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논란’과 박근혜 “안중군 하얼빈 순국” 말실수를 보며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박근혜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감옥에서 순국했다며 착오를 일으켰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곳은 여순 감옥이다. 다만 안 의사가 유언으로, 유해를 하얼빈에 묻었다가 조국이 광복되면 조국에 묻어달라고 했던 것과 혼동을 일으킨 모양이다. 대통령의 연설문이면 많은 비서관, 전문가들이 검토하였을 것인데 이런 실수가 일어났다. 이것이 현 정부의 실력이다.

광복회 등에서 8·15는 건국절이라고 하는 데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해묵은 이념대립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치적 갈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건국절이 1948년 8월15일이라는 것은 학자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바르게 가지고 있어야 할 국가관이다. 이들에 하나만 물어보자. 1919년 4월 2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면, 그 이후의 독립운동은 나라가 이미 있는데 있는 나라를 찾겠다는 것이었는가?

현행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헌헌법 전문에도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대한민국을 재건함에 있어서”로 되어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한국 국민은 살아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준 것을 강조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유대인의 이스라엘 건국을 비교하여 보자.

유대인은 A.D 70년 로마제국에 의해 나라를 잃고 세계로 흩어졌다. 그들은 2천년 동안 조국을 찾겠다는 꿈을 갖고 노력한 결과 19세기말부터 시오니즘운동으로 결집하고 1차대전 후 발포어 선언을 얻고, 2차대전 후 영국의 위임통치를 벗어나 1948년 5월14일 이스라엘로 독립했다. 어느 누구도 시온니즘운동에서부터 이스라엘이 이미 있었다고 하지 않는다.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추어야 국가가 성립한다는 것은 만국 공법의 원리다.

독립의 의지가 아무리 강고하여도 그것만으로 국가가 섰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받지 않는다. 이는 선언적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2조도 아직은 선언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다.

국체와 정체는 구분되어야 한다. 1897년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된 것은 확실히 정체가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신라가 고려가 되고, 고려가 조선이 되듯 국가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제1공화국 제2공화국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대한민국은 하나다. 유신시절을 제4공화국으로 부르지 않은 것은 정체가 바뀐 것이라는 것을 자복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하는 것이 독립운동을 훼손한다고 하는 주장은 논점일탈(論點逸脫)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중국·만주·미국·국내에서 많은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과 함께 1945년 8월15일 일제 패망에 따라 광복이 됐다. 누가 이것을 부정할 것인가? 윤봉길 의사의 의거에 감명 받은 장개석 총통이 카이로 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주장하여 ‘in due course’ 한국을 독립시킨다는 약속을 연합국으로부터 받아낸 것이다.

 군사평론가; 육사 28기, 국방부 군비통제관,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