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100년] 4월25일 서울광장 특별 천도재로 민주화·산업화·세월호 영령 위로한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터치 테라피(Touch Therapy)란 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손길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치료를 터치 테라피라 부른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플 때면 할머니께서 아픈 곳을 손으로 문질러 주시며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네 배는 똥배고 할머니 손은 약손이다”를 거듭하시면 아픈 곳이 씻은 듯이 나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 경우가 터치 테라피의 일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아니하고도 손길로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사랑을 듬뿍 실은 따뜻한 손길이 이웃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닫쳐진 마음을 열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따뜻한 손길이 없어져 사람들의 마음 밭(心田)이 그만큼 삭막해진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을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 때로는 말없이 손길이 닿을 때에 더 깊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서로 간에 손길, 눈길이 오고 갈 때 백 마디 말보다 더 깊은 공감대가 이루어진다.
낙심하는 자녀의 등을 두드려 주는 어버이의 손길, 축 쳐진 어깨를 감싸 주는 친구의 손길,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랑하는 이의 손길, 이런 손길이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고 치유의 힘이 된다. 그런 치유의 능력이 사라져서인지 지금 우리나라는 말 못할 갈등 속에 살아간다. 갈등 치유에 필요한 것은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다.
그리고 고혼(孤魂)들을 위로하고 좋은 곳에 가라고 축원하는 행사가 불가(佛家)의 천도재(薦度齋)다. 천도재는 특정한 사람이 죽은 후 일정한 시기에 행하는 의식과, 모든 유주무주고혼(有主無主 孤魂)들을 위한 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일정한 시기에 지내는 대표적 의식은 보통 사십구재(齋)라고 불린다. 이는 사람이 죽은 후 명부의 시왕(十王)에게 1주일마다 심판을 받는다는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그중 7번째, 즉 49일째 되는 날 심판하는 염라대왕이 영향력이 크다고 믿어서 사십구재를 가장 크게 지낸다.
5월 1일(일) 오후 2시 전 세계 일원인(一圓人)들이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 지난 3월13부터 4월25일까지 ‘해원·상생·치유·화합을 위한 특별 천도재’를 진행한다. 마지막 날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5천명의 교도들이 이 외로운 영령(英靈)들을 위해 종재(終齋)를 올린다.
천도재를 올려 드리는 추모 대상은 다음과 같다.
1)일제 강점기 희생영령 2)한국전쟁 희생영령 3)산업화 희생영령 4)민주화 희생영령 5)재난재해 희생영령 등.
수많은 영령들이 모두 완전 천도를 받을는지 알 수 없으나 그래도 많은 영령이 몸도 받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신세를 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원불교 <대종경>(大宗經) ‘천도품’(薦度品) 1장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법문을 알아보자.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現世)에 사는 것만 큰 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들은 죽는 일도 크게 아나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내역과,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조만(早晩)이 따로 없지마는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 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 갈 때에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하리라.”
천도의 뜻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열반인(涅槃人)에 대한 축원이다. 영혼이 중음기(中陰期)에 머물러 있을 때 독경?염불?축원 등으로 열반인의 혼(昏)한 정신을 일깨운다. 그리고 과거 생의 모든 것에 대해 착심을 끊으며, 다음 생에 대해 성불제중의 큰 서원을 세우도록 염원하고 인도해 주는 것이다.
둘째, 열반인의 다음 생을 위한 축원이다. 열반인의 유산을 공익사업에 가치 있게 사용하도록 인도한다. 열반인의 유산을 열반인의 이름으로 공익사업에 가치 있게 사용하면 열반인의 공덕이 세상에 널리 미친다. 그러면 열반인의 영혼이 천도 받는 동시에 애착 탐착을 끊게 되고 보다 발전하는 공익사회, 복지사회가 건설될 수 있다. 또한 열반인의 영혼에 보다 많은 사람과 상생의 선연을 맺게 되어 열반인의 혜복(慧福)이 쌓여간다.
셋째, 살아있는 사람의 생전천도를 축원을 하는 것이다. 천도재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천도재의 공덕으로 생사해탈의 힘을 얻게 된다. 살아 있으면서도 그 마음이 천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반인의 천도도 중요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천도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천도재에 많이 참석하다 보면 인간의 생사문제에 대해 큰 깨달음도 얻게 된다.
세상에서 우리가 선악간 받은 바 그것이 지내간 세상에 우리가 지은 바다. 마찬 가지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지은 바 그것이 미래 세상에 또 다시 받게 될 그것이다. 이것이 곧 대자연의 천업(天業)이다. 부처와 조사(祖師)는 자성(自性)의 본래를 깨쳐 마음의 자유를 얻은 분이다. 그러므로 천업을 돌파하고 육도와 사생을 자기 마음대로 수용하시는 분이 부처다.
그러나 범부와 중생은 자성의 본래와 마음의 자유를 얻지 못한 관계로 이 천업에 끌려 무량 고를 받게 되는 것이다. 누가 저 허공을 떠도는 모든 유주무주고혼들을 위로 하겠는가? <아시아엔> 독자들께서도 ‘원불교 해원 상생 치유 화합 통일을 위한 특별천도재’에 따뜻한 손길을 합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