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욕심을 버리자, 누구에게나 ‘다음 기회’가 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잔은 비울수록 여유가 있다. 그것이 술잔이라도 좋고 세월이라도 좋고 정이라도 좋다. 우리는 마음을 비우고 조급함을 버리고 그리고 집착을 여의고 살면 인생이 한결 여유롭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무언가에 자꾸만 집착할 때, 삶이 허무하고 불안하여 죽고 싶을 때, 한번 빈 잔을 보는 것이다. 가슴이 뛸 때까지 보는 것이다. 그러면 비우는 잔마다 채워질 것이다. 우리에게 빈 잔 뿐 아니라 빈 칸도 있다. 누구에게나 ‘다음 칸’은 있는 법이다.
지하철에 가방을 든 아저씨가 승차하더니 승객들을 향해 우렁차게 말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나선 이유는 좋은 물건 하나 소개해 드리기 위해섭니다. 잘 보세요. 플라스틱 머리에 솔이 달려 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칫솔 입니다.
이걸 뭐 할라고 가지고 나왔을까요? 맞습니다. 팔려고 나왔습니다. 얼마일까요? 천원입니다. 뒷면 돌려 보겠습니다. 영어가 쓰여 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게 무슨 뜻일까요? 수출했다는 겁니다. 수출이 잘 됐을까요? 안됐을까요? 망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께 하나씩 돌려보겠습니다.”
아저씨는 칫솔을 사람들에게 돌렸다. 황당해진 사람들은 웃지도 못했다. 칫솔을 다 돌린 아저씨가 말을 이어갔다.
“자, 여러분! 여기서 제가 이 칫솔을 몇 개나 팔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죠? 저도 궁금합니다.”
잠시 후 그의 말이 이어졌다.
“자 여러분, 칫솔 네개 팔았습니다. 얼마 벌었을까요? 칫솔 4개 팔아서 4천원 벌었습니다. 제가 실망했을까요? 안했을까요? 예, 실! 망! 했습니다. 그럼 제가 여기서 포기할까요? 안할까요? 절대 안 합니다. 바로 다음 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가방을 들고 유유히 다음 칸으로 건너갔다.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으로 거의 뒤집어졌다. 누구에게나 ‘다음 칸’이 있다. 다음 칸이 있는 한 우리에게 절망은 없다. 욕심으로 구하려는데 빈 칸은 없다. 빈 칸이 없는 인생은 괴롭기 마련이다.
나를 괴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괴로운 마음이 타인을 괴롭게 만든다. 내가 괴로우면 나를 바라보는 타인도 괴롭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 또한 결국 내 마음의 빈 칸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은 흔히 밭에 비유된다. 우리는 마음의 밭(心田)에 매일 매일 많은 씨앗을 뿌리면서 살아간다.
어떤 이들은 긍정적인 씨앗을 뿌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어떤 이들은 부정적인 씨앗을 뿌리면서 힘겹게 살아간다. 빈 칸을 만들려면 우선 내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비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욕심 때문에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 욕심이라는 것은 참 비우기도 버리기도 어렵다.
그 욕심이라는 강력한 마음은 결코 손을 놓아주지 않으려 한다. 만약 우리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황금 컵을 손에 쥐었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그래서 결코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황금 컵이 불덩어리처럼 뜨겁다면 어떻게 할까? 놓아버리고 만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빈 칸으로 만드는 방법은 바로 놓는 것이다. 욕심을 달성한다고 해서 그 욕심이 채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마음을 버린다고 해서 빈 칸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움켜쥐고 있는 강렬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지 않는 한 우리에게 빈 칸은 없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삶과 같다. 뜨거운 황금 잔을 영원히 붙잡고 가겠다는 마음이기에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마음은 불덩어리가 되면서 화병이 생긴다. 그럴 때 우울증이라는 아주 못된 손님이 찾아온다.