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수들도 시국선언 “박근혜 국정서 손떼라”
[아시아엔=편집국] 전체 서울대 교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헌정유린 사태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소속 교수 728명이 7일 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아시아연구소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 질서를 수호할 자격을 상실했다”며 “지금 당장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수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초중등 교육과 대학 현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며 “국공립대학 총장들을 아무런 명분 없이 장기간 임명하지 않거나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하여 헌법에 보장된 대학 자율성을 파괴하고 비리사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당한 일은 열거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3년 8개월 동안 벌어진 부패와 폐단들을 하나씩 적시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헌정 파괴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잇다. 지난 10월 24일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개헌을 발의한 날부터 우리는 언론을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듣기 시작했다. 소위 ‘비선 실세’ 로서 이미 각종 의혹 보도에 휩싸였던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 국무회의 자료, 인사 결정 내용 등을 미리 받아 연설문을 사전에 수정하거나 인사에 간여하는 등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들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문고리 3인방’이라는 청와대 비서관이 아무런 공직이 없는 최 씨에게 중요한 국정 자료를 건넸다는 보도가 뒤따랐고, 엉뚱한 인문들이 믿기 힘든 방식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 국민은 현 정권이 단순히 비리와 부정부패에 물든 정도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인 질서마저 유린하고 파괴했음을 깨닫고 있다. 이 사태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나 헌정질서 파괴를 방조하거나 심지어 협조를 아끼지 않으면서 사익을 추구한 집권당을 비롯한 집권 세력과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게 무겁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왔다. 최씨의 전격적인 귀국에 대한 느슨한 대응에서도 드러나듯이 검찰 수사가 몇몇 인물에 대해 꼬리자르기, 짜맞추기 식으로 마무리된다면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 핵심부의 참모습이 벗겨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무능과 책임회피, 거듭되는 거짓말이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 따져야 할 절박한 필요를 실감한다. 또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 조치부터 졸속한 사드 요격 미사일 배치 결정, 이해할 수 없는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의 위험하고 충동적인 외교안보정책, 미래를 책임질 청년세대의 고통을 외면하며 노동개혁의 미명 아래 땀 흘려 일하는 대다수 국민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조선해운업 등의 엄청난 부실을 초래한 마구잡이 사회경제정책이 나온 과정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초중등 교육과 대학의 혼란도 기막히다. 시대의 흐름과 국민 여론을 거슬러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미실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국공립대학 총장들을 아무런 명분 없이 장기간 임명하지 않거나 2순위 후보자를 임명하여 헌법에 보장된 대학 자율성을 파괴하고 있으며 비리사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당한 일은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이화여대에서는 젊은 학생들의 오랜 농성 끝에 결국 총장과 대학 집행부가 최씨 딸에 대한 특혜의 대가로 국정농단 세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득을 챙기려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언론은 탄압과 통제, 길들이기 탓도 있지만 스스로가 권력과 자본을 위해 복무함으로써 언론의 공공성과 비판적 기능을 자발적으로 포기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도 교육자이자 학자, 전문가 집단으로서 뼈 아프게 반성한다. 바로 우리 안에서 과학자의 본분을 저버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빚어졌으며,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논란은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자비를 들여가며 학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규명에 기여한 훌륭한 동료 교수들도 잇지만 우리부터 먼저 학자로서의 양심과 독립성을 지키며 필요할 때 행동할줄 아는 지성으로서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나아가 한국 교수 전체가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민생파탄은 임계점을 넘어섰다. 주권자인 국민은 이미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현 정권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제 국민은 민주 공화국을 멋대로 사유화한 범죄, 오만하고 부패하며 무능한 국정 운영을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월 4일(금) 오전 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재차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그 내용은 이 엄중한 헌정 위기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박대통령은 지금 당장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박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헌정질서를 수호할 자격을 상실했으며 심각한 국기문란과 국정농단의 으뜸가는 피의자이다.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죄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헌정 유린 사태를 특정 개인들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둘째, 국정에서 물러나는 첫걸음으로 헌정질서 파괴와 각종 부정비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에 응하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전현직 청와대 비서진과 장차관, 재벌과 대기업 관계자, 최씨 일가와 측근 등 의혹에 연루된 모든 이들을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특별법에 의한 특검과 포함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수용해야 한다
셋째 국가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헌정유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즉시 총사퇴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또한 철저한 수사와 정국 수습을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에 조건 없이 협력해야 한다. 야당도 남김 없는 진상규명 노력을 통해 민주주의 수호에 헌신해야 한다. 만약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일에 더 민감한 행태를 보인다면 야당 역시 국민에게 심판받게 될 것이다.
넷째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검찰 수뇌부는 모두 교체되어야 하며 국회의 국민적 합의를 통한 근본적인 검찰 개혁 방안이 마련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는 현재의 검찰 수사는 국민의 분노를 부채질할 뿐이다.
우리는 국정해법이나 정치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로지 국민의 뜻과 민주주의의 대의를 따라야 한다는 향후 정국 운영의 대원칙만큼은 명명백백하다. 우리는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국민의 뜻을 마음 깊이 받들어 새김으로써 빠른 시일 안에 합당한 정치적 수습의 길을 찾아나가기를 촉구한다. 만약 국민 여론을 무시하거나 기만하는 행태가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성난 국민의 편에 서서 대통령 퇴진운동을 포함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