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0] 겨울 초입에 다시 쓰는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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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가을은 왜 이리도 시린지? 나는 핸드폰도 접고 그냥 생각 나는 대로 동해의 가을 그리고 겨울바다를 서성이고 있다. 안개 자욱한 발자국만 무수히 꽂힌 쓸쓸한 텅 빈 모래사장, 안개 저편 지도에도 없는 땅, 그리고 출렁이는 파도···.

화려했던 한여름의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채 버려진 모래 알갱이, 그 한알의 모래를 움켜쥐고 나를 본다. 단풍도 아름답지만 이 시간에는 버려진 적막이 나에게 스며온다.

il_fullxfull-361317401길 위에서 할 일 없이 쉬면서도 무수한 모래알 만큼이나 생각이 덮친다. 홀로 남아 조아려 숨쉬며 모래밭 텐트로 들어간다. 모래를 쌓아올린 작은 모래성에 램프를 놓고 빼앗긴 시간을 헤아린다. ‘외로운 양치기 소년’ 플롯에 젖는다.

이제 자정이 되면 작고 작은 나만의 소우주를 품을 것이다. 희미한 램프 불빛에 잠겨 이 나이에도 검은 스카프를 목에 두른 길 잃은 애수어린 여인이 들까 하고 서성인다.

가을 아니, 겨울비가 텐트를 후려치는 모진 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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