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2월 첫째주] ‘차기 대통령 적합도 반기문 1위’ ‘지지하는 차기 대선 주자 문재인 1위’ ‘영화배우 이영애 입당설은 거짓’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설합본호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저번 추석 때도 한번 쓰긴 했지만, 시사주간지들은 1년에 두 차례, 명절(추석과 설)에 합본호를 발간합니다. 실제 명절기간엔 주간지를 새로 만들어낼 수 없으므로 최소 2주간 유통될 기획아이템이 가득찬 잡지를 만들지요. 과거에는 이 기간에 퀴즈-선물잔치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점점 사라져 가는 중이긴 합니다. 어떤 기사를 2주 동안 유통될 커버스토리로 내놨는지 일별 해볼까요?
‘시사인’은 “손안의 총선”이라는 제목으로 총선특집호입니다. (총선 특집기사는 거의 대부분 시사주간지에서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 시사저널은 설 특집 여론조사(반기문이 ‘1강(强)’으로 나왔다고 하네요)와 영화배우 이영애 인터뷰를 합본호의 커버스토리 기사로 내놓고 있습니다. ‘주간경향’은 ‘살얼음 중산층’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중산층의 몰락 내지는 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의 커버 기사는 귀향입니다. 설을 맞아 ‘귀향’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 잡지가 지난 18개월 동안 후원한 위안부 독립영화 ‘귀향’ 이야기를 크게 다뤘습니다. ‘주간조선’은 한국의 스티브잡스들…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마쓰시타 정경숙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건명원의 지난 1년을 커버로 다뤘습니다. 주간동아는 ‘소자본 대박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비법 이야기를 표지로 내세웠네요. 하나씩 보겠습니다.
1. 우선 시사저널을 보겠습니다. 왜 영화배우 이영애씨 인터뷰가 커버스토리로 다뤄졌을까요? 시사저널이 내걸은 ‘명분’은 “SBS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로 10년만의 컴백”입니다. 이 드라마 제작 소식을 다룬 기자회견은 지난해 11월 30일 열렸습니다. 실제 방영은 올해 가을쯤입니다. 기사를 취재한 김지영 기자는 이 잡지의 에이스 기자입니다. ‘시사인’과 최초 특종관련 분쟁(?)이 있었지만 MB내곡동 사저 기사로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 상’을 수상한 기자입니다. 그리고 주로 출입하는 파트는 정치부입니다.
보신 분도 있었겠습니다만, 그녀의 이름이 언급된 찌라시가 돌았었습니다. 기사에서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습니다만, 더민주당이 추진하는 영입인사 중 ‘깜짝 놀랄만한 인사’가 그녀였다는 이야기가 거론되어 있었습니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측근과 그녀의 남편 사이의 남다른 친분 때문에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국 남편 문제로 없던 일로 되었다는 내용의 찌라시입니다. 다음의 질문-대답을 보면 김 기자도 그 소문에 대해 묻는 듯합니다. “-선거철이 다가와서인지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웃음) 그 얘기 듣긴 했는데 그냥 ‘찌라시’라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 특정 정당에서 영입제안을 받은 적도 없나요? = 그런 것은 없습니다. – 예전에도 없었나요? = 없었습니다.(웃음)” 찌라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요청을 청와대로부터 받은 사실은 없다”고 이영애씨는 밝히고 있습니다.
2. 재미있는 것은 명절을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조금은 미묘하게 다른 결론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시사저널’이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반기문이 17.7%로 1위를 차지했고, 2위가 문재인(15.2%)으로 오차범위 내(±3.1%p) 앞섰다고 합니다. 이어 안철수(9.4%), 김무성(8.5%), 박원순(5.1%)의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권차기대선후보 적합도에서는 안철수가 20.7%로 문재인 19.1%로 역시 오차범위 내에 앞선 것으로 나온 것이 흥미롭습니다. 반면, ‘지지하는 차기 대선 주자’를 묻는 ‘시사인’의 질문에 문재인(23.3%)이 반기문(17.5%)과 김무성(14.1%), 안철수(10.2%)를 제치고 1등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조사결과에서는 호남에서도 문재인(29.1%)이 안철수(23%)를 누르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잡지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론조사 수치는 외부의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나오는 것이니까요. 참고로, ‘시사인’ 조사에서 야권지지층이 보는 ‘제1야당 분당책임’은 안철수/비노계에 있다는 사람이 42.8% 문재인/친노계에 있다는 사람이 32.4%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에서는 잘못했다는 사람이 55.1%였고, 잘했다는 사람이 42.7%입니다. ‘시사인’의 여론조사 역시 오차는 95%에 신뢰수준 ±3.1%p입니다.
3.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독립영화 <귀향>은 ‘한겨레21’의 과거 지면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습니다. ‘歸鄕’이 아니라 ‘鬼鄕’입니다. ‘1943년 15살 전후로 위안소로 끌려간 소녀들의 과거를 비추고, 1991년을 사는 어린 무녀가 타국에서 숨진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넋을 고향으로 데리고 오는 내용’입니다. 이 잡지는 제작비 마련을 위한 온라인 펀딩을 적극 돕기도 했습니다.
영화 판에서 영화제작이 무산되었을 때 ‘엎어졌다’는 은어가 있습니다. 실제 <귀향> 프로젝트는 여러 번 엎어질 뻔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조정래 감독(43)이 이 영화를 구상한 것은 14년 전입니다. 김일출 할머니가 미술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위안부 이야기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를 만류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젊은 사람이 이런 거 하지마라. 위안부 할머니들이 가짜라는 것 몰라? 몸 팔러간 여자들이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연을 맡았던 재일교포 4세 강하나 양의 인터뷰는 ‘한겨레21’의 이전 호에 실렸습니다. 이번에는 조연을 맡은 사람들, 시민모금에 함께 한 사람들, 어려웠던 영화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7만5270명이 11억 6122만원을 모아 제작한 이 영화의 개봉일이 결정되었습니다. 2월 24일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15살 관람가입니다. 날짜는 결정되었다고 하지만 상영될 극장의 스크린을 잡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응원합니다.
4. ‘주간조선’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지난 3월 문을 연 인재양성기관 건명원의 지난 1년 실험을 커버스토리로 냈습니다. ‘건명원 실험’은 ‘조선일보’ 지면과 KBS1 TV의 ‘생각의 집’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는데, 2기부터는 실제 수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TV카메라와 같은 외부 공개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총 2기가 배출되었는데, 정원은 1기가 30명, 2기가 35명이었습니다. 1기 정원 30명 중 최종수료생은 1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빡쎘다는 뜻이겠지요. ‘건명원’은 40년 가까이 단추 제조 한우물로 성공한 오정택 ㈜두양문화재단 이사장이 재원을 내고,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등이 힘을 합쳐 만들어진 학습기관입니다.
‘주간조선’의 평가에 따르면 ‘21세기 융복합 인재 양성소’를 표방한 이 기관은 교수진도, 수업내용도, 시스템도 파격이었습니다. 인문, 예술, 과학 분야의 국내 최고 석학들이 진행한 수업은 매주 수요일 저녁 4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교수의 강의가 끝나면 피 튀기는 토론이 이어졌고, 때로는 건명원 소속 다른 교수가 청강을 하기도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수업은 쉽지 않았던 것이, 강도 높은 공부를 요구했고, 무단결석을 한다든가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가차없이 퇴출시켰다고 합니다.
기획한 최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1등, 2등이 아니라 일류(一流), 이류다. 1,2등은 이미 있는 시스템 안에서 매겨지는 등수이지만 일류, 이류는 흐름을 다르게 가져가는 사람이다.” 건명원의 건배사는 ‘반역자’였는데, 그건 이미 있는 과거의 자신, 아는 지식, 사회시스템, 지식습득 방식, 지식유통방법과 결별을 하자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주간조선’의 뒷 부분엔 1기 졸업생이 적은 앙케이트 답이 실려 있었는데, 답이 조금은 천편일률적이라서 차라리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끌어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5. ‘주간동아’의 표지에 적혀 있는 제목은 이렇습니다. “소자본 대박의 비밀.” 부제는 ‘21세기 장사의 神’입니다. ‘장사의 神’이라는 단행본 책도 있었죠? 무턱대고 뛰어들지 마라, 사업계획서를 써라, 권리 분석을 하라, 프랜차이즈가 좋을까, 독립 점포가 좋을까….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절대 안 망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메인 기사의 내용도 흔히 들을 수 있는 조언이긴 합니다. 빚을 내서 장사할 생각하지 말고, 부동산업자, 컨설팅업자가 제시하는 ‘잘 나가는 가게’라는 말에 현옥되지 말고 시장파악이 중요하다, SNS 홍보가 중요하다 등등. 유익하지 않은 기사는 아니지만, 이번 설 합본호에 실린 기사들을 보면 다른 좋은 기사들도 많은데 왜 이 기획이 커버로 잡혔는지는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합니다.
메인 기사에 붙어있는 실제 창업사례 기사들이 더 눈길이 가긴 합니다. ‘오술차’라는 선술집은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손님을 환영합니다. 상호는 ‘오천원의 술상차림’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모든 안주 가격을 5900원으로 통일해 안주 하나에 소주, 맥주 한 병을 마셔도 1만원이면 가능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혼자 먹는 경우 회전률이 높을 것이므로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싸이월드가 전 직장이었던 ‘달달한 작당’ 김민정 대표는 회사가 문을 닫자 자신이 원했던 꿈의 가게를 차린 경우입니다. 첫 번째로 차렸던 만화방(‘즐거운 작당’)은 온라인에서도 꽤 유명세를 탔죠. 카페처럼, 편히 놀거나 쉬다 갈 수 있는 널찍한 형태의 만화방이었습니다. 그가 두 번째로 연 가게는 그림책 카페입니다. 커피와 맥주를 마시면서 ‘그림책’을 보는 마니아가 많을 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컨셉임은 틀림없습니다.
6. ‘추락하는 중산층, 더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 ‘주간경향’ 표제 기사의 제목입니다. ‘중산층 70% 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18대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중산층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산층을 뒷받침하는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예기치 않는 불행이 올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아이가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주간경향’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예기치 않는 불행이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려지고, 나아가 시스템이 그 불행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사회는 엄밀한 의미에서 ‘공동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생애주기 변화, 그러니까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각 단계에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중산층의 빈곤화, 상시적인 위기가 나타났다는 것이 이 잡지의 지적입니다.
맞벌이를 해도 이 ‘위기’의 탈출구는 없습니다. 아이돌보미나 사교육 지출비가 맞벌이로 추가적으로 벌어들이는 돈 대부분을 잠식하니까요. 한국은 임금도 낮고,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인 사회임금도 낮아 그동안 역설적으로 중산층에게 가치를 가졌던 것은 부동산이었습니다. 부동산은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심리적 안정감을 줬던 자산이었습니다.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의 다음과 같은 말은 한국 중산층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도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고 본다. 집 사느라 빚이 3억이 있으면 언제 잘릴 지도 모르고, 부채는 부채로 집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앞으로 닥쳐올 부동산 버블에 대한 언급은 확실히 안되어 있지만, 버블붕괴가 현실화된다면 말할 것도 없고, 버블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안의 요소가 되는 것이겠지요.
7. ‘주간경향’에 실린 기사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지난 1월 하순, 직접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이 공개되었습니다. ‘시민혁명당’이 만든 온라인 정치플랫폼 ‘움직여’입니다. 과거 아고라와 인터넷게시판, SNS와 카카오톡?밴드와 같은 폐쇄형SNS의 장점을 모아 만든 의사결정도움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시민혁명당’은 한달 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발족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거리의 변호사’ 권영국 변호사가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야권 정당들의 ‘영입경쟁’에서 인물난을 생각한다면 권 변호사는 영입대상 인물 중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사람이 될 것으로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그는 왜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을까요. 기존 정당들도 ‘직접민주주의 모델’ 실험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정당 운영원리로 채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5월로 업데이트가 멈춰져 있는 새누리당의 ‘크레이지 파티’가 대표적입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IT기술 등을 기반으로 직접민주주의를 표방한 정당이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치러진 스페인 선거에서 30년 양당체제를 깨고 제3당으로 급부상한 포데모스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전에는 독일과 스웨덴의 해적당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간경향’이 전한 ‘그 후’의 이야기에 따르면 돌풍은 지속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잡지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한국에서 직접민주주의 정당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해적당과 독일 녹색당의 교훈을 보면 성패여부는 완벽한 물질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며, 그것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다. 결국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도, 이끌어가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8. 칼럼을 하나 보겠습니다. ‘한겨레21’에 실린 ‘돈보다 어업’이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의 글입니다. 어업은 아이슬란드의 핵심산업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행복한 나라였습니다. UN의 인간개발지수에서 늘 세계 5위에 드는 나라였습니다. 그런 아이슬란드에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들어오면서 아이슬란드의 사회시스템은 변했습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직업을 바꿨습니다. ‘고기를 잡지 않고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를 선언했습니다. 금융위기에 대한 일반해법은 은행에 세금을 넣어 살리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이소장의 칼럼에 따르면 이때 아이슬란드는 다시 다른 선택을 합니다. 아이슬란드의 3대은행 모두를 파산시키고 은행경영자들에게 부실 책임을 물리고 감옥으로 보낸 거죠. 그리고 외국인들도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막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선택은 금융이 아니라 다시 어업으로 유턴한 것이었습니다.
이 선택은 누가한 것일까요. 바로 아이슬란드입니다. 2010년 국민투표로 국민들 다수가 선택한 거은 ‘채무 상환안 거부’였습니다. 잘한 선택일까요. 이 소장에 따르면 그 결과 ‘그들의 경제는 완만하지만 회북 중’입니다. “일확천금의 비즈니스는 사라졌지만, 어업과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와 건강한 민주주의가 자라났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회에 살지 아이슬란드인들은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흙수저와 헬조선과 같은 유행어가 마치 모든 게 주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람에게는 선택권도 있고 변화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이것을 깨닫는데서 희망이 시작된다. 아이슬란드가 아름다운 것은 오로라 때문만은 아니다.”
9. 생활 기사를 보겠습니다. ‘시사저널’에 실린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중국 방송 도전기 이야기가 눈을 끕니다. 지난 1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그가 만든 ‘폭풍효자’ 제작발표회가 열렸습니다. 후난 위성TV를 통해 방송되는 <폭풍효자>는 중국연예인 6명과 그들의 부모 6명이 그들이 살았던 고향으로 찾아가 5박 6일동안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옛날 사진을 참고해 부모가 수십년 전에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재현해 같이 생활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다룬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효(孝)입니다.
‘폭풍효자’가 과거와 다른 지점은 종전 중국에서 통했던 한류의 특징이 한국에서 방영한 포맷을 그대로 가서 히트한 경우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러닝맨’의 중국판이 만들어졌다면, 이것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오리지널 포맷입니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관련해서,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기사에 따르면 ‘광전총국’이라는 부서입니다. 과거 ‘나는가수다’와 같은 한류예능 포맷이 인기를 끌자 중국의 위성방송사들이 포맷 사재기를 했는데, 광전총국은 1년에 한 편만 리메이크를 할 수 있다는 규제를 내걸었다고 합니다. 광전총국이 원하는 것은 ‘그래도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인 것인데, ‘폭퐁효자’에 대해 중국정부는 호의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됐던,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 곧 설입니다. 세배를 마치면 어떻게 보내시나요? 과거 명절이면 TV에서 지겹게 나오던 프로그램이 있었죠. 성룡 무협영화나 마술쇼입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명절 때만 되면 볼 수 있던 유명마술사입니다. 그의 대표적 마술이 자유의 여신상이 사라지게 한다던가,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등의 그랜드 일루전 마술이었습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일루전’은 사람이나 물건을 사라지게 하거나 토막냈다가 다시 원상복구하는 마술의 한 장르입니다. 카퍼필드가 실제로 자유의 여신상을 사라지게 했거나 만리장성을 통과했다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비법은 뭐였을까요. 자유의 여신상의 경우 무대를 눈치채지 않게 조금씩 회전시켰고, 만리장성의 경우 계단 밑의 비밀공간을 통해 이동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최근 만리장성 마술에 스탭으로 참여한 인사들이 중국 CCTV에 출연, “카퍼필드는 사다리를 타고 넘어갔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이건 사실일까요.
‘주간경향’이 마술업계의 반응을 보니 “데이비드 카퍼필드 마술 비법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엑스트라로 동원된 사람이 알 수는 없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위 네티즌이 봤다는 폭로(?)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겠죠. 그나저나 카퍼필드는 요새 뭘 할까요. 올해로 60살이 된 카퍼필드는 지금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쇼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간경향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명절이면 식상해 하면서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에서 그의 마술 쇼를 봤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유독 생각나는 건 스마트폰을 꿰차고 방에 틀어박혀 따로 노는 요새 명절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좋은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주 쉬고 2월 셋째 주에 뵙겠습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