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공포②] 성인 전신마비·임산부 소두증 태아 출산···삼바축제선 콘돔 500만개 무료제공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지카 바이러스가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아닌 성(性)관계로 전파된 사례가 미국에서 처음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월 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최근 지카 바이러스 확산국인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사람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30여명 나왔지만, 바이러스 확산 지역을 방문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 감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보건 관계자들은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브라질 카니발(Carnival)이 2월 5일 시작함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축제 기간에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 전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콘돔 5백만개를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또 전체 군 병력의 60%를 동원해 이집트 숲 모기 박멸에 나섰다.

댄서들의 화려한 퍼레이드로 유명한 브라질 카니발 축제는 2월 5일(현지 시간) 밤부터 시작해 리우데자네이루, 상파울루 등 브라질 각 도시에서 열흘 가까이 축제가 계속된다. 특히 삼바의 본고장 리우의 카니발 축제에는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초 브라질 각지에서 열리는 카니발은 매년 수백만 방문객을 끌어 모으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자 국가적 행사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 지카(Zika) 숲에 사는 붉은털 원숭이에서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되었으며, 인체 감염사례는 1952년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처음 보고 되었다. 2015년 이전에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지역 등에서 발생된 사례가 있었으며,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보고된 이후 점차 유행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3-7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최대 잠복기는 2주일이다. 주요 증상은 발열(發熱), 발진(發疹), 관절통, 눈 충혈 등이며, 근육통, 두통, 안구통, 구토 등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80% 정도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지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치료와 백신이 아직까지는 없다. 따라서 치료는 증상 관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성인에게는 전신마비를 유발할 수 있으며, 임신한 여성이 감염되면 두뇌가 성장하지 못하는 소두증(小頭症)에 걸린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하여야 한다.

소두증(Microcephly)이란 두부(頭部)가 작은 선천성 기형으로 머리둘레가 48cm 이하, 10세 이하 소아의 경우에는 평균 머리둘레보다 5cm 정도 작다. 원인은 유전적인 것과 태생기(胎生期)에 모체(母體)가 받은 외인(外因)에 의해 일어난다. 소두증 환자는 정신박약(精神薄弱)을 나타내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신경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소두증은 대개 앞이마의 발달이 나쁘고 상하로 두부가 작게 보이지만 안면(顔面)의 발달은 정상이다. 신체발육은 장애를 받지 않지만, 뇌가 발육 부전으로 작아지는 병이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뿐 아니라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GBS)과도 연관돼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브라질은 과거에는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거의 없었으나, 북동부 지역에서만 554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미 엘살바도르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금년 1월까지 46명의 길랭-바레 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절연물질(수초)이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급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acute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neuropathy, AIDP)’이다. 병명은 1916년 프랑스의 신경학자인 길랭(Georges Guillain)과 바레(Jean Barre)가 처음으로 이 질병을 기술한 것에서 기인한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환자의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전신마비에 이어 사망까지 이어지는 희귀질환(稀貴疾患)이다. 발생 빈도는 대개 인구 10만명당 1명 정도가 발병하고 특히 신생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소두증과 달리 전 연령층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남녀의 차이는 없다.

진단은 환자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과 진행 양상, 그리고 신경전도 검사 소견과 함께 뇌척수액 검사 등으로 한다. 치료는 고용량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혈장분리 교환술 등을 치료적 목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병의 진행이 빠르기 때문에 대개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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