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3월 첫째주] ‘필리버스터 43년 만에 부활한 이유’ ‘야권 영남3총사 김부겸·노회찬·김영춘’ ‘노동개혁 입법의 함정’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2016년 3월 첫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지난 주, 필리버스터로 뜨거웠던 한 주입니다. 시사주간지 대부분이 필리버스터 관련 기획을 다뤘지만, 표지로는 ‘시사인’이 유일하게 다뤘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팔려야하는 시사주간지 입장에서는 10일 이상 갈 이슈는 아니라고 판단했을까요.
정치관련 커버를 다룬 매체는 ‘시사인’ 이외에 영남에 출마한 야권 3인을 다룬 ‘한겨레21’ 그리고, “정치가 변한다”는 주제로 한국정치의 고령화 현상을 다룬 ‘주간조선’ 등 3개 매체입니다. ‘주간경향’은 ‘떠돌이 직장인’이라는 제목으로 최장시간 노동 이외에 근속기간이 짧은 한국노동시장의 특성을, ‘주간동아’는 ‘사교육 헬조선’이라는 주제로 선행학습 지옥으로 변한 한국 교육의 문제를, ‘시사저널’은 한국-중동의 경제협력 아이콘인 자베르 연륙교를 “현대건설이 부실공사했다”는 단독기사를 커버로 다루었습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1. 필리버스터 정국을 맞이하여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이 택한 전략은 소수당의 독재 내지 횡포, 그리고 식물국회론이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가능했던 것은 2012년 개정된 국회법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시사인’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지금 여당이 비난하는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이나 소수당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여당이 얻는 것도 있습니다.
국회 선진화법 이전, 새해 예산안이 매년 12월 31일에서야 통과되거나 유예되었던 것이 기억나십니까. ‘예산안 연계투쟁’, ‘의장석 점거투쟁’이라는 야당과 소수당의 고전적 무기였습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11월 30일이 넘길 경우 예산안은 자동으로 본의회에 올라가며, 의장석을 점거하는 경우도 즉시 징계를 밟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냈는데, 소수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다수당이 통과시키려면 소수당이 수용할만한 타협과 맞교환의 패키지를 짜거나, 소수당이 버틸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여론 압박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테러방지법의 경우 어땠을까요. ‘시사인’은 결국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의 장벽을 뚫고 필리버스터가 43년 만에 부활한 이유”로 다수당의 협상능력을 청와대가 묶어버린데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사인’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임기 내 되풀이된 박근혜 청와대의 근본주의, 그에 압도당한 새누리당의 협상력 고갈, 소수당에 충분한 명분을 열어준 국회의장의 입장 전환, 그리고 테러방지법의 비교적 눈에 잘 띄고 여론전을 해볼 만한 독소조항까지, 일련의 조건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이번 필리버스터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2. ‘주간조선’의 표지를 보면 ‘정치가 변한다’는 표제 밑에 작게 “우리만 빼고…”라고 적혀 있습니다. 빈 국회의석에서 한 여성의원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표지만 봐서 무슨 이야기인 줄 알 수 없습니다. 본문의 기사를 보면 40대 정치인이 전면에 등장한 ‘전세계 정치’의 추세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42),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45), 이태리의 마테오 렌치 총리(42), 올해 마흔 살인 벨기에의 샤를 미셀 총리…. 반면 한국은 1971년 당시 44살이었던 김영삼, 47살이었던 김대중이 내세웠던 ‘40대 기수론’ 이후 사라진 정치문화입니다.
과거 이 코너에서도 소개했던 ‘주간경향’ 기사에서는 이 문제를 일본은 20년 후로 답습하는 경향을 보이는 ‘제론토크라시’(엘리트층의 고령화) 문제로 다룬 반면, ‘주간조선’의 기획에서는 ‘계파정치’와 ‘보여주기식 개혁’의 문제로 진단합니다. 계파가 이념이나 정치철학이라기보다 기초적인 인간관계, 지역으로 나뉘어 있고, 이런 계파정치는 유권자의 요구를 읽어내지 못하고 개혁을 이야기하더라도 외부수혈, 물갈이에 집착하다보니 한국정치는 유독 초선의 비율이 높으며, 정치 전문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소통의 문제나, 유권자를 직접적으로 접하는 선거운동을 선거일 13일 전으로 제한한 한국 정당-선거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표피적인 분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3. ‘한겨레21’이 말하는 ‘영남 3총사’는 대구수성구갑의 김부겸 후보, 경남 창원 성산구의 노회찬 후보, 그리고 부산 진구갑의 김영춘 후보입니다. 각각 더민주-정의당-더민주, 즉 야권인사들입니다. 지난 2월 23일 합의된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전체 300석 중 영남군 의석은 65석입니다. 호남은 총 28석이니, 영남권이 호남보다 37석이 더 많습니다. 1990년 3당합당 이후 현 여당의 독주지역이 된 영남권에 이들 삼총사가 ‘파열구’를 낼 수 있을까요.
사실 이번 총선에서 영남에 도전하는 야권인사들 중 주목할 만한 사람들이 이들 세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총선에서 김태호 새누리당에 맞서 득표율 4.2%포인트 차로 패한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김경수 후보가 대표적이지요. ‘한겨레21’이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지방선거, 총선, 대통령 선거에서의 정당득표율 분석을 보면 영남, 특히 부산에서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야권이 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구의 지역적 대표를 넘어 대선까지 바라볼 수도 있는 위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에서도 역시 대권 주자급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를 이곳에 공천했습니다. 이 잡지는 이 ‘3총사’의 인터뷰를 담고 있습니다. 제목만 보겠습니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밥값”(김부겸), “빼앗긴 땅에도 봄은 올 것이다.”(노회찬) “4년, 동네 후배로 돌아오는 시간”(김영춘)
4. “자베르 코즈웨이가 쿠웨이트와 한국을 잇는 우정의 가교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3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쿠웨이트 자베르 연륙교 건설현장을 방문해 방명록에 남긴 말입니다. 완공되면 쿠웨이트시티와 북부 실크시티를 연결하는, 총 36.14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해상 교량입니다. 그런데 이 공사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이 ‘시사저널’의 보도입니다.
공사에 참여한 현지기업들이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금전적 피해’ 해결을 요구하는 서한을 접수했고, 발주처인 쿠웨이트 정부도 수차례에 걸쳐 현대건설 측에 공식 항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공정률은 40%가 넘었는데, ‘시사저널’이 입수한 쿠웨이트 정부의 항의 문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직접 시공하는 구간에서 부실공사 문제, 미승인 도면 적발, 하청업체 공사능력에 대한 의문 제기 등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1차 책임을 현대건설 측이 지도록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보도 내용을 보면 해외수주공사에서 원청 대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의 ‘갈등’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건설은 문제가 된 하청건설업체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고, 해당 업체는 공정위에 현대건설을 제소할 계획이라고 기사는 밝히고 있습니다.
현지 업체들의 금전적 손해도 이 계약 해지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해외건설에서 원청-하도급 분쟁은 빈번하게 벌어지지만, ‘을’의 요구대로 결론이 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기사에서 현대건설 측은 “(보도한 내용은) 공사 현장이라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며 “실제 공사 중단 기간도 10여일에 불과했고, 일부 기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5.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한국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유례없이 길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2014년 OECD 자료를 보더라도 멕시코(2327시간), 칠레(2067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깁니다(2057시간). 그런데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임금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6.1년입니다. 임금근로자의 52.8%가 3년 미만 단기 근속자였고, 10년 이상 근속자는 20.6%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노동개혁’의 대상자인 장기근속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5에 불과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신년 담화에서 “파견법은 중장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이라며 노동개혁 입법 중 파견법이라도 통과시켜달라고 했습니다. 현재도 짧은 단기 근속을 더 줄이자는 것일까요.
‘주간경향’은 왜 한국 노동시장에서 근속연수가 짧은지에 대해 ‘계약직 노동자의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의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직’이 잦아지면서 몸값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아지는 것이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경우도 3년내 이직율이 60%가 넘는데, 한국과 일본의 100대 유통기업을 비교분석해보면 근속연수는 일본기업(14년)의 44.3%(6.2년)인데 급여는 57.1%에 불과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긴 노동과 짧은 근속은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길다보니 탈출하려거나 직무능력을 쌓지 못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만둔다. 또 한편으로는 직무능력이 낮아서 오래 고용되지 못하고 권고사직당하거나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가게 된다.” 결국 짧은 근속기간은 개개인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여기에 박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개혁 입법’이 이뤄진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 ‘저성과자 해고’와 같은 쉬운 해고가 도입되면 노조가 무력화되고 결국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때 그 위기를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잡지는 지적합니다.
6. “초교 4학년이면 늦다?!”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 기사의 전체 기사기획명은 이것입니다. “사교육이 미쳤다.” 거의 끝까지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사교육시장의 실태를 이 잡지는 다루고 있습니다. 잡지에 따르면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은 ‘선행의 필수화’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늦는다는 것은 3학년 때부터 5, 6학년 선행학습이 시작되고, 6학년이면 중학교 과정을 마스터하고, 영어는 중학교 때 끝내놔야 고등학교 때에는 진짜 중요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강남 학원가 학부모들의 논리입니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대입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요즘 대치동 학원가에서 가장 큰 이슈는 수학과 과학인데, 그 이유는 영재학교, 과학고 자율형 사립고와 같은 특목고 진학에 있다고 합니다. 특목고의 서울대 진학 비율이 월등히 높은 반면, 일반고의 진학률이 하향평준화되는 추세 때문이라고 합니다. 영어의 경우 수학에 비해 훨씬 일찍부터 사교육이 시작되어 중학생이 되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라고 하는데, 영어유치원에서 대치동의 빅3 영어학원 진학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변별력이 사라진 영어를 대신해 사교육촉발제로 들어서는 것은 ‘과탐토’라고 불리는 ‘과학탐구대토론회’와 같은 교내 대회인데, 보통 3명이 팀을 이루고 300만원~400만원 상당의 과외를 붙인다고 합니다. 수상작 보고서는 “하드커버만 없을 뿐 대학논문을 뺨을 친다”고 하는 군요. 확실히 미쳐 돌아가는 요지경 세상입니다.
7. 일반 기사를 보겠습니다. 2월 17일, 기억, 약속, 심판을 내건 총선유권자네트워크가 출범했습니다. 오늘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모습을 처음 시민들에게 알린 것이 지난 2000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지요. 그때는 총선시민연대 대표가 박원순이었죠. 올해의 낙천낙선운동은 어떤 모양새일까요.
‘주간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2012년에 비해 출발에서도 많이 늦었습니다. 필리버스터 국면이나 선거구 획정이 늦은 점, 야권의 분열 등의 외적 이유도 있지만 내적 이유도 있지 않나 이 잡지는 파고듭니다. 일단 시민사회의 위상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8년간 보수정부가 등장하면서 ‘시민사회’ 앞에 수식이 붙습니다. ‘진보적 시민사회’ 내지는 진보진영 (만을) 대표하는 시민사회가 된 것이죠. 이것은 시민사회 스스로 초래했다기 보다 광범위한 단체들을 한쪽만을 대변하는 단체로 몰아붙이는 보수정권의 무리수가 같이 작동했습니다. 이와 함께 ‘보수 시민단체’도 등장해 이를테면 ‘종북성향 의원 낙천낙선운동’을 하는 것과 같은 희화화도 한몫했습니다.
다른 원인은 없을까요. 이 잡지는 ‘관성화’의 측면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종전의 시민사회 범주에 들지 않은 온라인단체, 생활협동조합, 팟캐스트나 인터넷 카페 등의 이질적인 집단이 대거 등장했는데도 그들과 ‘제휴’하는 것이 아닌 종전의 조직 논리에 기반한 관성적 운동이 나타나지 않았나 하는 지적입니다. 기사는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관성’을 벗어난 결기를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는 보여줄 수 있을까. 판단하기에는 아직 50여일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8. 총선 기사가 많아진 것을 보면 역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에 실린 ‘대구에 퍼지는 여론조사 음모론’이라는 기사에 눈길이 갑니다. 기사가 인용한 대구지역인사가 전한 음모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총선 관련 여론조사가 대구, 특히 진박 후보들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집중 실시되고 있다. 처음에는 후발 주자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선거운동 하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데 특정 여론조사업체가 집중적으로, 그것도 비공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그에 대한 음모론이 돌고 있다.”
이 잡지가 검증해본 그 특정업체는 국내 대표 여론조사 B라고 합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이 잡지의 질문에 대해 “선거 당일 예측을 위해 사전조사를 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도 만들지 않았는데 이걸 어떻게 총선에 활용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억대 이상의 조사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잡지는 보는데, 이것이 그냥 자체 여론조사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간동아’의 주장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런 음모론도 나옵니다. 여론조사 전화는 보통 ‘02’나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걸려오는데, 최근 ‘대출알선’, ‘휴대전화 변경’ 등 스팸성 전화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특정 후보 지지층에게만 스팸전화가 집중된다면 이들은 여론조사 전화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총선 한 달 앞둔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대구를 방문해 ‘진박부흥회’를 열 것이라는 소문도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경북도청사 이전식이 이날 오후에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데 거기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릴 것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될지 두고 보죠.
9. 움베르트 에코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겨레21’의 레드기획에서는 그의 책 번역자였던 김운찬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의 글을 싣고 있습니다. 워낙 다작이었던 에코가 낸 단행본은 100여권으로 추정합니다(한국에서 에코 저술 총서를 발간했는데 소설을 제외하고 25권이었습니다).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에코는 자신의 저술과 전 세계에서 간행된 번역본, 비평서, 관련 자료를 모아 조그마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지만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와 같은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다방면에 걸친 그의 관심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호학’입니다. 사실 소설들도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런 기호학적 관심의 연장선에서 쓰인 것이지요.
기사는 움베르트 에코에 대한 추모와 함께 그동안 알려져 있지 않은 사사로운 정보도 같이 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바우돌리노’를 제외한 에코의 모든 소설은 1월 5일 출간되었는데, 그날은 움베르트 에코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2000년 출간된 ‘바우돌리노’는 그해 여름 태어난 첫 손자의 생일에 맞춰 출간하고, 손자에게 헌정한 책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팬에게 아쉬운 것은 한국에 ‘에코 마니아’가 상당수 있음에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기사는 전합니다. 저자는 오래 전에 한국에 방문할 의사가 있는지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스케줄이 잡혀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권두언, 편집자의 말을 보겠습니다. ‘시사저널’ 박영철 편집국장의 ‘한강로에서’ 칼럼과 ‘한겨레21’의 안수찬 편집국장의 ‘만리재에서’ 칼럼은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 ‘귀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사주간지 편집장들은 영화 ‘귀향’을 어떻게 봤을까요. “…시민으로서 말하자면 막판에, 견디다 견디다가, 많이 울었다. 그것이면 된 것이다. (중략) 영화 ‘귀향’으로 인해 나의 금요일은 온통 불타고 있다. 구현되지 않고 지체되는 정의를 생각하느라 하루를 보냈다. 누구에게나 그런 하루는 필요하다. 누구나 이 영화를 보아야 한다.” (안수찬)
시사저널 박영철 편집국장은 조선일보 출신입니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일본에 반성은 줄기차게 요구하되 우리가 당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자세히 가르쳐 다시는 일본을 비롯한 외세에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귀향’을 꼭 보시라고 권합니다. 2016년 삼일절 즈음해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리뷰를 쓰는 저도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 마감을 끝내면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 볼 생각입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