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고교생 진학률 60% 안돼”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 인터뷰
국내 첫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서비스···청취자 2만명
웅진재단(이사장 신현웅)의 ‘다문화가족 음악방송’(www.wjf.kr)이 한국 거주 외국인에게 인기다. 고정 청취자만 2만여 명에 이른다. 중국어, 아랍어, 베트남어 등 8개 언어로 매일 24시간 서비스되는 음악방송을 통해 자국의 노래를 듣는 것뿐 아니라 취업, 육아 등 생활 정보도 챙기고 있다.
인터넷과 위성방송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베트남의 응우엔 홍 한(국립 하노이외국어대 한국어과 4년)씨는 “방송내용이 유익하고 다양해 한국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재단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 장학 사업이나 어려운 이웃 지원에 치중한다.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신현웅 이사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8일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 웅진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신 이사장은 “2007년 방송 준비할 때만 해도 다문화가족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재단에서 왜 저런 일을 하나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지금은 다른 재단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데에 높이 평가해 주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영방송에서 해야 할 일을 민간재단에서 시작했다.
“30여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에서 문화공보관으로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수백 곳의 건설현장에서 우리 14만 근로자가 열사의 땅을 달구던 당시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40도 넘는 무더위에 시달려 심신이 고달프고 외로울 때면 근로자들과 함께 홍해 해변을 거닐며 향수를 달랬다. 그 시절 우리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된 게 고국의 노래였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가곡 ‘가고파’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2008년 웅진의 공익재단을 맡게 되었을 때, 우리나라에 와 있는 결혼이민 여성과 이주 노동자들을 떠올린 것은 이런 경험 때문이다. 타국에서 절실하게 느꼈던 그리움을 거울삼아 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노래 한 자락에 실린 따뜻한 위로. 그 뿐만 아니라 음악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재단의 주력사업으로 시작하게 됐다. 2008년 8월15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일 거다.”
-청취자는 얼마나 되나.
“고정 애청자만 2만여 명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처음에는 4개국으로 시작해 2009년부터 8개 언어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태국어, 아랍어, 러시아어, 몽골어 등 8개 언어로 나간다. 한국에서 유학중인 대학생들을 DJ로 발탁해 매일 24시간 방송한다. 인터넷,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음악 뿐 아니라 생활정보, 각 나라의 뉴스도 제공한다.”
-DJ들이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러시아어 DJ 크르즈 율리키는 113년의 전통을 가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한국어과 졸업생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어과를 나온 학생이다. 이주민 뿐 아니라 러시아어를 배우려는 우리나라 사람 중에도 애청자가 많다.
아랍어 DJ 마르와자흐란은 아랍권 최초로 개설된 이집트 아인샴스대 한국어과 첫 졸업생이다. 그 밖에 한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가르치는 몽골어?DJ 바트바타르 강덜거르, 살가운 멘트로 매력인 태국어?DJ 삿타담군 라다완, 필리핀 커뮤니티에서 주요 행사를 도맡아 하는 스타 DJ 마리아레지나, 한식에 심취한 열혈 한국팬 일본어 DJ 나타에다 시오리, 서울대에서 중국 악기 고쟁과 가야금을 함께 전공한 중국어 DJ 팽려영, 베트남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청취자에게도 인기 높은 베트남어 DJ 황밍옥 등 실력파 DJ들이 우리나라와 외국인 청취자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비스따리 비스따리(천천히 천천히)”
-음악방송 외에 공익 사업은.
“국립국어원과 함께 한국어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가족 합창단도 조직해 지원하고 있고. 다문화가족 지원 외에 웅진재단이 자랑하는 일이 희귀난치병 어린이 지원사업이다. 각 질병에 대한 매뉴얼을 만화책으로 만들어 이해를 돕고,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에게는 자동식단 프로그램을 제공해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학사업도 수학, 과학, 예술분야에서 형편이 어려운 영재를 발굴해 지원한다. 장학금 지급에서 끝나지 않고 30여 명이 넘는 국내 최고 멘토들의 체계적인 멘토링을 실시하고 예술영재들의 세계무대 진출도 적극 지해 해외에서 주목 받는 영재들을 여러 명 길러냈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대부분 외주를 주기 때문에 인력이 많이 필요 없다. 그룹 홍보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이혜경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웅진재단에 대해 “일반적인 재단의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와 혁신의 사회적 기업가정신의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기본재산 100억원, 연 12억원 예산, 사무국 직원 3명의 민간재단이 상상하기 어려운 도전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신기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다문화가족 자녀교육에 관심 가져야”
UN의 미래보고서는 2050년 한국사회 이민자와 그 자녀들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21.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체류자는 14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제결혼의 비율은 매년 10% 늘고 유학생 수도 5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 정부의 다문화가족 정책 중 아쉬운 부분은 없나.
“장기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특히 2세들의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문화가족 자녀수를 1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정규교육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의 중고교 진학률이 각각 80%와 60%에 그친다. 다문화사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그 충격과 후유증이 심해져 향후 우리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중대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혼혈아가 일반적으로 외모도 좋고 똑똑한 경우가 많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키울 수 있다. 그들을 전략적으로 키워서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키워야 한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니 우리보다 못한 존재란 잘못된 편견에서 벗어나자. 순혈주의, 단일민족 이데올로기도 극복해야 한다.”
– 우리에게 외국인을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가 있는 것 같다.
“히말라야산을 오르는 등반대는 셀파의 요구로 잠시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한국 등반대는 짧게 쉬고 ‘짜르디 짜르디(빨리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그러나 셀파는 아직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으니 영혼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비스따리 비스따리(천천히 천천히)’하면서 여유롭다.
우리는 지난 수 십 년간 앞만 보고 달려와서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으나 셀파의 말과 같이 몸만 왔지 아직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했다. 우리도 이제는 정신적 가치와 여유를 찾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추구해야 할 때다. 특히 이국땅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고 있는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문화시민이 되도록 노력하자.”
? 신현웅 이사장은
1968년 서울대?지리학과 졸업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1972년 12회 행정고시 합격 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문화관광부 차관, 대통령자문새천년준비위 상임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EBS시청자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2008년 8월 웅진재단 초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대외 홍보 책임을 맡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필리핀 정부로부터 ‘제1회 필리핀 해외동포 지원 미디어상’을 받기도 했다.
? 다문화가족 음악방송 청취는
인터넷 : 웅진재단(www.wjf.kr)
위성방송 : 스카이라이프 채널 855,856번 또는 채널 620번
케이블TV : C&M, 광주, 서경, 울산, 충청, 강남 방송 채널 811, 812번, 강원방송 채널 510, 511번 충북방송 채널 356, 375번, 포항/신라방송 채널 142, 143번 하나방송 채널 156,157번
IPTV(olleh TV) : 채널 620번, 621번
스마트폰/스마트패드 : 통합 오디오 어플리케이션 ‘R2′(안드로이드, 애플 앱스토어 검색창에서 R2나 통합라디오 입력 검색 후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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