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56] 보름 남짓 2016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연말이 되면 잊지 않고 구입하는 몇몇 물품이 있다. 그 중에서도 빠뜨리지 않는 것은 노트 크기의 내년도 다이어리다.
각종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일정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0년이 넘도록 다이어리에 직접 펜으로 기록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올 해도 어김없이 2017년도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아무 일정도 채워지지 않은 깨끗한 상태의 다이어리를 펼친 후 가장 먼저 기록한 것은 매년 변하지 않는 일정이다. 물론 변하지 않는 일정이라고 해봤자 가정사와 관련된 일들이 대부분이지만 결코 잊거나 간과할 수 없는 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게 몇몇 일정이 다이어리에 우선적으로 채워지고 나면 대부분의 공간은 사실상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이처럼 비어 있는 공간은 아마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발생하는 수많은 일들로 빼곡하게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비어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역시 나름대로 바쁘게 살아왔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스러워 하면서 그동안 어떤 일들로 필자의 다이어리가 채워졌는지를 살펴보게 되었다. 주로 업무 또는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일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 각종 모임 등이 많았다.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업무가 되었든 만남이 되었든 혹은 모임이 되었든 그 많은 시간들의 상당 부분은 나 중심적인 혹은 나를 위한 시간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채워진 시간들이 의미가 없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루, 한 주, 한 달 그리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채워져 가는 동안 타인을 위한 시간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부끄러움은 피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즉 당신의 시간을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변환하여 채워나갈 수 있다.
일례로 당신이 해야 할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으며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는 일이 타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해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시간은 이미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시간을 타인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기 위한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타인을 위해 언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당신의 다이어리에 미리 기록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말을 이용해서 봉사활동을 계획하는 것도 좋고 매달 이웃을 위한 성금을 조금씩 마련하는 것도 좋다. 머릿속의 생각을 기록하고 스스로 약속할 때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자기 중심적인 생각과 일 그리고 그것을 위해 채워진 시간들이 그 다사다난함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2017년의 해가 밝는다. 당신의 2017년은 누구를 위한 어떤 시간들로 채울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