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100년] 내 법명은 덕권·법호는 덕산, 소태산 부처님 뜻 따라 맘껏 덕을 쌓고파

100주년기념대회포스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덕(德)이란 무엇일까? 원불교에서 내게 내려준 법명(法名)이 덕권(德權)이고, 법호(法號)가 덕산(德山)이다. 왜 ‘덕’ 자를 겹쳐 내리셨을까? 나는 그 의미를 아마 전생에 덕을 너무 못 쌓았기 때문에 이생에서는 덕을 많이 쌓으라는 진리의 명령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그런데 아직 덕을 쌓은 것이 별로 없어 못내 안타깝다.

중국 최초의 자전(字典)인〈설문해자>(設文解字)에 따르면 덕은 ‘밖에서 사람에게 바람직하고 안에서 나에게 얻어진 것’이라 했다. 즉, 덕은 인간이 스스로의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고 그것이 다시 실천을 통해 나타남을 말한다. 그러나 덕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는 다양한 내용을 가지기 때문에, 크게 일반적 의미, 자의적 의미(字義的意味), 학문적 의미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일반적 의미는 인간의 삶에 나타나는 모든 종류의 바람직한 인격과 그 인격의 발현으로 나타난 결과를 뜻한다. 예를 들어, ‘유덕(有德)’하다든가 ‘성덕군자(成德君子)’ 등의 표현은 그 바람직한 인격을 의미하며, 공덕(功德)·은덕(恩德)·덕택(德澤) 등은 밖으로 드러난 결과를 뜻한다.

둘째, 자의적 의미로 덕의 본 글자는 ‘덕(悳)’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에는 “밖으로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하고 안으로 나에게 획득된 것”이라 했다. 그리고 단옥재(段玉裁)는 그 주석에서 “안으로 나에게 획득된 것이란 몸과 마음에 체득된 것이요, 밖으로 다른 사람에게 바람직한 것이란 다른 사람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 하였다.

셋째, 학문적 의미에서 덕이라는 개념은 유가사상과의 연관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노장(老莊)을 비롯한 제자(諸子)의 사상에서도 이 덕이라는 개념이 문제가 되지만, 이 개념이 가장 중시된 것은 역시 유가사상이라 하겠다. 그것은 유가 정치사상의 핵심인 덕치주의(德治主義)의 근거가 되는 것이고, 윤리와 수양의 측면에서는 군자(君子)라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연결되어 그의 인격 및 여러 덕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조선시대 명신으로 알려진 송동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열 살 되었을 때 집안의 어른이 그의 총명함과 지혜를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했다. “감히 속이지 못하고, 차마 속이지 못하고, 능히 속이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세 가지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었다.

어린 송동춘은 이렇게 대답한다. “엄한 위엄이 있는 사람을 감히 속이지 못하니 이는 속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어진 사람을 차마 속이지 못하니 이는 마음으로부터 그 사람에게 감복되었기 때문이며, 또 지혜가 있는 사람을 능히 속이지 못하니 이는 그의 밝은 지혜에 눌리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답에 어른은 세 사람 중에 누가 가장 나은가를 다시 물었다. 그가 답했다. “차마 속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덕으로 인해 속일 마음 자체가 사라져 속일 수 없으니 가장 상위입니다. 능히 속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지혜롭기 때문에 그만 한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은 그를 능히 속일 수 없으므로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감히 속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위나 위엄으로 말미암아서 속이지 못할 뿐이니 하위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덕은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품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으로서 올바른 됨됨이를 갖추기 위해서 덕을 세우고 자신을 낮추라고 가르쳤다. 덕은 우주의 대도가 행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와 인도를 행함으로써 나타나는 은혜의 의미다. 곧 천지의 도가 행함으로써 나타나는 화육(化育)을 일컬으며, 인도를 행함으로써 나타나는 은혜를 말하는 것이다.

덕이라 하는 것은 쉽게 말하면 어느 곳,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가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하늘이 도를 행하면 하늘의 은혜가 나타나고, 땅이 도를 행하면 땅의 은혜가 나타나며,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의 은혜가 나타나서 천만 가지 도를 따라 천만 가지 덕이 화하는 것이다.

천도(天道)ㆍ지도(地道)ㆍ인도(人道)에 따라 천덕(天德)ㆍ지덕(地德)ㆍ인덕(人德)이 나타난다. 천지의 덕은 우주의 대기(大機)가 자동적으로 운행하는 천지의 도가 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를 말한다. 그리고 사람의 덕은 “부모ㆍ자녀 사이에 도를 행하면 부모ㆍ자녀 사이에 덕이 나타나고, 부부 사이에 도를 행하면 부부 사이의 덕이 나타는 것이다.

붕우(朋友) 사이에 도를 행하면 붕우 사이의 덕이 나타나고, 동포 사이에 도를 행하면 동포 사이의 덕이 나타나서 개인에 당하면 개인이 화(和)하고, 가정에 당하면 가정이 화하고, 사회에 당하면 사회가 화하고, 국가에 당하면 국가가 화하고, 세계에 당하면 세계가 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도를 행함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의 덕은 개인ㆍ가정ㆍ사회ㆍ국가ㆍ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인 것이다.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께서는 천지의 덕과 사람의 덕이 일치된 덕을 제일 큰 덕이라 보고 계시다. 그러니까 그 덕 중에 제일 큰 덕은 곧 대도(大道)를 깨달은 사람으로서 능히 유무를 초월하고, 생사를 해탈하며, 인과에 통달하여 삼계화택(三界火宅)에 헤매는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한 가지 극락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을 일러 가히 대덕(大德)을 성취했다 하는 것이다.

이같이 생사해탈(生死解脫), 인과통달(因果通達), 중생제도(衆生濟度)를 하는 것이 대덕이다. 이렇게 대덕을 이룬 사람은 천권(天權)과 인권(人權) 그리고 덕권(德權)을 행사할 수 있는 권능(權能)이 있다. 덕은 능히 육도(六道)와 사생(四生)을 감화시킬 근본이다.

덕보다 큰 것은 세상에 없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는 덕을 산(德山)처럼 쌓아 덕권(德權)이나 마음대로 누리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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