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이런 사람은 절대 국회의원 뽑지 맙시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젊은 시절, 전 세계를 상대로 강연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말도 매끄럽고 몸도 민첩하여 가는 곳마다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말도 어눌(語訥)해지고 몸도 여간 굼뜬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攝理)라고 본다.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이런 말이 나온다. “자왈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子曰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군자는 말은 하는 데 있어서는 어눌하게 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는 민첩해야 한다)

여기서 눌(訥)은 ‘과묵해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조심한다’는 뜻이고, 민(敏)은 반대로 ‘민첩하다. 부지런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눌언민행(訥言敏行)’은 더듬는 말과 민첩(敏捷)한 행동(行動)을 의미한다. 말하기는 쉬워도 행(行)하기는 어려우므로, 군자는 말은 둔하여도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는 얘기다.

군자는 자신을 성찰하여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특히 말이 행동을 따르지 못할까 늘 걱정하며 꼭 해야 할 말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눌(納)의 뜻에는 말을 더듬는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한마디 말도 신중하기에 답답해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군자의 행동은 다르다. 매우 민첩하다. 행동이 재빠르다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 빠르다는 의미다. 사실 이미 신중하게 생각하고 한 말이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쉽다. 행동하는 양심! 그것이 바로 군자다.

원래 군(君)은 임금, 치자(治者)란 뜻이다. 그리고 욕(欲)은 ‘무엇을 하려고 하다, 바라다, 욕망의 뜻’이다. 눌은 듣는 사람을 답답하게 할 정도로 말이 느리다, 말을 더듬거린다는 뜻이다. 공자가 말한 ‘군자’의 진정한 의미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다스리는 사람의 뜻으로 임금을 가리키며 다른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쓰는 ‘대인(大人)’과 같이 도량이 넓고 관대한 성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공자 이전에 ‘군자’는 세습으로 부여된 권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하지만 공자 당대에 주나라 경왕(敬王)과 노나라 소공(昭公)처럼 지위는 군자지만 군자답지 못한 사람이 등장하게 되었다. 실패한 지도자는 개인적으로는 불행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재앙과 같은 어마어마한 피해를 일으킨다.

공자는 남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려면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남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그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수기안인(修己安人)으로 표현했다. 공자는 신분제 사회를 살면서 당시 집권자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려면 먼저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라”고 정면으로 요구했다.

선거철이 다가온다. 선거 때만 되면 출마자들이 공약허풍을 떨다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식의 선량(善良)을 많이 본다. 이런 사람은 거짓말쟁이이자 허풍쟁이이며 공자의 말로 하면 ‘수기치인(修己治人)’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언행(言行)의 불일치는 왜 일어날까?

첫째,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그때 그때 달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말할 때와 시간이 지나 상황이 달라지면 이전에 했던 말을 꼭 지켜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말할 때는 “꼭 해야 한다”고 맹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달라지니까 ‘꼭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단 한 약속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찾다보니 언행의 불일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둘째, 말은 몸과 마음의 전부가 관여해야 한다. 말만 할 때는 앞으로 할 일이 쉬워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려고 하니 덜컹 겁도 나고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아침마다 운동을 해야지 결심했다가 내일 아침이 오면 핑계를 대고 집밖을 나가고 싶지 않은 게 요즘 내 모습이다. 이렇게 행동은 심신 전부가 움직여 하는 것이다.

셋째, 말은 주로 내 처지를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행동은 나만이 아니라 주위의 숱한 사람들과 관련이 된다. 말은 주로 생각의 영역에서 일어나지만 행동은 생각과 현실의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행동은 말과 달리 그만큼 변수가 많다. 그런 연고로 말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믿음이 무너지게 된다. 말로 약속을 하면 얼마 뒤에 그대로 되리라고 믿는다.

특히 정치인은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공약(公約)으로 내건다. 대통령, 국회의원, 교육감 선거를 치르고 나면 공약을 지키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별다른 해명과 사과 없이 공약과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되면 유권자들은 정치를 불신하게 된다. 그래서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다”라며 비하(卑下)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는 언행일치를 위해 말과 행동의 속도를 점검하라고 했다. 말은 원래 빠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도를 늦추고, 행동은 원래 느린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그 속도를 높이라는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