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산책] 김유순 ‘완전한 자유’-아나마르테토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3년반 전에 나온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이 대목 덕분이다.
할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침묵할 때
꽃잎에 스며든 햇살처럼 가슴 깊이 울려오는 그대 목소리
고요를 깨우네
그 옆 페이지에 5음절, 두 어절이 눈에 확 띈다.
그것은
자-유
그렇다. 자유, 바로 그 자유다. 지난 여름 그 무더위를 견뎌낸 것도, 만추의 거리를 누비는 것도,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도 바로 그 자유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다.
初更 김유순의 수필집 <완전한 자유>-아나마르테토스(도서출판 HIM)는 성서 속에서 자유를 찾아나선 여성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와, 사라, 리브가, 라헬···에스더, 예수 어머니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 루디아, 삽비라,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를 거쳐 유오디아까지. 모두 32명의 신구약 성서에 나오는 여성들을 詩語로 소개한다. 이들 가운데는 의인(義人)만 있는 게 아니다. 악인 또는 위선자도 나온다. 또 이름 알려진 이뿐 아니라 혈루증(血漏症) 걸린 여인과 수로보니게 여인의 소망의 노래도 등장한다. 왜일까? 그는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자유를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람들 무리 따윈 두렵지 않아
그들 모두 다 날 부정한다 하여도
단 한 분
그분만은 날 의롭다 하셔···
그분 옷자락에 손만 대어도
난
더 이상 내가 아니지
어서 빨리 달려가
그분의 옷자락
꼭 움켜쥘 테야!
(혈루증 여인)
이 책에 첫 등장하는 하와에 대해 지은이 초경 김유순은 어떻게 썼을까?
낙원에서의 나의 첫 아침은
내 사랑하는 이의 황홀한 사랑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중략)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슬픈 유산
아직도 실낙원의 상처가 내 영혼을 찔러도
기억 저편,
잃어버린 에덴을 찾아
오늘도 나의 메시아
나을 지으신 이
내 사랑, 나의 주
가슴에 픔고 우러릅니다”
부제로 붙은 ‘아나마르테토스’는 “죄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자”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