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입춘’···입춘대길 건양다경’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하시길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2월 4일은 24절기 중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이며, 2월 8일은 병신년(丙申年)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음력을 사용하였기에,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음력을 사용하는 농경사회의 필요에 의해 절기가 만들어졌지만, 절기는 태양의 운동과 일치한다.
서양에서는 7일을 주기(週期)로 생활하지만 중국과 우리나라는 24절기를 이용하여 15일을 주기로 생활하였다. 음력으로 달을 기준으로 하면 어김없이 15일 주기로 변화하기 때문에 농경사회에서는 보다 적합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해와 달의 주기가 1년을 기준으로 서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즉 달이 지구를 한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5일이므로 12번이면 354일이 된다. 한편 지구가 해를 공전하는 데는 365일이므로 11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0도인 날을 춘분(春分)으로 하여 15도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夏至), 180도인 날이 추분(秋分), 270도인 날이 동지(冬至)다. 24절기의 배치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각 계절을 다시 6등분하여 양력을 기준으로 한 달에 두개의 절기를 배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에 24절기는 양력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생긴다.
24절기의 명칭은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붙인 이름이다. 즉,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길인 황도를 따라 15도씩 돌 때마다 중국 황하 유역의 기상과 동식물의 변화 등을 나타내어 명칭을 붙인 것이다. 24절기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봄날의 설레임, 여름의 불같은 열정, 대풍년을 맞는 가을의 행복, 그리고 겨울의 긴 평화가 모두 함께하는 365일 한 해가 된다.
봄에 있는 절기는 다음과 같다. △입춘(봄의 시작, 2월 4일경) △우수(雨水, 2월 19일경, 봄비가 내리고 싹이 틈) △경칩(驚蟄, 3월 5일경,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남) △춘분(春分, 3월 20일경, 낮이 길어짐) △청명(淸明, 4월 4일경, 봄 농사 준비) △곡우(穀雨, 4월 20일경, 농사에 필요한 비가 내림).
여름엔 △입하(立夏, 5월 5일경,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5월 20일경, 본격적인 농사철 시작) △망종(芒種, 6월 5일경, 씨 뿌리기 시작) △하지(夏至, 6월 21일경, 낮이 연중 가장 긴 시기) △소서(小暑, 7월 7일경, 더위의 시작) △대서(大暑, 7월 22일경, 더위가 가장 심함).
이어 가을의 절기로는 △입추(立秋, 8월 7일경, 가을의 시작) △처서(處暑, 8월 23일경,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큼) △백로(白露, 9월 7일경, 이슬이 내리기 시작) △추분(秋分, 9월 22일경, 밤이 길어짐) △한로(寒露, 10월 8일경,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 △상강(霜降, 10월 23일경, 서리가 내리기 시작) 등이 있다.
끝으로 겨울엔 △입동(立冬, 11월 7일경, 겨울의 시작) △소설(小雪, 11월 22일경, 얼음이 얼기 시작) △대설(大雪, 12월 7일경, 겨울 큰 눈이 옴) △동지(冬至, 12월 21일경, 밤이 가장 긴 시기) △소한(小寒, 1월 6일경, 가장 추운 때) △대한(大寒, 1월 21일경, 겨울의 큰 추위) 등의 절기가 있다.
예로부터 음력으로 3월 3일(三月三辰日), 5월 5일(五月端午), 7월 7일(七月七夕), 9월 9일(重陽節)과 같이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 찬 길일(吉日)로 여겼다. 한식(寒食), 단오(端午), 삼복(三伏, 초복 중복 말복), 칠석(七夕)은 24절기가 아니다.
입춘은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이며, 봄으로 접어드는 절후로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와 있을 때다. 입춘은 음력으로 주로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에는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으며, 이럴 경우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에는 농경의례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기복(祈福)적인 행사로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인다. 입춘축을 춘축(春祝), 춘방(春榜),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榜)이라고도 한다. 입춘축은 대개 정해져 있으며, 댓구(對句)ㆍ대련(對聯)ㆍ단첩(單帖)으로 두루 쓰는 것은 다음과 같다.
‘댓구’에는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기주오복 화봉삼축(箕疇五福 華封三祝)’, ‘문신호령 가금불상(門神戶靈 呵?不祥)’,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등이 있다. ‘대련’에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거천재 내백복(去天災 來百福)’,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요지일월 순지건곤(堯之日月 舜之乾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 ‘계명신세덕 견폐구년재(鷄鳴新歲德 犬吠舊年災)’ 등이 있다.
‘단첩’으로 ‘상유호조상화명(上有好鳥相和鳴)’, ‘일진고명만제도(一振高名滿帝都)’, ‘일춘화기만문미(一春和氣滿門楣)’,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춘도문천증부귀(春到門前增富貴)’ 등을 붙인다. 입춘축은 붙이는 곳에 따라 내용이 다르다. 즉 큰방 문 위의 벽, 마루의 양쪽 기둥, 부엌의 두 문짝, 곳간의 두 문짝, 외양간의 문짝에 붙이는 입춘축은 각기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