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치료와 재활로 일상 침투한 마약 억제해야”

” 2022년 상반기 마약사범 5,988명을 검거했으며, 작년 상반기 대비 17.2% 증가했다. 2021년 국내 마약 사범 재범률은 36.6%이다. 마약 중독은 질병(Disease of Addiction)이며, 중독성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 마약 범죄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므로 치료와 재활로 일상으로 침투한 마약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2021년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10만306명 중 4분의 3이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오피오이드(Opioid)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5년 마약성 약물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5만2404명인데 그중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이 63%(3만3000건)나 됐다. 뉴욕에서는 의사 1명이 2013-2017년 5년간 220만개 오피오이드를 환자들에게 처방했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코로나 대유행기 스트레스와 고립을 겪으면서 약물에 의존한 게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말기암 환자용인 ‘최후의 진통제’ 펜타닐(Fentanyl) 처방 건수가 10대 3343건, 20대 2만2205건, 30대 4만5261건으로 7만건에 달한다. 한성대 윤흥희 교수(마약알코올학과)는 “과거 마약이 4050 중년층 사이에 성행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SNS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놀이처럼 유행하고 있다”면서 “지금 펜타닐은 1980년대 비행 청소년들이 자주 마시던 부탄가스나 본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펜타닐 치사량은 2mg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마약 열풍의 원인으로 미국(37개 주), 캐나다, 우루과이 등 50여 나라가 대마초 유통에 법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어 큰 경각심 없이 자유롭게 피우곤 하는데, 이에 노출됐던 젊은 층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대마초 등 마약을 찾고 있다.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마약 거래 흔적을 숨길 수 있어 음성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되면서 젊은 층이 쉽게 마약을 접하게 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우울감이 증가하여 마약을 찾게 된다.

태국 정부가 아시아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한 지 석달이 지난 가운데 식당·나이트클럽에서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음식과 음료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난 9월 8일 보도했다. 당초 태국 정부의 “의료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공언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현지 의료 단체들은 “의료용과 향락용 대마를 구분해 불법 유통에 대해선 엄격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지난 6월 초 정부의 대마 합법화 발표 이후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50대 남성이 대마 과다 섭취로 사망하고, 어린이가 대마 성분이 들어간 과자를 먹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태국 보건 당국은 “미성년자와 임신부에게 대마를 판매해선 안 된다”며 뒤늦은 규제책을 내놓았지난, 향락용 대마 판매 및 섭취엔 단속이 없어 사실상 정부가 이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남아 인기 관광지인 태국이 글로벌 ‘불법 대마 관광’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 관광지를 소개하는 한 웹사이트엔 대마 관련 음식을 파는 태국 식당을 모아둔 리스트까지 버젓이 공개되고 있다. 주태국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대마 흡연을 하면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며 “귀국 시 대마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우리나라 마약 사범은 20대와 30대가 제일 많고 10대도 있다. 마약은 뇌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촉진하며, 반복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여 중독에 빠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도파민을 만드는 과정을 파괴시켜 정신병이 생길 수 있다. 마약 중독은 단순히 ‘내가 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이 전국에 총 21곳이 있으나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2개소(인천 참사랑병원, 경남의 국립부곡병원)뿐이다.

미국은 전국에 약 3천여 곳에 약물 법정(Drug Court)을 두고 판사와 검사, 변호사 외에 의료인과 보호관찰관 등이 모여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9-18개월 동안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치료재활뿐만 아니라 퇴소 후 사회 적응을 돕는 데에도 역점을 둔다. 약물 법정 도입 이후 재발률이 크게 줄었다. 일본에는 회복된 약물 경험자가 직접 운영하여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과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는 마약중독 치유재활센터(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가 전국에 90곳이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마약 사범 검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많은 검거에도 불구하고 마약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마약사범 5,988명을 검거했으며, 작년 상반기 대비 17.2% 증가했다. 2021년 국내 마약 사범 재범률은 36.6%이다. 마약 중독은 질병(Disease of Addiction)이며, 중독성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 마약 범죄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므로 치료와 재활로 일상으로 침투한 마약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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