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순의 초경의 뜰] 몰포나비에 스민 창조주의 로열티
[아시아엔=김유순 수필가, 빛과소리아트홀 대표] 오래 전 프랑스의 고즈넉한 소도시, 작은 나비 박물관에서 현란한 나비들에게 넋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 색채의 신비로움이여!?안데스에 고향을 둔 사랑의 메신저, 쪽빛 날개를 천사처럼 펼친 몰포나비Morpho Sp였다.?그런데 그 아름다운 나비의 코발트블루cobalt blue 날개 빛을 이용해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인쇄기술을 발명했단다.
어릴 적 사랑스런 추억 하나 더.
비오는 날, 친구들과 밭으로 들로 나가 뛰어 놀 때면 커다란 토란잎이나 연잎을 우산처럼 머리 위에 쓰고 다녔다. 괜찮은 검정 우산이나 파랑 비닐우산은 오빠 언니들이 서열대로 차지하고 나면 막내둥이에겐 돌아오는 우산이 없었지.?연잎 위에 빗방울이 수정처럼 동글동글 맺혀 있다가 또르르 굴러 내리던 그 투명하고 청아한 감성이여!?그런데 놀라운 건 그 매끈한 연잎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잔털이 촘촘히 나있단다.?그래서 연잎의 지혜를 배워 만든 것이 바로,?물에 젖지 않는 방수 천, 먼지에 오염되지 않는 페인트라나?
사람들은, 아니 과학자들은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하늘을 나는 새,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들의 깃털에서 방수복을 만드는 힌트를 얻고, 도마뱀 발바닥에서 미세부품을 서로 연결하는 접착테이프를 발명해낸다.
어디 그 뿐인가.?조그만 홍합 하나가 몸속에 지닌 10개의 실로 무려 125킬로그램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니, 얼마나 경이로운가.?이것은 바위에 딱 달라붙어 거친 파도를 이겨내는 홍합 하나로 대박 난, KAIST 이해신 교수의 의료용 접착제 발명 이야기다. -<매일경제> 중에서-
강철보다 강하면서 실크보다 부드러운 거미줄, 조그만 몸뚱이로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는 거미들의 집짓기는, 함정을 만들어 음흉하게 먹이를 낚아챈다고 미워하기엔 너무나 치밀하고 치열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창조는 없다. 모든 창조는 모방으로부터 나온다. 그렇다면 발명도 없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해 낼 뿐이다.?나비의 미세한 날개와 장수풍뎅이의 단단한 껍질, 도마뱀의 쩍 달라붙는 발바닥, 연잎의 잔털, 빗속을 뚫고 나는 새들의 날개, 홍합의 야무진 끈···.
이 모두를 이렇듯 지적으로 설계한 이는 누구일까.?창조주 하나님이시다.?창조주를 능가하는 천재가 되려면 적어도 오늘 아침,?수채 구멍에 버려진 그대의 머리카락 숫자쯤은 가뿐히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붙어 있는 머리카락 숫자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나님은 우리의 머리칼까지 세시는 분이시므로.
창조주의 관점과 수준에서 이렇듯 기본적인 답도 모른다면, 오늘부터 무릎 꿇고 로열티부터 계산해야 할 것이다.
로열티Royalty라 함은, 법률상 일정한 유형의 권리소유자에 대해 허가를 받아 그 권리를 행사하는 사람이 지급하는 일정한 댓가로서, 지적재산권으로는 문학·음악·미술 저작권·발명과 의장특허권·상표권이나, 석유·천연가스 등의 매장광물 등도 해당된다고 한다. -브리태니커, 위키백과 참조-
지적재산권을 함부로 훔치면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간다.?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지적 설계들을 멋대로 가져다 썼던가. 그도 모자라 우수한 자기 두뇌를 뽐내기까지 했다.?그렇다면 어떻게 지불해야 할까? 무척 쉽다.
창조주께, 감사하고 감격하고 기뻐하고 행복해 하면 된다.
필자 소개?
수필가로 데뷔한 이래, 기독교적 영성과 감성, 지성을 겸비한 글을 써오고 있다. 작가의 필명 ‘초경’은 하루 중 쉼이 시작되는 평화의 시간, ‘이른 저녁’early evening이라는 뜻과 동시에, ‘파수꾼이 경계를 나가는 첫 시간’the first watch of the night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 문화개혁을 꿈꾸는 ‘빛과 소리 아트홀’ 대표이자, 디아스포라 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현대문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