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맥없는 남성을 응원합니다”···’오도코 마에 두부’의 발상전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나이가 들면 발상전환을 왜 하지 못할까? 아마도 평생 굳어진 습관 때문일 것이다. 습관이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을 말한다. 아니면 수 만 생 동안 쌓여온 업식(業識)의 나타남이기도 하다. 사람은 각각 자기 업식을 가지고 있다. 업식은 선천적인 것이다.
이 습관이 되풀이되어 머리가 굳어져 우리는 발상의 전환(發想轉換)을 못하는 것이다. 발상전환만 할 수 있으면 우리 인생이 바뀔 수 있는데 말이다. 어떤 일을 생각해 내는 것이 발상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전개(展開)시키거나 정리(整理)하여 형태를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럼 전환은 무엇일까? 사물(事物)의 방침(方針), 성질(性質), 습관 등을 바꾸는 것이다.
발상전환을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두부를 우리보다는 즐겨먹는다. 두부를 요리해먹는 방법도 우리보다 다양하다. 그래서 일본에는 두부공장이 수천, 수만개인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본에서 두부요리를 최고로 잘하는 곳은 교토다. 교토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산에서 땅속으로 스며든 미네랄이 듬뿍 든 물맛이 좋기 때문에, 교토의 채소와 두부도 또한 맛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교토에서는 약 600년 전부터 두부를 요리로 만들어 팔아왔다.
일본사람들은 인간의 멋 중에 하나로 이런 멋을 친다. 12월31일 밤 12시, 제야의 밤에 교토 아라시야마에 올라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강변에 쌓인 흰 눈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탕 두부를 한 입 떠서 먹는 맛. 그것을 교토사람들은 최고의 멋 중에 하나라고 친다.
그런 일본의 교토에 삼화두부라는 두부가게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젊은이 이토 신고(43)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1968년 문을 열었으나 장사가 너무 안 돼 망하기 직전이다. 근근이 먹고사는 자신의 두부가게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최고의 화두(話頭)였다. 교토에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수천 명의 단골고객을 가진 수백 년 된 두부가게가 즐비하기 때문이었다.
두부가격은 어느 가게도 한모에 100엔. 맛도 비슷비슷하고, 네모난 모양도 똑 같다. 100엔짜리 팔아봐야 남는 것도 별로 없다. 그렇다면 “바꿔야한다, 튀어야한다”가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튀는 두부를 만들 것인가였다.
일본의 20대, 30대 남자를 가리켜 ‘초식남(草食男)’이라고 부른다. 풀만 먹고 사는 애들이라는 이 뜻은 한마디로 용기도, 희망도 그래서 박력도 없는 남자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88만원 세대나 흙수저 세대와 비슷한 뜻일 게다.
삼화두부의 ‘이토 신고’는 이 시대의 일본남자 20대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부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짓고 가게 이름도 ‘남자다운 두부’로 바꾸었다. 남자다운 두부라는 뜻의 ‘오도코 마에 두부’는 두유의 농도를 좀 더 높여서 고소하게 하고, 남자다움을 강조해서 포장에는 ‘男’이라는 붓글씨를 큼지막하게 써 넣었다.
그리고는 박력과 배짱, 용기, 의리 있는 두부라는 것을 강조하기로 했다. 대신 100엔짜리가 아닌 300엔짜리 두부를 판매하기로 했다. 이게 2005년 일이다. 과연 이 두부가 히트를 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황당한 ‘남자다운 두부’가 일반두부보다 세배가 비싼데도 대히트를 쳤다.
일본의 ‘초식남’들은 이 두부를 먹으면 왠지 남자가 될 것 같고, 왠지 용기와 박력이 생길 것 같은 기분에 사먹기 시작했다. 이렇게 황당한 두부이름을 붙이다 보니까 매스컴에서 갑자기 취재를 와서 기사를 써주기 시작했다. 매스컴마다 기사를 써주기 시작하더니 2006년에는 600억원, 2008년에는 그보다 15억엔이 더 늘어나서 약 800억원 어치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것은 평소 매상의 100배였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그는 ‘오도코 마에 두부’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만든 것이 오도코 마에 노래인데, “남자다운, 남자다운, 남자다운 두부…”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마치 유행가처럼 번져나갔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입에 달고 다닐 지경이다.
이어 T-셔츠에도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男’자 글씨를 넣어 800엔에 판매했고 컵, 키홀더, 운동모자, 손수건, 등산용 색 등도 만들어 판매했다. 엄청나게 잘 팔렸다. 2009년에는 도쿄 등 간토지방을 공략하기 위해 ‘남자다운 두부 크림빵’ ‘바람 불어서 두부 초코롤’ ‘남자다운 두부찐빵’등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두부에 상상력을 담아 새로운 시장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판매는 폭발적이었다. 오도코 마에 CM송은 누구나 회사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으며, CD로도 발매하고 있고, 트위터나 SMS 등을 적극 활용, 젊은 층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CD로 발매되는 ‘오도코 마에 두부’ 노래는 매번 가사가 바뀌어 현재 30곡이 넘었다. 바로 이 30곡을 CD로 만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CD가 팔린다는 점이다. 2010년 매출 60억엔(9백억원) 돌파, 일본을 대표하는 두부이며, 회사의 사훈은 “남자다운 두부는 당신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로 정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습관은 바꿔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생각나는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지식창조의 중요한 방향이 된다. 발상의 전환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발상전환을 해 목표를 세운 후에도 방심하면 이루지 못한다. 방심하지 않는 데에 성공이 있다. 끝까지 중단하지 말고 결과를 내는 것이다. 하고 하고 또 하며 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행(修行)이며 내가 늘 상 주장하는 ‘지성여불’(至誠如佛)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