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카페 커피로스팅] 커피맛 결정은 ‘로스팅’ 혹은 ‘생두’?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향미전문기자] 바리스타 혼자 운영하는 ‘원맨카페(One Man Cafe)’는 둘 중 하나다. 커피 맛에 승부를 걸고 원두판매에 초점을 맞췄거나, 아니면 저렴한 값으로 테이크아웃(Take out)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다.
원맨카페의 주인장들이 커피에 대한 탐구력이 남다르지만 치열한 경제현장에서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찾아내 순발력 있게 접목하기란 쉽지 않다. 생계문제 때문에 우물을 찾는 심정으로 다급하게 카페를 열었다 해도 잠시 숨을 고르고 경쟁력을 키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시장에는 이미 세력을 키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득시글하다. 원맨카페의 매력은 ‘커피에 대한 진정성’이다. 그런 마음을 소비자들에게 전하는 방법은 결국 한 잔에 담기는 커피의 품질이다. 세계적으로 커피의 향미를 따지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커피의 품질을 높이려는 욕구가 샘솟아야 한다. 그 욕구는 커피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커피를 볶아 마시는 이유를 아는 게 중요하다. 이것은 커피가 왜 매력적인지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커피를 볶는 이유는, 한마디로 그렇게 하면 좋은 향기가 나고 맛이 좋으면서도 카페인의 각성효과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처음부터 커피나무의 열매에서 씨앗만을 골라내 볶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시기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커피의 始原地인 에티오피아에서는 아마도 기원전부터 커피나무에서 잎을 따 차를 만들어 마셨다. 잎에도 카페인이 있다. 점차 익은 열매를 씹기도 하다가 씨앗을 갈아 동물성 지방과 섞어 먹은 것으로 전해진다. 커피를 처음 경작한 예멘에서는 키시르(Kishr)라고 해서 열매를 통째로 말리거나 살짝 구운 뒤 끓여 마시는 음용법이 지금도 남아 있다.
키시르는 단맛이 난다. 커피열매의 말린 껍질과 씨앗에 있는 자당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인류가 마시는 음료의 공통점은 단맛이다. 인류는 에너지원인 단맛을 추구하도록 진화했다.
커피를 볶아 먹은 것은 16세기인 것으로 관측된다. 에티오피아나 예멘 사람이 아니라, 이 즈음 예멘을 지배한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서 였다. 이들은 키시르를 만들고 버려지는 씨앗을 활용할 방법으로 로스팅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안 버스턴이 저서 ‘커피는 뜨고 차는 가라앉는다(Coffe Floats Tea Sinks)’에서 밝혔다.
향미가 좋은 아라비카 생두에 2000종이 넘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200여 종이 휘발성 물질이지만, 생두 상태에서는 향기가 거의 없다. 스위스취리히연방공과대학의 쉥커 박사는 지난 2000년 진행한 연구에서 로스팅을 통해 800여 종의 향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향을 만들어 내는 로스팅이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생두 자체의 품질이다. 생두에 들어있지 않거나 부족한 성분으로 커피의 긍정적인 향미를 풍성하게 피워낼 수 없다. 제 아무리 로스팅 기술이 뛰어난 사람도 생두가 엉망이라면 좋은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그것은 죽은 지 오래된 생선으로 맛있는 회를 만들어 내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생두가 로스팅되면 구조의 대부분을 이루는 고체 성분(Dissolved solids)은 일부(18~22%)가 물에 녹아 커피 음료의 맛을 만든다. 휘발성 향미 성분(Dissolved volatile aromatic compounds)과 기름 성분(oils)은 뜨거운 물에 기화하면서 그윽한 커피 특유의 향으로 바뀐다.
또한 한 잔의 컵에 담겨선 불수용성 성분과 오일, 부유입자(Suspended particles), 분쇄된 원두의 셀룰로오스 조각들(Fragments of bean cellulose)이 혀에 감기는 듯한 바디감(Body) 또는 마우스필(Mouthfeel)을 자아낸다.
어찌 보면, 커피를 볶는다는 것은 생두의 품질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원맨카페의 주인으로서 좋은 커피를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로스팅을 잘하는 사람을 찾기에 앞서 좋은 생두를 취급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