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의 커피인문학] ‘문화코드’ 정착 ‘커피 유네스코 문화유산’ 2곳은?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향미전문기자] 세계 커피 소비량이 2011년 이래 연평균 2.5% 증가하고 있다.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2014년에는 세계적으로 60kg들이 커피가 1억5천만 포대가 팔려나갔다. 여기에 중국이 커피에 눈을 뜨면서 시장을 삼킬 블랙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중국 커피 소비량이 연평균 12.8%로 고속성장했다. 2020년에는 중국 커피 소비량이 5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짜이를 즐기던 인도 사람들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커피마니아로 변하고 있다. 커피는 끝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이쯤 되면 커피는 인류를 정의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될 만하다. 커피와 관련한 모든 것이 소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겠는데, 유네스코는 이미 커피와 관련해 2곳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첫째가 지난 2000년 등재된 ‘쿠바 남동부 최초 커피 재배지 고고 경관 (Archaeological Landscape of the First Coffee Plantations in the South-East of Cuba)’이다. 시에라 마에스트라 지역 산악 계곡의 가파른 언덕에 있는 171개의 커피 재배 농장들이 펼쳐져 있다. 커피를 말리는 계단식 건조마루와 아치형 송수로 등 19세기 전통 재배법을 보전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어 2011년에는 콜롬비아의 칼다스(Caldas), 킨디오(Quind?o), 리사랄다(Risaralda), 바예델카우카(Valle del Cauca) 등 4개 주에 걸쳐 있는 2만 4000여개의 소규모 커피농장들이 등재됐다. 이곳은 ‘콜롬비아 커피의 고향’으로 불리는 대표적 재배지로서 100여 년 동안 전해 내려온 고지대 커피 재배의 전통과 고지대 재배에 적응하기 위한 농부들의 노력이 담긴 문화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커피를 소비하는 나라의 사람들과 현지인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한국의 적잖은 커피애호가들이 커피세계유산을 보면서 자연을 개척한 인류의 노력을 높이 산다. 더불어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청정지역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난 12월 8일 커피문화경관지역이 있는 콜롬비아 킨디오를 찾아 카를로스 데두아르도 오소리오 부리티카(Carlos Eduardo Osorio Buritica)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킨디오의 커피 밭을 둘러보세요. 사람이 잠시라도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가파른 계곡에도 커피나무가 심겨져 있습니다. 커피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낭떠러지 절벽에서도 새빨간 커피열매가 열립니다. 개화기 때는 계곡 전체가 눈이 내린 듯 하얀 꽃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에덴동산이 아마 이처럼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인류가 자연을 개척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커피재배를 허락한 것이지요. 우리는 자연이 이끄는 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비결은 순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킨디오의 커피문화경관은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국내에서도 커피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와 전남 고흥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겨울에 뿌리가 얼기 때문에, 커피는 열대와 아열대지역에서만 자란다. 겨울이 있는 온대지방에서는 대규모 노지재배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온난화현상과 함께 제주에서도 커피를 대량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감귤나무를 비닐하우스로부터 해방시킨 경험이 있는 제주도민들로서는 더욱 그렇다. 낮은 기온을 견뎌내는 품종개량의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자연이 허락을 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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