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니엘 벨라스케스 CCA콜롬비아 본부장 “커피는 내게 모국 콜롬비아 그 자체”
커피전문가 국제적네트워크 9번째 회원국 CCA콜롬비아 출범
변호사 출신 커피전문가. “좋은 커피 전파 위한 교육에 힘쓸 터”
[아시아엔=박영순 <아시아엔> 커피전문기자] 커피전문가들의 국제네트워크인 커피비평가협회(Coffee Critic Association, 이하 CCA)가 커피대국 콜롬비아를 회원국으로 등록했다. 이로써 CCA 회원국은 미국(뉴욕, 하와이), 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 인도, 태국, 라오스, 콜롬비아 등 9개국으로 늘어났다. CCA 콜롬비아본부는 지난 21일 안티오키아주의 주도인 메데진(Medellin)에 커피교육장을 겸한 사무실을 열었다. 초대 본부장은 변호사인 다니엘 벨라스케스(Daniel Velasquez)가 맡았다. 그는 지난 6월 방한해 벡스코 썸머카페쇼에서 콜롬비아 커피와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다. 메데진에 있는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CCA 콜롬비아를 발족한 동기는.
“커피비평가협회는 커피를 사랑하는 전문가들의 국제적 연대이다. CCA가 추구하는 ‘커피 향미에 대한 정직한 평가와 올바른 표현’이라는 가치에 동의하고 지지한다. CCA는 좋은 커피가 확산되는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좋은 커피를 제대로 구별하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 커피산지인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커피애호가로서 이런 운동에 공감하며 적극 동참하기 위해 본부를 열고 CCA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콜롬비아는 향미가 좋은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세계 1위의 스페셜티커피 생산국이다. 커피문화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이라고 해서, 커피와 관련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CCA가 커피의 향미를 올바로 알 수 있도록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 캠페인’에 참여해 좋은 생두를 선별해 공급함으로써 콜롬비아 커피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 더불어 생두선택에서부터 로스팅, 추출 등 전 과정에 걸쳐 콜롬비아 커피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벌이겠다.”
-한국의 커피소비자와 관련 있는 활동은.
“우선, 10월1일부터 나흘간 aT센터에서 열리는 서울커피&티페어(COFA)에 초청돼 콜롬비아 커피의 참맛을 선사하는 커핑행사를 연다. 이어 10월~11월에는 CCA가 주최하는 ‘월드커피로스터챔피언십’을 콜롬비아본부가 주관한다. 올해 대회는 콜롬비아 생두를 대상으로 열리는데 생두의 특성을 어떻게 파악해 장점을 얼마나 잘 표현해내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아울러 11월 열리는 서울카페쇼에서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수확철인 12월~2월엔 한국커피애호가들로 구성된 방문단을 맞아 콜롬비아 커피문화유산 등 커피재배지를 돌며 교육을 하고 콜롬비아가 인증하는 커피테이스터 자격증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커피 전문가와 애호가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서울커피&티페어에 CCA콜롬비아 부스를 찾아가면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CCA 콜롬비아 파트너인 Amativo와 함께 커핑을 진행한다. 이 회사의 안티오키아산과 킨디오산 커피를 커핑하면서 품질을 평가했는데, 한국 소비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번에 선보일 생두들은 한국의 커피애호가들로서는 이제껏 경험하기 힘들었던 품종들이 대부분이다. CCA콜롬비아는 교육이나 유통의 측면에서 수프리모와 엑셀소에서 벗어날 것이다. 콜롬비아가 더 새로운 것을 선보일 때가 됐다. 커핑행사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진행한다. CCA콜롬비아의 멤버이자 재배자인 마테오 지메네스(Mateo Jimenez)가 CCA코리아와 함께 행사를 진행할 것이다.”
-지난 벡스코 행사 때에는 어떤 내용으로 세미나를 했는지.
“콜롬비아와 커피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인들이 콜롬비아의 커피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커피애호가들이 콜롬비아 아라비카 커피라고 하면 거의 무조건 산미와 과일향을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콜롬비아의 커피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나는 벡스코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의 삶,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재배의 영향, 콜롬비아 커피로 묶어지지 않은 작은 지역 커피들의 특색들을 주로 이야기했다. 널리 알려진 후일라, 안티오키아 이외 지역의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콜롬비아는 고도와 지방의 위치, 토질에 따라 맛의 변화가 다양하다. 콜롬비아 사람들의 삶에 커피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았다. 커피 한잔, 아니 생두 한 컵을 얻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가파른 산맥을 오르내리는 가족들이 많다. 이 만큼 나의 조국에서는 커피가 중요하기 때문에 유네스코도 문화유산으로 인정한 것이겠다.”
-현직 변호사이면서 어떻게 커피전문가로서 일을 하게 됐는지.
“나는 변호사이지만 항상 시골과 관계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소를 키우셨고, 아버지 또한 메데진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축산과 감자와 딸기농사를 지으셨다. 나는 메데진에서 태어나 살아왔지만 모든 콜롬비아인들이 그런 것처럼 항상 시골과 관련을 맺었다. 메데진은 안티오키아주의 주도로서 도시이지만 한 시간만 나가면 농촌을 만난다. 이곳 사람들은 주말을 시골 별장에서 지내는 것을 즐긴다. 어떤 별장은 농장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농작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커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직접 재배하기란 쉽지 않다. 콜롬비아에서 커피 경작을 하기 위해서는 큰 투자가 필요하다. 내 가족의 농장이 어렸을 때 팔렸기 때문에 커피보다는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대학(EAFIT)에서 공부할 때 CCA커피테이스터이자 아마티보(Amativo)라는 생두전문업체의 기반을 다진 한국인 강병문씨(영문명 Mark)을 만났고 커피교육 및 캠페인에 의기투합하게 됐다. 이 친구 덕분에 한국의 커피 문화를 체험한 뒤 콜롬비아 커피의 여러 가능성을 확신했다.”
-CCA콜롬비아 멤버들을 소개해 달라
“CCA콜롬비아 구성원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킨디오를 포함한 지역을 라 모렐리아(La Morelia) 농장의 주인인 파비안 토레스(Fabian Torres)가 맡았다. 그는 영국에서 커피를 공부한 유학파이자 신세대 농장주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와 핸드 드립, 콜드 브루 등 콜롬비아에서는 최근까지 보기 어려웠던 추출 방식들을 교육하고 있다. 아울러 재배자를 상대로 경작방식에 변화를 주어서 품질을 높이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다른 하나는 본부가 위치한 메데진이다. 나와 상근직원들이 안티오키아 지역의 여러 농장과 조합 등을 찾아다니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CCA가 세계적으로 벌이는 좋은 커피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메데진 본부는 전세계로 콜롬비아 커피를 홍보하는 전진 기지라고 보면 된다.”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은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며, 또 어떤 정보를 줄 수 있는가.
“메데진의 CCA콜롬비아 본부는 안티오키아, 킨디오, 리자랄다 등 각 지역의 농장주나 조합들과 꾸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콜롬비아 커피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ccacolombia@gmail.com)로 직접 연락을 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싶다면 한국의 커피비평가협회(CCA)에 문의해도 좋다.”
-커피는 당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가
“내가 태어난 땅, 바로 콜롬비아다. 더불어 커피가 내게 소중한 것은 최고의 커피 한잔을 위해서 헌신하는 농부들의 땀과 열정, 노력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