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월 셋째주] ‘야권재편’ ‘안철수의 속앓이’ ‘朴대통령의 사라진 단어, 민주주의’ ‘세월호 유족의 졸업식’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월 셋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야권재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발간된 시사주간지 표지를 보면, ‘주간경향’과 ‘주간조선’, ‘시사인’이 이 이슈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에 등장한 ‘말’을 분석한 빅데이터 기사를 커버로 다루고 있고, ‘주간동아’는 “엄마가 뿔났다”는 제목으로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표지기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과거 DJ정부 시절 ‘비리게이트’의 주인공 최규선의 ‘사라진 27억’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1. ‘야권극장’. ‘주간경향’이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는 ‘더민주-국민의당’ 갈등 커버스토리 기사의 제목에 붙은 이름입니다. 영입인물 경쟁 등으로 모처럼 흥행효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표지 제목은 ‘설 전에 결판낸다’입니다. 무엇을 결판낸다는 말일까요.
여야가 ‘1강 2중’으로 치루는 선거는 총선의 최대승부처가 될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표심입니다. 이런 상태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될 가능성이 있는 쪽으로 밀어주는” 전략투표를 야권지지자들은 선택할 것이고, 전국민적인 인구이동이 일어나는 설과 같은 연휴를 기점으로 표심의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는 ‘국민의당’의 호남장악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수도권으로 북상(北上)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반전. 지난 주에 있었던 김종인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 영입으로 더민주당의 탈당 러시도 멈추고, 당내 불만도 해소되는 양수겸장의 카드가 되었다고 이 잡지는 평가합니다. 영입경쟁에 있어서 현재까지 승자는 ‘더민주당’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랜 정치권 출입경험이 있는 이 잡지의 윤호우 선임기자에 따르면 더민주당의 주류는 친노(친문)+386세력인데 최근 이들 사이의 입장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원심력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총선에서 각자도생’으로 새누리당의 수도권 압승을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2. 그런 의미에서 궁금한 것은 ‘국민의당’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특히 안철수. 이대로 총선이 치러져 야권패배의 결과를 가져온다면 어떤 식이던 책임의 상당수를 뒤집어 쓸 텐데, 도대체 어떤 생각일까요.
‘주간조선’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호남 속앓이 안철수’입니다. 속앓이의 주체는 호남일까요, 아니면 안철수일까요. 다시 기사의 제목을 보면 ‘정체불명 호남 기득권당이냐, 제3의 길 중도개혁당이냐’입니다. 기사는 안철수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인용합니다. “지금은 3자 구도만이 기득권 양당 구조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이 섰다. 거대 야당이 아닌 제3당이 정권을 잡으면 한국 정치 초유의 일이 된다.” 면밀히 봅시다. 정권을 잡는다고 했습니다. 국민의당 창당은 총선 뿐 아니라 대선까지 내다본 기획입니다. 거대 야당이 아니라 제3당이라고 했습니다. “중도정당을 만들어 총선결과 3당이 되겠지만, 대선에서는 이긴다”는 플랜입니다. 이 잡지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역할’을 주목합니다. 그가 영국 노동당의 집권플랜이 되었던 앤소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의 번역자이자, 유사한 ‘중민이론’의 주창자라는 것은 유명한 일이죠. (최근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설화의 주인공이긴 합니다만)
결국 안철수가 바라는 것은 제목의 ‘중도개혁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의도를 배신하는 결과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국정치였습니다. 기사가 인용한 다음과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당직자의 말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측면도 있다. 끙끙 앓던 현역 물갈이를 안철수가 한 번에 해결해 줬다. 앞으로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면 호남 민심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3. 안철수 이야기를 하나만 더 봅시다. 지난해 8월, 금태섭 변호사가 펴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는 지난 대선과 창당, 그리고 다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합당과정의 충격적인 비사(?史)를 담고 있었습니다. 공적 조직을 넘어선 비선의 준동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책이 나왔을 당시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 병원 원장의 외부비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왔지만, 금 변호사는 박 원장과 함께 비선에 관계된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을 책에서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주간경향’의 취재에 따르면 책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무실에 들락거리다 걸려 조직 전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기술된 비선의 주인공은 삼성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 곽수종씨였고, 비선을 가르키는 이른바 ‘서초동 모임’의 구성원 중, 부적절한 인사로 역시 책에서 거론한 인물은 배성로 전 영남일보 회장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논란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 리뷰를 통해서도 몇차례 전한 지난해 여름,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비리 사건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 출마 때부터 안철수를 끈질기게 따라다닌 건 ‘안철수 MB 연계설’이었죠. 그 중심에는 MB정부 청와대에 있었던 이태규 전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이 있었습니다. 잡지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도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결국 ‘국민의당’이 중도지대에서 세를 규합하려면 새누리당에서 끌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진박)에서 배제된 합리적 쇄신파가 될 수밖에 없는데, 다시 이 쇄신파는 비주류, 친이와 겹칠 수밖에 없는 역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야권대격변이 일어나는 가운데 조용히 지역에서 지지텃밭을 일구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약 그가 이번에 성공한다면 그는 일거에 야권의 대선주자 급으로 급부상할 수 있습니다. 누굴까요. 바로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입니다.
‘시사인’에 따르면 신년여론조사에서 그는 ‘저격수’로 투입된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에게 14.6%~17% 앞서는 성적표를 받았다고 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김문수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 최경원 전 부총리의 차출설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이번에 출마하면서 김부겸 후보가 내건 구호는 “경쟁시켜 주십시오. 일하고 싶습니다.”입니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실제 투표장에 들어선 사람들이 찍으리라는 보장은 없죠. ‘더민주당’ 후보로 뛰고 있는 김부겸 후보는 지금의 야권사태를 어떻게 전망할까요. “2월말 정도 되면 야권에 절체절명의 시기가 올 거다. 국민의당이 지금은 창당 기분에 들떠서 천하 인재가 다 몰려들 것 같지만, 그게 쉽나. 그때 현실적 성적표를 놓고 범 야권이 살 길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 ‘왜 진영정치가 점점 격해지는 걸까’라고 묻는 질문에 그가 내놓는 답도 밑줄을 그으며 읽었습니다. “내가 보기엔 이 사람들이 고민을 안한다. 대결정치를 하면 편하거든. 솔루션이 뭔지 고민하면 절대 상대편을 이렇게 내치지 못한다.”
5. ‘한겨레21’의 커버기사는 데이터저널리즘 기사입니다. 1998년에서 2015년까지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18년 동안 ‘대통령의 말’을 심층분석했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언론의 말을 분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의 말들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각 대통령들의 연설입니다. 김대중 822건, 노무현 780건, 이명박 816건 그리고 박근혜 179건입니다. 박근혜가 작은 것은 아직 그가 재임기간이기 때문입니다. 잡지에 따르면 그의 집권기간 중 10월 말까지 2년 8개월치 연설문에 가중치를 줘서 분석했다고 합니다.
말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은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연설문 말을 ‘한국어 형태소 분석기’에 모두 담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은 이들 중 형태소 사이의 ‘의미있는 연관관계’를 드러냅니다. 이를테면 MB는 ‘선진일류국가’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는데, ‘선진’과 ‘일류’, ‘국가’ 사이의 관계는 별 의미가 없죠. 연설문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단어가 다른 단어와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투자’라는 말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면 “저 양반이 이야기하는 선진일류국가란 말의 내심엔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들어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21의 담론지도에서는 이 ‘선진일류국가’가 자신만의 삼각형을 만들고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별개의 섬과 같은 독특한 담론네트워크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거칠게 해석하면 일종의 ‘공치사’였다는 뜻이 되겠죠.
‘한겨레21’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요. 역대대통령의 연설에 비춰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사라진 단어. 바로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지난 2년 8개월 동안 연설문 179개에 등장하는 9만 4530개의 단어 중에서 고작 25번 등장할 뿐이라고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잡지에 따르면 박대통령이 사용한 단어 중 다른 대통령들의 1/10에 불과한 단어로는 시민(59번), 서민(16번)도 있습니다. 노동자가 사용된 횟수는? 0번이라고 합니다.
6. “언제 적 최규선인데…”라는 생각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에 등장하는 최규선은 그 최규선입니다. DJ정부 당시 ‘최규선 게이트’로 불린 체육복표 사업 비리. 2조 5천억짜리 대형사업을 30대 업체 대표가 따내는데, 그 뒤에는 최규선씨의 대통령 아들과 청와대 실력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고, 결국 그는 감옥에 갑니다. 최규선씨가 이렇듯 로비의 귀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DJ가 대선후보 시절, 마이클잭슨 방한과 조지 소로스 화상회의 등을 이끌어내며 정권창출의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2006년 감옥을 나온 후 재기를 꿈꾸던 최씨는 서원아이앤비라는 회사를 인수해 유아이에너지라는 회사를 설립, 중동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주가가 세배로 뛰는 등 한때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다시 2008년 이라크 지역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빼돌려 수십억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습니다.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의 검찰고발, 잇따른 사기와 횡령 고소 사건에 휘말린 그에 대한 수사가 지난 2015년 12월 15일 다시 착수했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이 와중에도 그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시사저널이 커버스토리로 전한 ‘27억원의 증발’은 그가 설립한 ‘파라마운트컨설팅’이라는 회사가 BW(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인수, 보증 과정에서 미상환한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 고발자들의 주장입니다. 복잡한 이야기이지만, 소송의 주체가 ‘DJ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DJ정부 최대 게이트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주제이긴 합니다.
7. 앞서 인재영입경쟁을 중심으로 한 ‘야권극장’을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새누리당도 이런 ‘흥행 쇼’를 안한 것이 아닙니다. 1월 10일, 1차 영입인사 6명 공개죠. 이번 주 ‘한겨레21’과 ‘시사저널’을 보면 새누리당 1차 영입인사 발표의 속사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이렇게 보도합니다. “…그러나 인재영입은 처음부터 잡음을 냈다. 친박계가 즉각 반발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친박계의 좌장 서청원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입당된 사람을 영입이라고 하면, 입당된 사람들처럼 지금 처음 나온 사람도 그렇게 소개해야지…” ‘영입된’ 인사 6명 중 2사람은 이미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사람입니다. 예컨대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 연구소 소장은 18대와 19대 총선에 두차례나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인사입니다. 음주운전 전력도 있다고 합니다. 국정교과서 국면에서 ‘우파의 아이콘’이 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도 이미 새누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친박 쪽이 ‘영입’에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까닭은 결국 ‘김무성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이 잡지가 전한 친박인사의 발언에 따르면 종편 정치평론가 박상헌씨는 “지난해 김 대표의 방미 당시 로스엔젤레스 현지 준비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다시 ‘한겨레21’에 따르면 배승희 변호사와 김태현 변호사는 종편에서 맹활약해 ‘인재’로 발탁된 경우라고 합니다. 이 잡지가 민언련과 함께 조사한 종편 4개 시사프로 패널 190명 분석에서 김 변호사는 가장 많은 52회 출연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8.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를 다룬 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지난 4년 이 정책 시행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제목을 보면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착한 정책, 나쁜 결과’. 부제는 이렇습니다. ‘배부른 유치원, 허리 휘는 부모, 아이는 볼모’ 기사는 누리과정 정책의 본래취지만 보면 착한 정책이 맞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나라에게 키우겠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에서 시작된 정책입니다. 그런데 나쁜 결과 ? 왜 배부른 유치원, 허리 휘는 학부모일까요. 이 잡지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었지만 학부모가 부담하는 보육료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유치원비 인상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이 잡지가 든 ‘사례’는 실제 정부가 20만원을 지원하지만 유치원비가 70만원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정부 보조는 보조대로 받으면서 교재와 교구비 착복, 허위 등록 등으로 유치원 비리와 시장만 커졌다는 것입니다. 처우개선비를 포함해 월 154만원을 받는 어린이집 교사와 월 214만원을 받는 유치원 교사의 처우에서 차이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잡지는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 부정부패 없는 투명한 유치원, 자긍심 넘치는 교사들, 그 속에서 건강하고 해맑게 자라는 아이들은 과연 이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까”라고 결론을 맺습니다.
좋은 기사입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아쉬운 것은 인용한 사례의 대표성입니다. 국가보조금과 별도로 여러 명목으로 원비를 받으면서 학부모 입장에서 부담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학부모 입장에서 경험적으로 맞긴 하지만 기사에서 인용한 서울시교육청이 적발한 공금횡령 사례가 모든 유치원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일일까요. 그리고 설사 만연해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유치원의 ‘공공지원의 사적 편취’ 문제가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은 비약으로 보입니다.
9. 이 리뷰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주간동아’의 대한민국설계자들 기획이 이번 호에 실린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가 종료되었습니다. 글의 필자는 김건우 대전대 교수인데,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었습니다.
예컨대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말처럼 “광복 후 친일파가 활개를 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이 가난하게 산 것”은 이제 보편적 인식입니다. 김 교수는 식민지배에 따른 대한민국 건국자들의 일본 기원과 ‘제국에 협력’을 분리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대적으로 그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학병세대’라고 그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우익편향의 한국현대 정치사에서 ‘숨통을 터주는 기능’을 한 일부 종교에서도 드러나는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류영모-함석헌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김교신-우치무라 간조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좌익이 정권을 잡은 적이 없는 나라입니다. 해방 후 제도권 정치에서는 조봉암과 같은 중도노선 정당 조차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우익과 보수를 가장한 정치세력과, 그냥 우익들 간의 이합집산과 대립의 정치사”가 대한민국의 역사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결론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정치와 정책을 말하면서 보수우익의 일부에서 틀 지은 ‘좌우 프레임’에 사로잡힐 이유는 없을 듯하다. (…) 자신들 견해와 같은 극우적 국가주의가 아니면 모두 좌파로 내모는, 오늘날 ‘우익을 사칭하는 사람’들도 이 연재를 한국 우익의 기원과 성격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길 바란다.”
10. “사랑하는 아들, 오늘이 졸업식인데 아들이 안보이네. 어디에 있어 졸업식인데, 빨리 와라 아빠 엄마가 기다리고 있잖아. 꽃다발도 준비하고 자장면도 먹어야지.”
‘한겨레21’이 포토뉴스로 전한 한 세월호 유족이 졸업식 날 남긴 아이에게 보낸 손으로 쓴 편지입니다. 내용이 유난히 눈에 밟힙니다. 나머지 부분도 옮깁니다. “…너무 보고 싶은 아들, 엄마, 아빠는 늘 아들 생각 뿐이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조금만 기다려. 아빠도 나중에 갈테니. 외로워도 조금만 참아줘. 친구들과 좋은 날에서 멋진 졸업식 하길 바란다. 중학교 때 졸업식이 생각나는 구나. 엄마, 아빠 껴안고 사진 찍었던 기억.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하고 싶었는데, 아들을 볼 수 없으니 너무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사랑한다. 아들아…아빠 너무 힘들어….2016.1.12.”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