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커피는 따로 없지만 탄맛, 신맛, 곰팡이맛, 쓴맛 나는 건 나쁜 커피”

세계적 커피석학 션 스테이먼 박사 단독 인터뷰

커피가 단순한 음료에서 벗어나 향미를 즐기며 묘사하는 문화적-예술적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와인처럼 향미를 이야기하며 포도가 자란 곳이나 재배법, 가공방식 등까지 따지며 마시는 문화가 커피에서도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향미가 좋은 커피만을 가려 마시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그러한 안목을 지닌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가 새로운 전문가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한 세계적 커피회사들로 향미 전문가를 모델로 내세워 소비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지아커피가 모델로 영입한 세계적 커피석학 션 스테이먼 박사(Shawn Steiman, Ph.D)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커피테이스터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커피의 향미를 가르칠 강사양성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커피명산지인 하와이코나에 머물고 있는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편집자

커피 테이스팅을 하고 있는 션 스테만 박사
커피 테이스팅을 하고 있는 션 스테이먼 박사

[아시아엔=<아시아엔> 커피 전문기자, 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션 스테이먼 박사는 커피테이스터 교육프로그램의 창안자다. 하와이대에서 커피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 커피과학자(Coffee scientist)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커피단체인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기술개발위원(Skill Building)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커피비평가협회(CCA)와 교육협약을 체결하고 1년에 한 차례 방한해 커피테이스터 인스트럭터(Instructor)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3대 커피로 손꼽히는 미국 하와이 코나에 ‘데이라이트 마인드(Daylight Mind) 커피연구소’를 설립하고 커피향미평가 프로그램(6주 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자신이 또 설립한 ‘코페아 컨설팅(Coffea Consulting)’을 통해선 농부들에게 재배법을 가르치며 로스팅 기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커피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커피는 인생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나의 열정이며 내 일상에 기쁨을 가져다주는 존재다(Coffee is my life. More concretely, coffee is my passion and it brings pleasure to me on a daily basis)”고 밝혔다.

다음은 션 스테이먼 박사와 인터뷰.

-세계적인 커피 향미 전문가로서 자신을 소개해 달라

“세계 최고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향미를 포함한 커피의 모든 분야에 대한 기술과 배경지식은 잘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하와이 호놀룰루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커피과학자이자 큐그레이더이며 컨설턴트다. 커피와 관련한 연구분야는 재배 및 가공, 곤충학, 생태학, 생리학, 생화학, 관능평가와 추출이다. 현재 커피와 관련한 정기적인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고 있고 많은 커피관련 논문과 기고문을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한국과의 인연은, 그리고 한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2011년 한국의 CCA 회원들이 하와이로 찾아와 커피와 관련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문의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해 CCA와 교육협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커피테이스터 과정을 가르칠 강사들을 교육했다.”

-좋은 커피(Good coffee)가 갖춰야 할 기본이 무엇인가.

“좋은 커피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커피는 이렇다고 한 줄로 정의할 수 없다. 맛이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모두 품질을 평가하는 심판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의 향미는 무엇이냐 거나 특정 소비자에게 좋은 커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나쁜 커피(Bad coffee)란 무엇인가

“나쁜 커피는 정이 안가는 향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결함(defaults)이라고 부른다. 탄맛, 자극적인 신맛, 곰팡이맛, 쓴맛 등을 커피 향미의 결함으로 꼽을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조언해 달라.

“향기에 주의를 기울여라. 커피에게 첫인상이란 향기이다. 향기가 강렬한지, 기분을 좋게 하는지, 특정한 어떤 것을 떠오르게 하는지를 감상하라. 커피의 향미에서 얻는 모든 경험은 향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어라. 어떤 전문가도 당신이 좋아하는 향미가 무엇인지를 말해줄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커피가 이렇다 저렇다 표현할 뿐이다. 그 커피를 좋아할 지 않을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커피와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다르다고 대수냐?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는 당신만이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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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을 맡고 있는 션 스테이먼 박사

-좋아하는 커피의 향미는 어떤 것인지 자세히 표현해 달라.

“대체로 꽃향기나 살구-복숭아와 같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커피를 만날 때 행복하다. 뭐 하나로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미를 느낄 수 있는 커피도 나를 즐겁게 한다. 아침에는 복합미가 없는 단순한 향미를 커피를 즐긴다. 브런치 시간쯤에는 여러 향미가 어우러지면서도 산미가 두드러지는 커피를 마신다. 오후나 저녁에는 특별히 가리지 않고 커피를 찾는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땐 초콜릿이나 향신료, 말린 자두의 향미가 있는 커피가 좋다.”

-조지아커피의 캔커피인 고티카(Gotica)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바로 따서 마실 수 있는 ‘레디-투 드링크(RTD) 커피’는 어떤 것이 좋은 것인가.

“마땅히 제일 중요한 것은 맛이 좋아야 한다.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결점향이 없어야 하고 특징적인 향미가 있어야 한다. 단맛을 위해 넣는 첨가물과 유제품 등이 커피의 향미와 하모니를 이루어야 한다. 더불어 커피를 담는 용기들이 친환경적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

-커피테이스터가 하는 일이 상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인가.

“커피테이스터는 생두를 평가하는 큐그레이더(Q-grader)와 달리, 한 잔에 담겨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커피의 향미를 평가하고 묘사하는 전문가이다.”

-커피전문가는 바리스타로 충분하지 않은가.

“커피와 관련해서 다양하고 전문화된 영역들이 있다. 바리스타는 말 그대로 카페의 바에서 고객에게 커피를 내어주는 사람이다. 즉 바리스타는 커피를 통한 최대 목표를 카페에 찾아 온 고객에 맞추고 있다. 커피테이스터를 단순히 커피 맛을 보는 사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커피테이스터들의 활동은 좋은 커피만을 생산하고 찾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좋은 커피를 제 값을 치르고 즐기는 문화가 커피테이스터들을 통해 성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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