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막으려면···주의하고 의심하고 경계하고 또 주의하라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사기꾼을 막으려면?

첫째, 말 걸어오는 첫 머리에 주의하고 의심을 놓지 않는다. 터무니없이 이자 많이 주는 투자, 일확천금 얘기 다 헛거다.

둘째, 돈벌이 쉽게 하는 스토리라면, 특히 금융상품은 ‘십 중 팔구’가 아니라 ‘열이면 열’ 헛꿈 파는 행위다. 보이지 않는 무형이니 더 위험하다.

집이나 자동차라면 실물 있아 보기라도 하지만 돈 놓고 돈 먹기라면 손해 봐도 덜 아픈 사람이나 한번 해보는 행위다. 그 자리에서 No, 안면 몰수하고 바로 안 한다 해야 한다. 미적거리다가는 코 꿴다.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결국 지고 만다.

셋째, 마음 끌리는, 혹 하게 되는 권유라도 하루 묵혀서 생각한 후 답한다. 자고 나서 이튿날 어제 일 돌이켜 보면 어이없는 허풍임을 깨닫는다.

넷째, 피해 생기면 바로 어필하고 신고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사긴지, 진짠지 분간도 안 되고 안면도 있고 그래서다. 하지만 내 돈 내 놔라 해야 피해 확대 줄인다.

유혹과 함정

평소 상식대로라면 사기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내 눈에 뭐 쓰였나, 넘어간다. 그만큼 교묘하다. 슬쩍 떠보는 걸치기에 집적거리기에 넘어간다. 어슬렁거리며 자꾸 부추기는 풍선도 등장한다. 아군인 척 행동하지만 실은 적군이다.

게다가 나를 어찌 그리 잘 아는지 기가 막힌다. 명부상(名簿商)에게 주문만 하면 리스트 쉽게 구한다. 당신에 관한 개인정보 다 있다.

돈 입금시킬 계좌는 계좌 상인에게 구입해서 쓴다. 내 돈 들어간 가짜 계좌 남아 있을 리 없다. 돈 바로 빼서 삼십육계다.

피해자는 주먹으로 가슴 치는데 사기꾼은 뜨끈뜨끈 호호 불며 사기 친 거 분배한다.

법망 다 빠져 나간다

고소해야 사기는 범의(犯意) 즉 돈 먹으려고 맘먹고 했다는 의사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사기 치려고 그런 거 아닙니다. 사업이 부진해서 이자 못 준 겁니다” 하면 끝이다.

교도소 가는 사기꾼은 1~2%나 될까. 나머지는 증거부족으로 풀려난다.

수완 좋고 능수능란한 000씨. 땅 공장부지로 샀는데 못쓸 땅, 돌투성이 산등성이를 샀다. “아니 가보지도 않구 사다니요?” “한 십년 몇 건 거래한 자니까 믿었지.”

서른 살까지 사법고시 응시하다 낙방해 병역기피자로 지내다 입대했다. 고생고생 하다 돈 좀 벌었더니 당했다.

근데 그 작자 전과는 모두 사기 31범. 29번은 죄 안 됨이라든가? ‘혐의 없음’으로 풀려나갔다. 그나마 두 건도 집행유예였다.

어디 000씨 한 사람인가. 성실과 정직을 가장해 10년 거래 믿고 맡기면 때 됐다며 먹어 치운다.

처음부터 먹겠다고 하는 게 아니다. 공 들여 믿게 만든 다음에 한입에 털어 가져간다.

너무 어려운 금융

옛날 옛적 동네 아주머니들 계 서너 개 들었다. 계주 줄행랑 한두 건 아니다. 피해 막는다고 무진회사 만들었다. 이게 국민은행이 됐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문턱 높아졌다. 지점까지 가야 한다. 간들 바로 되나. 기다렸다가 차례 돼야 돈 넣고 돈 찾는다. 불편하다.

더군다나 뭐 하나 들려면 깨알같은 글씨로 된 서너 장짜리 서류 내밀며 어쩌고저쩌고 밑줄 그어가며 설명한다. 글자는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고 은행학자나 알아볼까, 어려운 용어 일색이다.

은행 갈 시간 있나. 돈 넣으러 간 사이 단골 왔다 가면. 벌이 줄고 장사 손해보고···. 은행 갈 시간 아깝다며 자리 지킨다.

은행과 멀어지다보니 ATM 사용법도, 계좌이체도 할 줄 모른다. 직접 찾아오는 ‘이동은행’, 계주가 최고다.

그런데 경기 나빠지자 수십 년 신용 좋던 계주가 먹고 튀는 사건 빈발한다. 시장 할머니들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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