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21)] 추석맞이 ‘사랑의 상처 만들기’ 어때요?···헌혈·노숙자보듬기·손편지 쓰기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사랑의 상처가 있다”라고 하면 흔히 멜로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옴직한 대사쯤으로 들린다 또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여러 가지 주변 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헤어져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정도로 여겨진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진짜 사랑의 상처를 본 적이 있다. 친구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한 분인데 그 분의 배에는 열십자 모양의 큰 상처가 남아있었다.

종종 언론을 통해 간 또는 신장을 이식해 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저 사람 참 대단하다’라고만 생각했지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까지의 고민과 수술에 따른 고통 등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실제 간 기증자를 보니 신체의 일부를 기증한다는 것이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이 간이식을 결정하게 된 동기는 ‘단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순간적으로 혈육간이나 부부간이 아닌 사람에게 선뜻 주기에는 좀 아깝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면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그동안 나는 기껏해야 헌혈 몇번 한 것 가지고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다 실천한 것처럼 행동했는데 그 분을 보니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물론 장기를 기증했다고 해서 그 사랑이 헌혈한 것보다 더 크고 소중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을 돕기 위해 기부한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바로 생각을 넘어 실천까지 했느냐이다. 다른 사람을 제쳐두고 나만 보더라도 생각만 있지 막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가령 지나가다 혈액원이나 헌혈차를 보면 돌아가기 바쁘고 지하철이나 거리 등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애써 외면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고 도와주면 오히려 더 자립심이 없어져 궁극적으로는 득보다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지나친 편견이었고 안 해도 되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스스로 사랑의 상처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랑의 상처를 조금만 낼 수 있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헌혈하고 나면 하루 정도 팔뚝의 주사바늘 자국이 사랑의 상처일 수도 있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산 음료수를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에게 선뜻 드리는 것도 나의 갈증을 참는 것과 비교하면 사랑의 상처일 것이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랑의 울타리도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의 상처를 하나쯤 만들라고 권유하고 싶다. 요즘처럼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이곳 저곳에서 사랑의 상처를 만드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더 아름답게 변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누군가 나를 위해 사랑의 상처를 입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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