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월 넷째주] ‘정부 vs 서울시?성남시’ ‘쯔위 사태’ ‘마카오 정킷방’ ‘인구절벽’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월 넷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이 주 발간된 시사주간지의 표지들을 보면 ‘청년’을 주제로 한 ‘시사인’, ‘주간동아’의 커버가 눈에 띕니다. ‘주간경향’의 커버스토리도 ‘인구절벽’을 주제로 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하나로 이어지는 문제의식을 담은 듯합니다. ‘한겨레21’은 지난주에 이어 네 명의 대통령과 관련한 보수에서 진보까지 언론사의 보도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커버로 냈고, ‘주간조선’과 ‘시사저널’은 ‘단독’ 기사를 표지로 올렸습니다. ‘주간조선’은 ‘군 내부고발자의 15년 투쟁기’ 단독기사를, ‘시사저널’은 마카오 정킷방, 판돈 수백억 VIP 도박실태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1. 일단 단독 기사부터 보겠습니다. 김영수 전 해군소령.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해군비리 고발자로 그가 PD수첩에 정복을 입고 출연한 영상 캡쳐가 많이 돌아다닙니다. 이 인터넷 캡처를 보면 결국 비리 기득권의 벽에 부딪힌 그가 옷을 벗을 수밖에 없었고, ‘다행이도’ 국민권익위 국방분야 조사관으로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후일담이 붙었습니다.

‘주간조선’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또다시 ‘그 후’ 이야기와 비리폭로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후 이야기는 올해, 그가 서울 용산에 ‘국방권익연구소’라는 사무실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경력을 보면 천정배의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회 국방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을 맡았다고 하는데, 이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통합하게 되었으므로 그 부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의를 행함으로써 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 해군사관생도가 배우는 사관생도훈(訓)이라고 합니다. 김 소령이 암투와 뇌물수수, 접대, 향응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던 계룡대 근무지원단에 부임한 날은 2006년 2월 8일이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묵묵히 협조되거나 좌천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말합니다. 잘못을 바로 잡고자 상부와 헌병, 기무사, 감찰기관에 수차례 보고 했지만 묵살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보고가 부실해서라고 생각하고, 보완해 총 9억 4천만원 상당의 배임행위를 밝혀냈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묵살과 타 부대 배치였습니다. 그는 ‘현역복무 부적격’이라는 이유로 근무평점 최하위인 0점을 받고 호봉승급도 6개월간 제외되었습니다. 전출된 뒤 그는 방황하고 자살도 생각했지만 처음에 언급한 ‘해군정신’을 다시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결국 PD수첩 고발 후 비리 군고위층은 구속되고 수사가 재개 되었지만, 그는 해군대학 교관직을 박탈당하고 국군체육부대로 전출되었습니다. 결국 2011년 6월, 군복을 벗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악몽은 되풀이 되었습니다. 명백한 ‘군납비리’임에도 보고가 묵살되었습니다. “사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일개 공무원이 방산비리를 근절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직장을 나왔다.” 꽤 긴 기사입니다만 팩트보단 ‘라이프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기사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이 잡지가 긴 방산비리 보도의 서막쯤으로 쓴 기사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시사저널의 도박 ‘마카오 정킷방’ 보도는 중소기업대표인 A씨와 강남에서 큰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B씨의 ‘제보’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A씨는 투자 유치를 위해 대기업 직원들에게 수시로 접대해야하는 사업특성상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는데, 유흥업소에서 마카오 정킷방을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A씨와 같은 사람이 해외의 정킷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변보호가 확실하다”는 설명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정킷방을 운영하는 브로커들은 도박판은 물론 술과 향응이 있는 사적모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동남아 골프 여행을 가면 자연스럽게 정킷방 브로커들이 따라붙는다고 합니다. A씨의 경우 관심을 보이자 마카오까지 항공편과 현지 교통편, 숙박시설 이용은 정킷방 측에서 모두 대줄테니 한번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남는 것이 크기 때문이겠죠. 마카오는 홍콩을 경유하기 때문에 출입국 기록만으로 도박과는 무관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애용된다고 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유명인’들을 여럿 만났다고 합니다. 프로스포츠 유명감독인 C, 유명운동선수인 D, 그리고 재벌 일가나 정치인을 위해서는 별도의 VVIP룸도 운영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방마다 사용하는 칩도 달라 일반 카지노에서는 교환이 불가능했고, 정킷방에는 창문도 시계도 없어 시간 개념을 상실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주로 하는 것은 ‘바카라’라는 도박이라고 하는데, B씨의 회상에 따르면 “2~3시간이면 1억원이 순식간에 날라갔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B씨는 이 잡지와 인터뷰에서 “남들은 거액도박이라고 하지만 정킷방에서 쓰는 돈(한 달에 2~3억)은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외환관리법 위반 운운하기 전에 우리나라도 도박을 합법화하면 해외로 돈이 빠져가는 일이 없지 않겠냐”고 항변했다고 합니다. 과연 도박 합법화가 답일까요.

3. 지난주에 이은 ‘한겨레21’의 커버 기획은 빅데이터, ‘숫자로 읽는 대통령’ 기획입니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사들의 색깔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본 기획입니다. 당연히 차이가 있겠죠. 이 잡지는 빅데이터 전문분석업체에 의뢰해, 1998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종합일간지 6곳(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에 실린 18년 치 사설 8만3316건에 등장하는 형태소를 분석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조선을 필두로 한 조중동에서 많이 언급합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한겨레와 경향과 같은 매체에서 많이 언급합니다. 이들은 대통령과 관련해 특이한 형용사를 많이 썼는데, 예컨대 중앙일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한 사설에서 ‘남부끄럽다’는 말을 많이 썼고, 경향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부끄럽다’라는 말을 썼다고 합니다. 특히 조선은 4명의 대통령 관련 사설을 통틀어 88개의 형용사를 딱 1번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인 43개의 형용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설에 등장시켰다고 합니다.

이 잡지가 언론학자의 입을 빌어 내리는 분석의 결론은 ‘언론과 사회의 ‘전반적인 퇴행 징후’’입니다. 대통령과 언론 모두 보수냐 진보냐 양쪽으로 갈라져서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쪽으로 점점 더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입으로는 모두 ‘정론지’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정파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결론입니다.

4. “‘청년정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성남시의 정면충돌.” ‘시사인’이 청년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기획한 이유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과 18일, 서울시의회와 성남시의회의 청년배당,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예산안 의결이 무효라며 대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이유는 이들 사업예산안이 중앙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통과됐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라고 합니다. 이들 청년수당 정책은 “일자리 몇 만개 만들겠다는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청년정책”(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반대하는 것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청년에게 돈을 지원하는 정책은 ‘선심성’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겠다는 정치인과 그들의 포퓰리즘이 나라를 파탄으로 이끄는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잡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청년수당?청년배당에 날을 세우는 정부?여당의 프레임에서 무상급식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패하게 된 주된 이슈다. 더 크기 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다가오는 총선의 핵심 이슈가 ‘청년판 무상급식’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5. ‘주간동아’의 청년기획도 보겠습니다. 표지에는 ‘청춘이라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떨군 청년의 뒷모습을 담았습니다. 커버기사는 “출구 없는 사회 ‘죄송한’ 청년들”이라는 제목으로 고시원에서 자살한 청년, 신조어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유행, “학점을 못 받으면 낙오자가 된다”는 서울지역 4년제 대학 재학생의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여기에 최근 경향신문의 신년기획으로 유명세를 탄 ‘사축(社畜:회사에서 키우는 가축)’의 출전인 ‘사축일기’를 지은 시인 겸 싱어송라이터 강백수씨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되풀이되는 폭행, 최근 인터넷에 공개된 ‘스탠리큐브릭전 근무자 벌점제도’에 들어난 알바생에게 甲질하는 문화, 2013년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유행 후 SNS로 옮겨진 고발과 젊은이들의 감수성 변화 등을 담은 기사 등 총 4꼭지에 걸쳐 커버스토리와 관련된 기사를 다루고 있지만 세태분석에만 머물러 있는 듯싶어 조금 아쉽습니다.

6. ‘주간동아’의 기획 중에 가장 눈길이 갔던 기사는 “다시 ‘문고리 3인방’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예컨대 ‘진실한 사람’으로 대표되는 ‘논란이 되는’ 대통령의 말을 누가 기획했는지 국회 주변에서는 화두라고 합니다. 정치권 안팎에서 지목하는 인물은 3인방 중의 한명인 정호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조인근 연설기록비서관이 임기 초부터 자리를 잡고 있지만 박 대통령 명의로 공개되는 연설문이나 담화문은 반드시 정비서관의 검토를 거치게 되어 있고, 이를 대통령 본인이 직접 자기 언어로 만드는 것이 3년간 일관된 프로세스였다는 설명입니다. 현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정호성 비서관인데, 조직과 인사 문제는 이재만 비서관이 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이 기사는 전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정책 보고서 대부분이 정호성 비서관이 담당하는 부속실을 통해 전달되고 있고, 정부 외곽 자문그룹이나 외부조직의 비공식 의견도 같은 경로로 제출된다는 것입니다. 측근그룹이 ‘문고리’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다음 ‘박근혜 정부 전직 관계자’의 발언도 눈길을 끕니다. “대통령 친견용으로 작성되는 보고서가 정부 전체로 따지면 하루 50~100개다. 분량은 대부분 A4 1~2매로 간략하지만 한 줄 한 줄 복잡한 함의가 담겨있음은 불문가지다. 꼼꼼한 성격의 박 대통령은 이를 모두 밑줄을 그어가며 숙독하고,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궁금한 부분을 따진다. 관저에서 밤새도록 보고서를 읽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일정이나 컨디션에 따라 읽을 수 있는 보고서 수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무엇을 먼저 읽고 결정할 것인지를 ‘누군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이들 ‘3인방’의 역할 내지는 임무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잠복상태인 이 ‘문고리 권력’ 이야기가 언제 다시 수위 위로 올라올까요. 잡지는 총선 이후 7~8월을 꼽습니다. 공천과 선거가 마무리되어 여당이 더는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는 구도가 만들어지면 선을 그어가며 독자적 공간을 차지하려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고, 박근혜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가 이 ‘3인방 문제’라는 것이 잡지의 주장입니다.

7. “왜냐고요? 지금은 2015년이니까” 지난해 말 화제를 모았던 캐나다 신임총리 쥐스탱 트뤼도의 답입니다. 왜 남녀동수로 내각을 구성했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시대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남녀동수만 아니라 최초의 원주민 출신 법무부 장관, 시각장애인 출신 장애인 담당 장관, 난민 출신 ‘민주제도 장관’ 등의 이색행렬이 그는 당연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또 하나 특징은 이들 장관들의 평균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입니다. 트뤼도 자신이 올해 44세입니다. 캐나다 뿐 아니라 잘나가는 인터넷 기업의 CEO도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가 32세, 구글의 두 창업자는 1973년생입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세력’의 나이를 거론한 것은, 어느 틈인가 리더십 자체가 노쇠해버린 대한민국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김희정 전 여성부장관이 그만두면서 대한민국의 국무회의 참석자 중 40대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주간경향’의 커버스토리 기사가 내놓는 지적입니다. 일찍부터 이런 우려는 대두되었습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일본사회에서 대두된 제론토크라시, 노인지배사회를 보면 한국사회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전망이 나오는 것일까요.

해리 덴트가 내놓은 ‘인구절벽’이 하나의 가능한 답입니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은 생산가능인구의 대폭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사회구조도 기존 고령의 지배자들의 기득권 리더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해외에서 뛰어난 인재들을 수혈 받아온 미국이나, 지금 난민을 받아들이는 독일의 선택은 단순 박애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의 성장동력을 잃지 않으려는 국가차원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과연 어떨까요. 이 잡지는 “과거 2020년 후 세대의 마지막 구성원이 50대에 접어드는 386세대의 장기지배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번 기획에서 그 테제를 더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산업화와 민주화 동맹은 일정 시점을 경과하면 발목을 잡는 기득권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8. 이번에 발간된 시사주간지들을 보면 결국 대만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는 ‘쯔위 사태’기획을 대부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시사인’은 특집 3꼭지로 이 사안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와이스 멤버인 그녀가 대만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든 건 자기가 원한 것도, 그녀의 소속사인 JYP가 쥐어준 것도 아닙니다. MBC 마리텔 제작진이 쥐어준 것인데, 그렇다고 논란이 된 장면은 정식으로 방영된 장면도 아니라고 합니다.

‘시사인’은 민족주의를 통치이념으로 끌어올린 중국의 특별한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합니다. 중국의 특수한 딜레마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성격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독재정권이라는 속성 때문에 극단적인 목소리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을 해야 한다는 역설에 붙들린다고 이 잡지는 지적합니다. 타이완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정학적, 경제적 이해관계의 크기를 뛰어넘는 중국 정치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고 잡지는 분석합니다. “쯔위 사태는 해프닝이었다. 이 사태가 양안관계의 구조를 바꾸리라 보는 관찰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해프닝은 중국의 민족주의 폭발이 얼마나 돌발적이고 맥락 없이도 가능한지를 예고했다. 그 예고편 뒤로는, 근본적인 정당성 문제를 얼버무리려고 민족주의라는 호랑이 등에 타서 곡예를 해야 하는 중국공산당의 딜레마가 깔려 있다.”

한편, 민진당 차이잉원의 압승에 대해서 ‘한겨레21’과 ‘시사인’ 등은 외성인(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본성인(대만인) 사이의 갈등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본성인들의 요구가 결국 관철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잡지들에 따르면 대만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희망이 없는 대만의 미래를 두고 ‘귀신 섬’이라는 조어를 부른다고 하네요. 해바라기 운동을 주도한 학생세력들이 만든 ‘시대역량’이 제3당으로 부상한 것처럼 차이잉원의 압승엔 이들 20~30청년세대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합니다.

9.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청년희망펀드를 다룬 시사저널 기사의 제목입니다. 기억하시죠?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1호로 사인해 조성된 청년희망펀드. 정?재계 유력인사를 비롯, 구두닦이까지 동참하여 모은 모금액은 1월 19일까지 1271억 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모아 쓸 곳입니다.

이 펀드를 운영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청년희망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이 재단의 황철주 이사장은 친박 인사로 알려진 인물이죠. 이 재단의 2016년도 사업계획서를 보면 199억 8000만원을 사업예산으로 확정했는데 이중 일자리 매칭사업에 33억 7000만,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96억 1100만원, 청년희망 채움 사업 예산에 56억 1천만원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 기관 운영비도 13억 8900만원이 잡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사업들 하나하나 뜯어보면 기존 정부 사업과 대부분 중복된다는 것이 잡지의 주장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애초부터 정치적 이벤트 성격으로 제안된 사업이기에 펀드 모금 4개월 만에 국민적 관심은 급속도로 줄어들었습니다. 홈페이지의 아이디어 공모란에는 지금까지 133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되어 있는데 올해는 8건 뿐이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내용이 부실하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청년 실업자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스키 캠프를 열자’는 제안이 있는데, 숙박비와 스키장, 리프트권, 장비 렌탈 등을 지원해달라는 ‘아이디어’(?)도 올라와 있다고 잡지는 전합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정책적 필요에 따라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해야 하는데, 청년희망펀드는 돈을 모아놓고 쓸 곳을 찾고 있다. 300명 인재 육성사업에 100억원 가까이 쓰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이 펀드의 ‘운명’도 훤히 내다보이는 군요.

10. 마지막으로 칼럼 하나 보겠습니다. ‘시사인’에 실린 정태인 칼 폴로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의 기고입니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을 듣고 그는 “글쓰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왜인고하니, 안보와 경제가 위기를 맞았는데, 전자는 북핵 때문에, 후자는 국회 때문이라는 박대통령의 인지부조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이 위안부 협상타결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은 동북아 정세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상식인데,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이 나서달라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박대통령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해야 나올 수 있는 발언’이라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혀를 찹니다. 국회가 경제 활성화 2법과 노동5법을 통과시키면 경제위기가 해소된다는 것도 난센스라는 것이 정 소장의 주장입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든 국민의 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박대통령이 오매불망 원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지고 임금은 떨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봅니다.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급격히 위축되면 당연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즉, 복지를 증가시켜 소비를 늘려야 하는 것이 해법인데, 박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인 보육료(누리과정 예산)마저 못 주겠다고 합니다.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이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자신의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믿는 대통령이 세상을 질식시키고 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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