘공약하면 반드시 실행한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전쟁 외에도 자신이 공약했던 사항들을 꾸준히 실행에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리핀은 수십년간 반군(이슬람반군/공산반군)들과 내전을 벌이고 있다. 두테르테는 평화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반군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취임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주 발생하는 부상병들을 위로·격려하기 위해 수시로 교전지역으로 달려가고 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반군과의 교전지역에 자주 나타나는 현직 대통령은 두테르테 외에 없었다.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국가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와 책임감이 얼마나 투철한지 필리핀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뿐 아니다. 두테르테는 부정부패와 비리혐의가 드러난 중하위 공무원들 수백명을 올해 초 해고하였는가 하면, 불법혐의로 조사 또는 재판받고 있는 경찰관 300여명을 무슬림무장 세력들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으로 전출시켰다.

뇌물수수 혐의가 있는 이민국 차관급 관리 2명을 지난해 말 해임한 데 이어 지난 주에도 뇌물수수 혐의가 있는 내무부 장관을 해임했다. 그들은 해임 후 조사와 함께 재판을 받게 되어 있다. 공직자들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만 있어도 주저없이 응징하겠다는 두테르테의 공약이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서민 복지 향상과 관련한 공약도 실행 중이다. 지난 정부가 임대수익용으로 구입했던 수백 대의 농기계들을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으며 농민들에게 부과되었던 관개수로이용료를 철폐했다. 카지노와 복권 등 사행산업을 관장하는 기관(PAGCOR)의 수익금 전액을 서민들의 교육과 의료 지원에만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3월에는 계약직(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지난 수십년간 필리핀 주택개발공사(NHA)에서는 서민용 주택을 지어 장기저리로 분양하고 있었는데, 3월 말 두테르테는 초소형크기(20평방미터) 서민주택 1만여채를 극빈자(도시빈민)과 태풍 등 재해피해자에게는 무상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두테르테와 사사건건 맞서고 있는 트릴랴네스 상원의원이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두테르테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매달 임대료를 걷겠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가진 자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게 유도하는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정부에서는 두테르테의 지시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1달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도 이곳 필리핀 교민들과 마찬가지로 재외국민투표를 하기 위해 올해 만 19세가 된 큰 아들과 함께 등록해 투표준비를 마쳤다.

국민들이 정신 바짝 차려 능력과 지성을 갖춘 대통령을 선출하길 기대한다. 적폐청산과 빈부격차 해소를 공약하고, “공약하면 반드시 실행하는” 머슴을 다음 달 새 대통령으로 진정 맞이하고 싶다.

두테르테와 같이 “우리 국민들이 천당에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지옥에라도 기꺼이 가겠다”는 투철한 봉사와 희생정신, 그리고 ‘대통령과 모든 공직자들은 국민의 종’이라는 민주의식까지 제대로 갖춘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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