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월 둘째주] ‘위안부 타결’ ‘독해진 안철수의 경쟁력’ ‘IS와 북한’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2016년 1월,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신년호는 ‘이미’ 제작되었지만 신년에 유통되는 시사주간지는 사실상 이번호가 처음입니다. 2015년 연말 대미를 장식한 가장 큰 사건이자 2016년까지 그 파장이 지속될 이슈는 일본군위안부 ‘타결’입니다. 한일 양국이 합의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 과연 가능할까요. 이 사안과 비교되어 이야기되는 것이 폴란드를 방문한 독일 수상 빌리브란트의 무릎 꿇는 사과 장면입니다. 그럼에도 독일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말이 성립 가능할까요. 주초부터 벌어진 사건이다 보니 많은 취재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겨레21’과 ‘시사인’이 ‘평화의 소녀상’을 표지에 내세우는 정통적 기획을 했습니다. 당연, 나머지 대부분 매체도 이 사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1. 목도리를 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한겨레21’은 “あなたらの合意, 認めない”라는 일본어를 표지에 내세운 것이 인상적입니다. “너희들의 합의,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거의 창간 때부터 이 잡지를 봐왔습니다만 이 잡지가 일본어 문장을 표지에 적은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너’가 아니라 ‘너희’라는 것입니다. 일본어로 너희의 대상에 일본 측만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안수찬 편집장의 ‘만리재에서’는 2010년 1월에 돌아가신 김순악씨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명문입니다. 컴퓨터 자판으로 썼겠지만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꾹꾹 눌러 담은 절제된 분노가 느껴지는 글입니다. “왜 당신들끼리 밀약하여 우리 입을 틀어막는가. 일본군의 더러운 지퍼를 왜 한국정부가 닫아주는가…나를 능멸하여 죽이고 천시하여 죽이고 수치스럽게 또 죽이는 너희, 도대체 누구인가.” ‘소녀야 울지마’라는 제목의 커버 기사에서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대한 시민불복종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만 명이 5만원씩 내면 일본정부가 제공하겠다는-‘배상’도 아니라-100억 원 모으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합의에 반대하는 독자사연과 후원을 받는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 ‘역사를 팔다’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시사인’의 커버스토리도 보겠습니다. 이 잡지는 이번 ‘협상’ 배후에서 벌어진 국제적 움직임에 주목합니다. 남문희 기자가 쓴 기사입니다. 지난해 6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는 발언을 합니다. 인터뷰 하루 앞서 일본 도쿄에서는 한?일간 국장급 회담이 진행 중이었는데, 당시 회담 수준이 ‘상당한 진전’이나 ‘마지막 단계’와 거리가 먼 수준이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른 채널로 얘기를 듣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원래 박대통령의 발언은 종전 70주년이 되는 8.15를 겨냥해 그전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한 것이었는데 한일 간의 인식 차는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계기가 된 것은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이었습니다. 남 기자는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위안부 협상에 적극 개입한 것은 11월과 12월이었다고 말합니다. 외교 소식통이 전한 미국이 던진 미끼는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라고 이 잡지는 주장합니다. “미국은 위안부 협상에서 한국 쪽 주장을 들어주는 척 생색을 내면서 일본 외무성을 앞세워 아베 총리와 우익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순한 압박이 아니라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라는 구체적 카드까지 동원한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압력카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선물이기도 했다.” 과연 이번 협상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을까요. 그리고 미국 역시 아베와 일본우익에 놀아난 것일까요.
3.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지만 이번 한일위안부 협상에 보수매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보태고 있습니다. ‘주간조선’ 정장열 기자(부장대우)는 현재 한국의 주간지 업계에서는 가장 오래 현역기자로 현장을 누비는 기자입니다. 관록의 기자답게, 한일협정이 타결되던 월요일 오후 종로구 수송동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방문해 ‘그 순간’을 스케치합니다. “소녀는 누군가 둘러준 노란색 목도리와 모자를 하고 있었지만 맨발이 시려 보였다. 맨발 옆에 꽃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정 기자의 기사에서 관록이 드러나는 것은 일본 측은 ‘어떤 근거’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가하는 일본 측의 논리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1961년 협약된 빈 협약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협약 22조는 “접수국은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종전까지 우리정부의 입장은 시민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지만 양국 외무부장관 회담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정부의 논리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기사는 묵묵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4. 다른 커버스토리를 보기 전에 ‘주간조선’에 실린 한 기사에 대해서 특별히 지적하고 넘어가야할 것은 있어 덧붙여둡니다. ‘광화문광장 태극기 vs 천안문광장 오성홍기’라는 이슈기사입니다. 국가보훈처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이 광화문 광장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느냐의 문제로 공방전을 계기로 기획된 기사로 보입니다. 기사는 베이징의 천안문광장에서 매일 오전 일출시간에 진행되는 국기게양식 소식을 자세하게 다루는데, 실제 천안문 광장을 취재해 쓴 것인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사에 적혀 있는 다음과 같은 구절 때문입니다. “기자 역시 한국의 카이스트(KAIST)쯤에 해당하는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의 중국과학기술대학에서 이른 아침에 학생대표가 엄수하는 국기게양식을 직접 지켜봤다.”
기사는 대형 국기게양대 설치에 반대하는 서울시에 대해 비판적인 스탠스를 유지합니다. 실제 서울시의 입장을 비판하는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말도 소개합니다. 동대문갑의 허용범 예비후보는 서울 청량리역 앞 자신의 사무소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걸고, ‘광화문에 못 건 태극기, 동대문에 달겠습니다’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한 마디를 보탭니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 왕조의 상징이자, 세월호 천막으로 인해 불법의 상징이 돼버렸다.” 기사는 중국은 국기게양 의식을 베이징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막대한 부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전하며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소모적인 논쟁에 빠져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인들은 평범한 국기게양 조차 한 차원 높은 비즈니스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은 왜 하필이면 비교대상이 중국일까요. 국정교과서를 시행하는 ‘선진국’이 어디에 있냐는 질문에 북한, 베트남, 러시아, 필리핀을 대답한 새누리당의 모 국회의원의 대답이 떠오르는 군요.
5. 다른 커버스토리도 보죠. 시사인은 ‘독해진 안철수의 경쟁력’이라는 제목으로 안철수 신당을 표지기사로 다뤘습니다. ‘정치전문가 15인이 분석한 안철수의 경쟁력’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의 제목은 “‘안철수 신당’ 20~50석 확보하면 대권가도 탄력”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안철수 의원은 탈당한 뒤 ‘마지노선 100석’을 이야기했지만 안신당이 100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데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동의합니다.
대신, 정치분석가들은 한국의 정치사에서 두 국면을 주목합니다. 첫째는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둘째는 13대 총선에서 평화민주당입니다.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을 탈당한 김종필은 충청권의 절대적 지지와 TK,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지지를 바탕으로 50석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 결과 정국에서 캐스팅보드를 쥐는데 성공합니다. 책에서 자세한 당시 총선 결과를 제시하지 않지만 15대 총선 결과 1당은 신한국당(139석)이었고, 2당은 79석의 새정치국민회의였습니다. 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했습니다. 13대 총선을 거론한 사람은 신율 명지대 교수입니다. 13대 총선 당시 만들어진 평화민주당은 70석이었는데, 이때처럼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가면 신당이 더민주당을 넘어 제1야당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그는 예측했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6. ‘주간경향’은 요즘 부쩍 이야기가 많아진 ‘삼성차’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시사저널’도 커버스토리로 분석한 내용인데 한발 더 나아간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자동차업계에서 뭔가 ‘빅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진 모양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자동차용 전장사업팀에 지난 12월 삼성전자의 부사장급 팀장 한명을 수장으로 세운 것이 논란의 진원지였다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부사장급 팀장’은 박종환 팀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삼성차는 과거와 같은 내연기관 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인데, 전기자동차의 핵심부품이자 기술인 연료전지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특허는 495건으로 전세계 기업 중 4번째 순위입니다. 이런 삼성의 움직임에 제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대차입니다.
기사는 또 다른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전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 전 모임을 주선해 현대차와 LG가 마주앉아 자동차산업 협력을 주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당시 “LG는 적극적이지만 현대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냉랭한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합니다. 사실 삼성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기사가 전한 재계임원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삼성이 차량 부품사가 된다는 건 현대차를 비롯해 완성차에 ‘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삼성이 솔직히 제대로 을이 돼본 적이 있느냐.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롭다.”
7. ‘주간경향’의 포커스 기사도 눈길이 가는 기사입니다. 테슬라모터스 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한 게 뒤늦게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지난 2015년 연말에 있었죠. 왜 이 시점에 테슬라가 한국시장에 진출할까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았는데 결국 내년도에 전기차 인프라가 깔리는 제주도에 진출, 중국시장을 겨냥한 진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의 부호들이 관광차 제주도에 와서 테슬라의 전기차를 맛본 뒤, 다시 중국시장에 가서 구입하도록 하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뿐일까요. 이 잡지가 법인 등기부 등본을 떼보니 테슬라코리아는 자본금 1억, 1주당 1천원의 유한회사로 지난 11월 18일 법인등록을 했다고 합니다.
‘주간경향’은 내친 김에 한국에 진출한 다른 글로벌 테크놀로지 회사들의 등기부 등본을 떼봤는데, 위의 테슬라의 1억, 유한회사는 하나의 바이블처럼 패턴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당장 만들어진 회사 뿐 아니라 들어온 지 수년 된 회사도 이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0년에 들어온 6년차 기업 ‘페이스북코리아 유한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한회사는 실질적인 매출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잡지가 의심하는 것은 이 패턴이 흔히 ‘더블 아이리쉬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 기법으로 알려진 조세회피 전략의 일환이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기사가 인용한 한 외국계 글로벌 기업 이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당초 테슬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던 이 이사의 말에 따르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대표나 이사가 늘상하는 일이 조세를 어떻게 줄이는가를 연구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들 외국계 기업 CEO들은 ‘이너서클’을 만들고 있는데, 한 기업이 개발한 기법은 다른 회사에도 공유되고, 한 회사를 그만둬도 다시 다른 회사에 취업해 또 똑같은 업무를 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애초의 테슬라가 왜 별 소득이 안보이는 한국시장에 진출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내부자들만 알 수 있는 아시아 그들의 아시아 파이넌스 망 구축 전략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스타벅스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하는 이 전략은 그동안 언론에도 거의 노출이 되지 않은 다크사이드입니다. 시민사회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주간경향’의 기사였습니다.
8. ‘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는 “북한산 AK 47소총이 어떻게 IS소년병 손에 들어가게 되었나”라는 주제의 기사입니다. 황일도 기자가 쓴 기사인데, 인상적인 기사입니다. 구조도 단순하고, 사용법도 간단한 AK47 소총은 전 세계적으로 1억정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소련제였는데, 현재 세계에 유통되는 이 소총의 90%는 소련이 아닌 다른 나라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제조와 유통에서 북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음모론이나 의혹제기가 아니라 북한제 무기 유통에 관여해온 브로커를 1년 넘게 심층 인터뷰를 해 최근 공개된 RUSI(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것인데, 일각에서는 IS-북한 연계설 등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시리아가 전통적인 북한의 우방국가였기 때문에 시리아에 맞서는 신흥무장단체인 IS에 직접 관계를 맺고 공급했다기보다, 시리아 정부군에 팔린 북한제 소총이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테러조직의 지도자가 되어 있지만 과거 북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 비동맹국가, 주로 중동지역 인사들에 대한 탈북관료의 증언도 기사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태권도를 수련하는 IS의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우리 안보당국자의 분석에 따르면 품새가 한국 중심의 세계태권도 연맹(WTF)의 것이 아니라 북한의 국제태권도연맹(ITF)에 가깝다고 합니다. ‘주간동아’의 보도였습니다.
9. 일반기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시사저널’에 실린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기사입니다. ‘TV특종 놀라운 세상’ 같은 프로에서 종종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죠? 누구나 조금씩은 있는 병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의 경우 책입니다. 간혹 가다 마음먹고 정리하다보면 똑같은 책이 2권씩 나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분명히 읽은 책인데, 집의 책 더미에서 책을 찾을 수 없어 할 수없이 필요해 다시 구입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시사저널’ 기사에 따르면 ‘사물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것을 ‘다운 사이징 라이프’라고도 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을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고 합니다. 역시 기사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였다고 합니다. 애플 창업 후 쫓겨났다 다시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오래된 서류와 장비를 버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고 처음 실천하는 사람들은 ‘사고도 쓰지 않는 물건이 그렇게 많다는 점에’ 놀란다고 합니다.
세 꼭지로 구성된 기사에선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일본사람 사사키 후미오 씨에 대한 인터뷰도 나오는데, 기사에 소개된 그의 방을 보니 처음의 모습은 저희 집과 비슷한데 점점 줄어 나중에는 극단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모습으로 변한 사진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잡지와 인터뷰에서 그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젠 버릴 물건이 없다. 앞으로는 조금 늘려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물건을 버리면서 깨달은 것이 있으므로 다시 물건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기타, 텐트, 접이식 의자와 책상은 살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요요현상처럼 결국 처음의 방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10. 마지막으로 가벼운 기사 하나. 12월 30일, 문재인 의원의 지역 사무실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인 사람이 있죠? 이 분이 경찰에 끌려가며 남긴 말이 ‘문현동 금괴’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 한마디가 약 1년 반쯤 미스터리로 남은 사진을 해명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문재인 비자금 1조원짜리 수표 20장, 금 200톤 환수’를 주장하는 서울 시청 앞 1인시위하는 남자 사진 말입니다. 사실 이 주장이 말이 안되는 것은 그동안 네티즌 주장으로 조목조목 지적되어왔습니다. 이 1인시위자의 말이 사실이면 문재인은 세계금위원회의 국가별 금 보유총량에서 벨기에에 이어 세계 21위에 개인 문재인이 올라선다는 말이 됩니다.
그런데 문현동 금괴로 검색하면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설가 또는 르포작가 정충제의 이야기인데요. 길게는 1970년대 후반부터 부산에 숨겨진 ‘일제가 숨겨놓은 금괴’ 이야기입니다. 200톤이라는 수량은 패색이 짙어지자 중국 전역에서 금을 사그리 긁어모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라고 합니다. 음모론이죠. 금 발굴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스토리가 그가 쓴 책에 나옵니다. 정씨의 ‘믿음’에 따르면 국정원이 개입된 도굴단이 참여정부 시절에 금을 빼돌렸는데, 그 과정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표가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입니다. 노무현 재단의 설립과 관련된 돈, 2012년 대선 자금이 다 거기서 나왔다는 주장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솔깃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주간경향’의 검토에 따르면 의혹의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너무 빠져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음모론이 괜시리 음모론이 아니다”는 것이 주간경향의 ‘언더그라운드.넷’ 코너의 결론입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