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게이트웨이②] 오늘 ‘세계 마약퇴치의 날’…‘마약수사청’ 설립 검토를

마약과 주사기 등 각종 투여기구

미국은 1973년 법무부 산하에 ‘마약단속국’이란 마약퇴치 기구를 창설했다.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은 미국 내 마약의 유통을 적하고 수사하는 것을 넘어, 남미(南美) 등에서 마약 소탕 작전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남미 등으로부터 마약이 밀반입되기 때문에 공급자들을 뿌리 뽑는다는 목적이다.

미국 내에서 마약범죄를 중심으로 대응하느라 사회 전반에서 마약을 억제하는 정책에는 실패했다고 본다. 마약은 투약자를 처벌하거나 공급선을 제거하더라도 그동안 중독된 수요가 남아있기 때문에 처벌만 갖곤 근절이 불가능하다. 이런 지적에 미국 정부는 마약 예방교육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연방 프로그램을 1989년 출범시켰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초 펜타닐(Fentanyl) 등 최근 확산한 마약성 진통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추가로 15억달러(약2조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펜타닐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증후군(CRPS)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 진통제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미국에서 마약으로 오용되어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금단증상으로 단약(마약 끊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마약 문제는 진정되기는커녕 매년 악화하고 있다. 1990년대 10만명 당 3명 수준이던 마약 과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20년엔 10배 수준인 10만명 당 28명으로 급증했다. 자살(10만명 당 15명)이나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사망(11명)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 마약 문제를 초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고착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근 발간된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向精神性醫藥品) 성분 수는 180개에 달한다. 같은 성분의 복제약(複製藥)까지 포함하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성 의약품 수는 훨씬 많다.

마약(痲藥, narcotics)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오·남용(誤濫用)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을 말한다. 마약류(痲藥類)란 일반적으로 기분, 생각 등에 변화를 줄 목적으로 섭취하여 정신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정의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가 해당된다. 마약은 일반적으로 생약(生藥)에서 추출한 천연마약, 추출 알칼로이드, 화학적으로 합성한 합성마약으로 구별한다.

마약류는 투여 시에 의존성과 내성(耐性)이 나타나며, 투여를 중단하게 되면 금단증상(禁斷症狀)이 나타나므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해를 끼치게 된다.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강력히 규제되고 있는 약물이다. 따라서 허가 없이 제조, 소유, 판매 및 사용하는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뉴욕 최초로 합법적 기호용(嗜好用) 마리화나(marijuana) 판매점 ‘하우징 워크스 칸나비스’가 지난해 12월에 개점했다. 이 판매점에서 대마초(大麻草)를 구입하면 합법이기에 수많은 시민들이 새벽부터 몰려 3시간만에 마리화나가 동났다고 한다. 뉴욕주가 지난해 말부터 대마초를 공식 판매한 이후 다른 불법 마약 거래까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마초 중에서 환각성을 가지는 THC 성분이 0.3% 미만인 헴프(HEMP)는 소아 뇌전증(간질, epilepsy) 치료에 쓰이고 있다. 마리화나는 다른 마약에 비해 사회적 해악이 덜하고 해악이 더 심각한 다른 마약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나라와 지역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콜로라도주(州)를 시작으로 미국 50주 가운데 뉴욕주 등 21주가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미국에서 대학생들이 파티를 하는 곳에는 거의 대마초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성인(16%)이 담배 흡연자(11%)보다 많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콜로라도주는 대마를 법적으로 허용한 후 다른 마약 사용자까지 덩달아 늘어나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합법적 대마를 위해 콜로라도를 찾은 이들이 늘면서 범죄와 사고가 급증했다. 콜로라도주 수도 덴버에서 버스나 인도, 카페 등에 마약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중독자들을 일상처럼 만날 수 있다.

대마초(cannabis)는 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마약류의 물질로서, 4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 중에는 카나비디올, 카나비놀 등의 카나비노이드(cannabinoids)가 60여 종이나 포함되어 있다. 대마초에 들어있는 카나비노이드 중 향정신성 효과가 가장 큰 물질은 델타나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delte-9 tetrahydrocannabinol)로 약칭해서 THC라고 한다. THC는 수 백 마이크로그램(ug)만으로도 환각(幻覺)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마(大麻)는 중앙아시아 원산의 ‘삼’과 식물로 한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대마를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했으며, 지금도 삼베를 만들기 위해 삼(대마)을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 시대부터 삼베옷을 입었다는데 마약(痲藥)으로 사용한 흔적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마초 흡연은 베트남 전쟁(Vietnam War, 1975년 종전) 즈음부터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히피(hippie)문화가 유행했을 때 핵심 중 하나가 마리화나(대마초)였다.

국내 마약 범죄 중 대마초 흡연의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필로폰 등 주사 투약 위주의 다른 마약보다 비교적 복용이 쉽고, 합법화된 외국에서의 밀반입도 쉽기 때문이다. 대마 관련 범죄는 2018년 938건이던 것이 2022년 2084건으로 122.2%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마약류 전체 검거 건수가 52.8% 증가한 것에 비해 대마 범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대마는 외국 유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여겨 해외에서 피우던 대마를 국내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마초가 중독성이 낮은 연성(軟性)마약이라고 하지만 필로폰(philopon)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입문하는 게이트웨이(gateway, 입구) 역할을 하므로 경각심을 갖고 강력 단속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마약 문제를 막지 못하면 미국처럼 막대한 사법 비용을 들이더라도 더 이상 현상 유지밖엔 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권 조정에 따라 축소된 검찰 내 마약 전담 부서를 부활하고, 마약류의 유입 감시, 유통 단속, 사법 처리, 치료와 재활, 교육과 홍보로 분류하여 범정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여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마약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약수사청’ 설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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