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싱가포르 “지카 바이러스 샘플만 충분하다면”···브라질, 정보 공유 불법 명시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11일 브라질에서 지카(Zika) 바이러스 감염 성인환자 가운데 세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전세계가 지카 바이러스 공포, 일명 ‘지카 공포’로 휩싸였다. 최근 인도네시아, 태국에서도 감염 환자가 확인됨에 따라, 동남아 각국이 대처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한편 싱가포르에선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뎅기열, 치쿤구니아 열병을 구분하는 진단 키트가 이미 개발된 상태다. 이 세 바이러스는 모기가 바이러스를 옮기고, 감염 증상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뎅기열은 최근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 전역에서 유행 중이어서, 현지에선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를 구분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해당 키트를 개발한 싱가포르 바이오연구기관 A*Star 질병관리프로그램본부에서 감독관을 담당하고 있는 세바스찬은 “이 키트를 활용하면 세 바이러스를 구분해내는 비용의 3분의2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세 바이러스의 정보와 샘플이 부족해 최종 실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싱가포르뿐 아니라 지카 공포에 떨고 있는 각국이 당면한 문제”라고 전했다.
인도 역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진단 키트 개발에 나섰지만, 바이러스 샘플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인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환자는 없다. 그러나 인도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의 서식지라는 점이 불안요소다.
수미아 스와미나탄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 의원장은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만큼 지카 바이러스 연구가 시급하다”며 “기존 샘플은 너무 오래된 것이라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바이러스 샘플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공무원의 언론노출을 금지하는 현행법상 이름 밝히기를 꺼린 인도의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샘플만 있으면 한달 내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지카 바이러스 샘플 부족 문제는 비단 싱가포르와 인도뿐만이 아닌 전세계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브라질이 지카 바이러스 샘플과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브라질이 지금까지 제공한 샘플은 2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브라질 정부가 ‘병원균을 가진 혈액 샘플이나 유전자 관련 자료를 타국에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르코스 에스피말 WHO 워싱턴 지부 정보국장은 “지카 바이러스 샘플 공유 문제가 법적으로 복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