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코나커피③]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이 푹 빠진 커피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커피전문기자] 미국의 골드러시로 1850년대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사탕수수와 커피 등 농산물은 수요를 댈 수 없을 정도로 팔려 나갔다. 이로 인해 하와이왕국은 1852년부터 중국인, 1868년부터는 일본인 이민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하와이가 미국령이 된 이후인 1902년부터 이민노동자들이 상륙했다. 사람들은 커피보다 노동이 덜 고된 사탕수수 농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따라 농장주들도 커피보다는 사탕수수 밭을 선호했다.
여기에 1860년대 가뭄과 병충해로 인해 하와이제도의 커피 밭이 거의 사탕수수 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코나는 병충해를 입지 않았으며, 사탕수수 재배에는 적합하지 않는 바람에 커피농장이 대를 이어갈 수 있었다.
1890년대에 사탕수수와 커피는 입장이 바뀐다. 추운 북유럽에서도 키울 수 있는 사탕무가 엄청난 설탕의 수요를 충당하면서 사탕수수의 매력이 급락했고, 카페인 효과는 더욱 사람들을 파고들면서 유럽과 미국에 거대한 커피소비 시장을 만들어 나갔다. 하와이에서 유일하게 남다시피 한 코나의 커피농장에 주문이 쇄도하면서 코나커피의 몸값은 치솟게 됐다.
코나커피는 특히 ‘미국문학의 링컨’으로 불리는 <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찬사를 보내면서 ‘마크 트웨인이 사랑한 커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세계 곳곳을 여행했던 그는 1866년 하와이에서 넉달간 머물며 쓴 <하와이에서 보내는 편지>(Letters From Hawaii)에 “Kona coffee has a richer flavor than any other, be it grown where it may and call it by what name you please”(코나커피 향미는 그 어느 곳에서 재배되는 커피보다 풍성하다. 코나커피는 최고의 커피가 자라야 할 곳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당신의 찬사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적었다.
<미니박스 : 하와이안 코나커피란?>
하와이 제도의 8개 큰 섬들 가운데 남쪽 끝에 있는 하와이 섬, 크기가 가장 커서 ‘빅아일랜드’로 불리는 이 섬에 ‘코나’(Kona)로 불리는 작은 지역이 있다. 후알라라이(Hualalai) 산과 마우나로아(Mauna Loa)산이 이루는 서쪽 해안 쪽 경사지를 따라 가로 3.2km, 세로 32km만한 땅이 코나이며, 여기서 생산되는 커피만이 ‘하와이안 코나커피’(Hawaiian Kona Coffee)로 불린다.
이 지역에는 2헥타르(6000평 상당) 안팎의 작은 커피농장이 600여개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500톤 수준에 불과하다. 코나커피가 이처럼 귀하다 보니 하와이주 정부는 코나가 10%만 섞여 있어도 상품명에 ‘코나’라고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나커피를 구입할 때는 몇 % 섞여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많은 커피 포장지 중에 ‘100%’라는 표기가 코나커피에 유난히 많은 것이 바로 이런 사연 때문이다.
코나커피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은 토양과 기후가 커피를 재배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확률을 높이거나 병충해에 강하도록 개량한 품종이 아니라 원종을 재배해 향미가 뛰어나다. 토양은 화산재가 넉넉하게 쌓인 화산토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아 커피나무가 자라는데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와이에는 주기적으로 거대한 회오리 ‘토네이도’가 발생하지만, 코나는 두 화산 사이의 완만한 경사에 걸쳐 있는 특이한 지형 덕분에 안전하다.
커피는 고산지대에서 수확한 것이 향미가 깨끗하고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데, 코나의 커피벨트는 실제로는 해발고도 250~900m에 형성돼 있다. 코나는 그러나 햇볕이 강한 날에도 오후 1~2시가 되면 구름이 생겨 커피나무에 그늘을 드리우는 ‘프리 셰이드’(Free Shade)라는 특별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 덕분에 평균기온이 낮아지고 고산지대에서 수확한 커피와 같은 면모를 갖춘다. 여기에 하와이대학과 미국정부의 연구기관들이 지원하는 과학적 재배법과 신기술 등 덕분에 병충해에 약한 원종을 재배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지의 아라비카 원종 경작지 중에서 단위 면적당 최대의 수확량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